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천명관 감독·정우 '뜨거운 피', 3월 극장가 새 활력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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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2-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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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피' 3월 23일 개봉[사진=키다리이엔티]

이야기의 힘은 세다. 소설 '고래' '고령화 가족' 등을 통해 새로운 작법, 파격적인 구성으로 문학계를 뒤흔들었던 소설가 천명관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영화에 오랜 꿈을 가졌던 그인 만큼 영화 곳곳에서 고민하고, 공들인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영화 '뜨거운 피'의 이야기다.

3월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뜨거운 피'(감독 천명관) 언론·배급 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천명관 감독과 배우 정우, 김갑수, 최무성, 지승현, 이홍내가 참석했다.

영화는 1993년, 더 나쁜 놈만이 살아남는 곳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의 실세 '희수'(정우 분)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리고 있다. 천명관 작가의 영화감독 데뷔작으로 작은 도시 '구암'을 배경으로 먹고살기 위해 밑바닥에서 발버둥 치는 인물들을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그려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천명관 감독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극 중 '예전엔 그런 게 있었는데, 더럽게 살다 보니 다 잊어버렸다'라는 대사가 있다. 저도 영화를 만들며 어떤 기대를 했었는데 지금은 경황이 없다 보니 다 잊어버리고 말았다. 지나고 보니 제 인생의 재밌는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처음 연출에 도전하게 된 소감을 전했다.

'뜨거운 피'는 김언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해당 소설의 탄생기를 가까이서 지켜보고 조언해주었던 천 감독은 자연스레 '뜨거운 피' 연출을 맡게 되었다고. 천 감독은 "제가 영화 연출을 하게 될 줄 알았겠나. 세상일은 알 수 없다"라며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대본을 읽고 정말 재밌어서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연출하면 참 근사하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 대본이 다른 감독에게 넘어간다면 아까울 거 같았다. 욕심이 나는 작품이었다"라며 메가폰을 잡게 되는 과정을 설명했다.

'뜨거운 피' 3월 23일 개봉 [사진=키다리이엔티 ]


부산을 배경으로 밑바닥 인생의 이야기를 그리다 보니, 일각에서는 '또 부산 누아르 영화냐'라며 눈총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는 누아르 장르의 미덕을 살리면서도 기존 작품들 보다 더욱 현실에 발붙이고 생활과 밀접하게 다가가 새로운 지점들을 찾아낸다.

천 감독은 "부산 건달들의 영화는 많지만, '뜨거운 피'가 특별한 건 특별하지 않아서다. 그동안 누아르 영화에서 검은 양복을 입은 근사한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우리는 허름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부산 안에서도 낙후된 도시, 밑바닥 인생의 인물들이 치열함과 생존기를 다루며 다른 점들을 찾아낸다고 본다. 제가 이 이야기에 매혹을 느낀 지점이기도 하다"라고 거들었다.

천 감독의 말대로 '뜨거운 피'는 부산 안에서도 낙후된 가상 도시 '구암'을 배경으로 생활 속 인물들을 포착, 그들이 살기 위해 벌이는 진득하고 지저분한 분투를 담는다. 사실적이고 굵직한 이야기와 이를 매혹적으로 담아낸 천 감독의 연출력, 인물들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배우들의 호흡이 이뤄낸 결과물이다.

특히 인상 깊은 건 배우 정우의 내공이다. '바람' '쎄시봉' '재심' '이웃사촌' 등 다양한 장르에서 캐릭터의 매력을 120% 살려냈던 정우는 이번 작품에서도 작품과 캐릭터의 핵심을 꿰뚫는다. '뜨거운 피' 속 '희수' 역을 맡은 정우의 연기는 전작들을 모두 뛰어넘는다. 그가 계속해서 "힘들었다" "어려웠다"라고 털어놓은 속내가 허투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깊어진 내공을 엿 볼 수 있다.

정우는 "다른 누아르처럼 어깨에 힘 준 영화가 아니다. 한 사람의 치열한 생존을 본능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촬영하는 동안 어떻게 하면 '희수'를 조금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매번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하려고 했다. 제 마음이 잘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늘, 매 작품, 제 한계를 느끼는데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라며 진정성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영화 '바람', 드라마 '응답하라1994' 등 부산 출신 인물을 연기해 큰 사랑을 받았던 정우는 이번 작품에서도 걸쭉하게 사투리 연기를 소화한다. 그는 "부산 배경으로 사투리를 쓰는 역할을 맡을 땐 항상 반갑고 감사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긍정의 에너지를 받는 것 같다. 이번 작품 역시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라고 거들었다.

영화 '바람' '이웃사촌' 등을 통해 정우와 호흡을 맞췄던 지승현도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그는 '희수'의 오랜 친구이자, 라이벌 조직에 몸담고 있는 '철진'을 연기했다.

지승현은 "철진은 입체적인 캐릭터다. '악역'을 맡고 있지만, 내적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나름대로 이유 있는 선택을 한다. 대본에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지만 캐릭터를 위해 많은 설계를 했고 연기로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또 정우와 재회에 관해 "3년에 한 번씩 만난 셈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굉장히 반가웠다. 아무래도 서로의 호흡을 알다 보니까 편하게 촬영 할 수 있었고, 애드리브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테이크마다 다르게 촬영했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뜨거운 피' 3월 23일 개봉[사진=키다리이엔티 ]


OCN '경이로운 소문', JTBC '구경이' 등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이홍내도 스크린에서 선배들 못지않은 기세를 펼친다.

이홍내는 "이번 작품을 찍으며 모든 걸 배웠다"라고 운을 뗀 뒤, "배우라는 직업을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정우 선배님과 많은 호흡을 맞췄는데 그와 함께한 시간이 강렬하게 남아있다. (정우) 선배처럼 연기 잘하고 싶었다. 정우 선배가 없었으면 나는 이렇게 못 찍었을 거 같다. 그만큼 내게 많은 에너지를 주셨다"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해부터 극장가는 한국 영화 가뭄을 겪고 있었다. '스파이더맨: 노웨이홈' 이후 만족할 만한 성과도 거두지 못했을뿐더러 '더 배트맨' '언차티드' 등 블록버스터급 외국 영화만이 관객들에게 선택받았을 뿐이었다. 이대로라면 오는 4월에도 한국 영화들은 만나보기 어려워질 터. '뜨거운 피'가 관객몰이에 성공, 3월 극장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3월 23일 개봉. 상영 시간은 119분이고 관람 등급은 15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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