​[이슈체크] 북악산 완전 개방부터 불교 유적 비하 논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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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2-04-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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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신조 사건 이후 54년 만에…文, 2017년 대선 공약 완수

  • '법흥사터 초석'에 앉아 논란…조계종·시민단체 등 비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삼청공원 후문에서 북악산 남측 탐방로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68년 청와대 기습을 시도했던 이른바 ‘김신조 사건’ 이후 54년 만에 북악산 남측면이 지난 6일부터 시민의 품으로 다시 돌아갔다. 2020년 북악산 북측면의 1단계 개방이 이뤄진 지 1년 6개월 만에 남측면까지 개방되면서 북악산 전체가 일반인들에게 공개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다음달 10일 취임과 함께 청와대 전면 개방을 약속한 가운데 시기적으로 미묘한 시점에 개방이 이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식목일을 맞아 김정숙 여사와 남측면 산행해 나섰다. 하지만 산행 도중 뜻하지 않은 불교 유적 훼손 논란이 불거지면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후보 시절 “(청와대를 둘러싼) 북악산·인왕산을 전면 개방해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같은 해 6월 26일 청와대 앞길의 야간 통행 금지령을 풀고 24시간 개방했다. 이어 2018년 5월 경호와 군사 목적을 이유로 접근이 일부 통제됐던 인왕산을 완전 개방했다. 불필요한 경계시설 철거와 성곽 붕괴지역 복원, 인왕산 옛길 및 탐방로 복원 등 재정비를 거친 후였다.
 
대통령의 별장인 저도 역시 개방됐다. 저도는 군기지로 활용되다가 1972년에 대통령 별장으로 공식 지정돼 일반국민의 거주 및 방문이 자유롭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9월부터 1년간 시범 개방 이후, 개방시간·인원 등을 확대해 2020년 9월 본격 개방했다. 2020년 11월 1일에는 북악산 북측면을 개방했다.
 
이번 북악산 전 지역이 개방되면서 서울 도심녹지 공간이 눈에 띄게 늘어나게 됐다.
 
북악산 개방 면적은 여의도공원 4.7배(110만㎡)에 해당하고, 탐방로 길이는 5.2㎞에 달한다.
 
서대문구 안산에서 출발해 ‘인왕산~부암동~북악산 북측면~한양도성 성곽~북악산 남측면~삼청동’ 구간이 단절 없이 이어진 것이다.
 
이번 개방에 앞서 북악산 남측 탐방로와 성곽을 연결하는 청운대쉼터, 숙정문과 삼청공원에 각각 출입문을 신설했다.
 
또한 촛대바위 쉼터, 청운3R전망대, 계곡쉼터, 삼청화장실도 조성했다. 북악산 내 문화유산인 만세동방 약수터는 문화재 전문위원의 자문을 받아 주변 자연석 등을 활용해 정비됐다. 법흥사 절터에 대한 보존과 향후 발굴 조사를 고려, 우회길도 조성됐다.
 
문 대통령은 개방을 하루 앞두고 남측면을 찾아 점검 산행에 나서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산행은 삼청안내소부터 ‘법흥사터-청운대 전망대-청운대 쉼터-만세동산 약수터-청와대 경내’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그동안 (청와대 인근) 개방에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상당히 보람있는 일이다. 어느 나라든 수도를 내려다보며 걷는 둘레길이 없는데, (북악산은) 세계에서 가장 특별한 둘레길”이라고 강조했다.
 
동행한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여사님께서 (북악산 개방 준비 과정에서) 세세한 것까지 주문이 많았다고 한다. 어르신들이 다니기 위한 계단 폭까지 지적하셨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여기가 다리가 많고 낭떠러지가 많아서 (둘레길 개방 후) 아이들이 떨어질까 봐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며 “‘여긴 어떻게 하세요?’, ‘여긴 계단길이 가파르다’ 이런 이야기를 1년 반 동안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아내는 ‘북측 둘레길’을 ‘성곽 둘레길’로 하면 훨씬 정감이 있겠다(는 말도 했다)”고도 했다.
 
산행을 마친 문 대통령은 북악산의 만세동산 약수터에 들렀다.
 
김현모 문화재청장이 “만수무강하라는 뜻이 담긴 만세동산이다. 여사님 수석님들도 모두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여기가 기가 아주 좋은 곳이다. 기를 많이 받고 가시길 바랍니다”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식목일을 맞아 청와대 녹지원에서 기념식수도 했다.
 
기념식 수목은 제19대 대통령의 숫자와 같이 19년이 된 모감주나무로 골랐고, 문 대통령은 “모감주나무는 열매가 단단해 약재로 쓰이고 염주를 만들기도 해 ‘염주나무’라고도 불린다”면서 “열매는 가을에 복주머니 모양으로 열리는데 풍요와 부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논란도 생겼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법흥사로 추정되는 절터 연화문 초석에 앉아 동행한 김 청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 사진이 공개되자 불교계를 중심으로 불교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불교중앙박물관장 탄탄 스님은 법보신문과 인터뷰에서 “사진을 보고 참담했다”면서 “성보를 대하는 마음이 어떤지 이 사진이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성공 스님은 김 청장의 태도를 지적했다. 성공 스님은 “만약 문 대통령 부부가 몰랐다고 하더라도 문화재청장이 그것을 보면서 가만히 있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불거지자 문화재청과 청와대 측은 해명에 나섰다. 문화재청은 “문 대통령 내외가 착석하신 법흥사터 초석은 지정 또는 등록 문화재가 아니다”면서도 “사전에 보다 섬세하게 준비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욱 유의하겠다”고 약속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부부의 불교에 대한 존중과 관심을 언급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문 대통령 내외는 부처님 앞에 공손히 합장하고 예를 올렸고, 동행했던 청와대 참모들도 자신의 종교를 떠나 정성껏 예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김 청장과 박 수석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조계종은 지난 8일 입장문을 내고 “해명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문화재 관리업무를 총괄하는 문화재청이 ‘등록 문화재가 아니다’라고 발표한 데 이어, 박 수석은 ‘버려져 있던 그냥 그런 돌’이라고 밝혔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갖고 있는 비지정 불교 문화재에 대한 천박한 인식을 확인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화재청은 지정 및 등록 문화재 중심의 문화재 정책에서 비지정 문화재에 대한 중요성 또한 정책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정책 변화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10일 한 시민단체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김 청장을 고발했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김 청장을 모욕 및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 부부의 초석 착석이 문제될 것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허정 스님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서 “딱 봐도 새롭게 건물을 짓기 위해 기계로 만들어 가져다 놓은 주춧돌인데 저게 무슨 문화재라고 호들갑을 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건물 재료에 사람이 앉아서 쉬는 게 어째서 비판받을 일인가. 주춧돌이 그렇게 소중하다면 거기에 나무 기둥도 올리지 마라”라고 했다.
 
경북 청도의 한지전용미술관 영담한지미술관 관장 영담 스님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히려 부처님도 좋아하실 것”이라면서 “산행을 하시다가 빈 절터 아무렇게나 놓인 주춧돌을 만나시거든 잠시 앉아 쉬셔도 괜찮다. 이를 시비하는 조계종단의 유치함을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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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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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처를 째째하고 심술보로 만드는 중과
    인간을 향해 측은한 마음을 품는 부처를 가르치는 중중에
    누가 종교인일지...새로 만들어 갖다 놓은 돌이 보물이였으면 하나 사주라. 매일 깍아 팔아 먹게. 문통 까기에 정신없는 세월 보내시는 종교인들은 자신의 얼굴을 보고 용서 못하는 밤을 보내야 마땅하다. 이 또한 업이거늘...기독교인인 내가 나서야 할까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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