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만이 바꾼 기업] "코로나19로 계약 무산 위기… '고충 해결사' 덕에 극복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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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김경은 기자
입력 2022-03-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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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형기 에스에이씨(SAC) 회장 인터뷰

  • 해외 매출 비중 90% 기술 중기

  • 최종 계약 앞두고 코로나 사태

  • 발주처, 격리기간 탓 입국 주저

  • 중기옴부즈만이 면제 얻어내

한형기 에스에이씨 회장[사진=SAC]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3억5000만 달러(약 4300억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가 날아갈 뻔했으니까요.”
 
철강 플랜트(전기로)를 제작하는 중소기업 SAC의 한형기 회장은 코로나19 사태 초기를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당시 해외 기업들이 발주를 끊고 신규 수주마저 무산될 위기에 처하면서 회사는 최악의 경영난에 직면했다.
 
하지만 SAC는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3년째 지속되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도 반등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일까. 지난 10일 충남 당진 SAC 본사에서 한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세계에 이름 날린 국내 中企···코로나19에 ‘흔들’
 
1998년 설립된 SAC는 국내 합금철 설비 분야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합금철은 철강 생산 과정에서 철의 강도를 높이고 부식을 줄이기 위한 용도로 쓰는 첨가물의 일종이다. 합금철을 생산하는 설비가 합금철 전기로이며, 국내에서 생산되는 합금철 대부분이 SAC의 설비로 만들어진다.
 
SAC는 이전까지 유럽, 일본 등 해외 기술에 의존하던 합금철 전기로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2012년부터는 말레이시아에서 1억 달러 규모의 합금철 플랜트를 수주하며 세계 시장에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알렸다. 이후로도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잇따라 계약을 수주하며서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훌쩍 넘어섰다.
 

충남 당진에 위치한 에스에이씨 본사 전경 [사진=SAC]


 
한때 SAC의 해외 매출 비중은 90%에 육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각국이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추가 수주는커녕 발주‧공사 지연 등으로 기존 계약 건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 것.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175억원이던 매출은 이듬해 34억원으로 80% 급감했다.
 
한 회장은 “플랜트 사업은 계약 당사자 및 전문 인력이 수시로 왕래하며 회의하고 공사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며 “하지만 코로나19로 각국이 외국인 입국을 규제하면서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2020년 해외에서 발생한 매출은 제로(0)에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해외 바이어 입국길 막혀 계약 무산 위기···‘러키’ 외친 이유
 
신규 수주에도 차질을 빚었다. SAC는 2019년 4월 카자흐스탄 발주처와 업무협약(MOU)를 맺고 이듬해 하반기 최종 계약 협의를 앞둔 상태에서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혔다. 자가격리 조치 때문에 발주처 관계자가 입국을 꺼린 탓이다.
 
당시 카자흐스탄은 우리 정부가 2주간 수용시설 격리 후 입국 3일 이내에 추가 진단검사 의무를 부과하는 방역 강화 대상 국가 중 하나였다. 발주처 측은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국내에 입국하기를 주저했고, 한 회장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머리를 싸맸다.
 
문제는 생각보다 순조롭게 풀렸다. ‘고충 해결사’로 불리는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을 만나면서다. 박 옴부즈만은 매주 2~3회씩 지역 및 업계 간담회, 기업 방문을 실시하며 중소기업‧소상공인 관련 불합리한 규제와 애로를 개선하고 있다.
 
SAC의 이야기 역시 2020년 10월 실시한 현장 방문을 통해 알려졌다. 한 회장은 박 옴부즈만을 만나 이 같은 고충을 털어놨고, 박 옴부즈만은 바로 다음 날 대응반을 꾸려 중소벤처기업부, 국무조정실,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에 신속 지원을 요청했다.
 
그 결과 현장 방문 3일 만에 발주처 비자 우선심사 협조를 얻어냈고, 일주일 만에 격리 면제 승인이 이뤄졌다. 이후 카자흐스탄 발주처 관계자들이 입국해 최종 계약 협의를 하는 데까진 단 한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 회장은 박 옴부즈만의 방문으로 운 좋게 고충을 해결했다며 그와 만난 것을 “러키(Lucky)”라고 표현했다.
 
이후 SAC는 카자흐스탄 현지의 다른 기업 두 곳과도 계약 논의를 시작했고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 쿠웨이트 등과도 협상을 진행하며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SAC 매출은 전년 대비 250%가량 늘었고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코로나19에 잃어버린 2년 되찾을 때···中企 지원 절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잃어버린 2년을 되찾기엔 갈 길이 멀다. 카자흐스탄 건은 계약 체결 후에도 현지 상황으로 인해 아직 공사에 착수하지 못했고, 베트남 발주처와는 코로나19 이후 협상이 전면 중단되면서 조율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회장은 이처럼 수출 전선에서 뛰는 중소기업의 규제 애로가 큰 만큼 정부의 해소 노력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2012년 말레이시아 플랜트 수주 당시 현지 발주처가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에서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투자금을 지급해야 할 무보는 사업성 검증 등을 이유로 30개월인 납기를 한참 넘겼고 회사에 돈이 들어오기까지 총 6년이 걸렸다. 그사이 공사 비용을 마련하느라 차입금이 생겼고, 신규 수주도 하지 못하면서 회사가 망가졌다”며 “대기업이었으면 이름만 대도 쉽게 풀었을 문제지만 중소기업이기에 고충을 겪었다. 정부기관과 금융권의 중소기업 평가 방식을 개선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회장이 2015년부터 충남북부상공회의소 회장직을 맡고 있는 이유도 중소기업인으로서 겪은 어려움이 계기가 됐다. 그는 “중소기업 애로사항을 대변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를 이끄는 경영자로서는 코로나19로 중단된 사업을 재개하는 게 목표”라며 “올해 매출 5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형기 에스에이씨 회장 [사진=SAC]

한형기 에스에이씨 회장 [사진=S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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