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흔들리는 안전자산 지위…위기에도 가치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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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2-03-1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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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 위기론이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엔은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대접받았다. 전쟁이나 재해 등 위기가 발생하면 엔의 가치는 언제나 치솟았다. 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를 맞은 엔은 다르다. 엔화 가치는 5년여만에 최저로 하락했다. 지난 15일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한때 118.45엔까지 올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한 지난달 24일 이후 엔화 가치는 3.2%(3.71엔)나 떨어졌다. 이는 주요 통화국 중 최고치다. 

이처럼 엔의 가치가 위협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차적으로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추세가 될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 차가 생기게 되면 자금은 금리가 더 높아진 미국 쪽으로 흘러가게 마련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 속속 매파로 돌아서고 있다. 그러나 디플레이션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일본은 이와 반대로 움직이면서 초저금리를 계속할 것을 예고했다.

금리 차에 따른 통화 약세 외에도 엔의 지휘를 위협하는 것은 또 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는 최근 일본 경제구조의 변화가 엔  가치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16일 보도했다. 일본의 수출 중심의 구조 속에서 엔은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의 제조업체들이 국외로 옮겨간 사례가 크게 늘었고, 일본의 수출규모도 크게 줄었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원전 비중을 급격히 줄이기 위해 화력발전 의존도가 높아진 것도 일본 경제가 에너지 가격에 민감한 체질로 변화하게 만들었다. 엔의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이 뛰면서 엔저는 기업들에게 더 큰 부담이 됐다. 

16일 발표된 2월 무역통계(속보치)에서는 일본은 7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이날 도쿄시장에서도 엔·달러 환율은 118엔 수준으로 움직였다. 재무부가 발표한 2월 무역통계(통관 기준)로 수출에서 수입을 공제한 무역수지는 6683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가격 상승을 비롯해 수입이 전년 동월 대비 34% 증가한 7조8583억엔으로 크게 늘었다,. 수출도 19.1% 증가한 7조1901억엔으로 20% 가까이 늘었지만 수입액의 확대가 더욱 컸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이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로 돌아선 것 역시 엔화 가치에는 타격을 줬다. 엔의 저금리 매력으로 성행했던 엔 캐리트레이드도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이자율이 낮은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이자율이 높은 해외 금융상품에 투자했던 엔 캐리트레이드는 엔화를 안전자산으로 만드는 데 크게 일조했다. 위험자산의 매력이 떨어지면, 투자자들은 이를 처분하고 다시 엔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앤 캐리트레이드가 줄면서 엔화 수요도 크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엔 가치 하락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또다른 엔화 가치 하락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생겨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수출이 약화하면서 엔화 가치가 하락하고 이는 또다시 기업들에 타격을 주면서 엔화 약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엔화 약세는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사진=AP·연합뉴스]


일본은행(BOJ)은 오는 17~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엔저를 막기위해 다소 매파적인 신호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들이 이미 긴축으로 옮기고 있어 추가 하락은 막기 힘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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