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기업이 신명나게 뛰어놀도록, 옴부즈만은 오늘도 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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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입력 2022-02-1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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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2020년 10월 다급한 호소를 들었다. 철강플랜트(전기로)를 제작하는 모 중소기업은 당시 극심한 경영난에 놓여있었다. 해외 수주를 해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바이어와 만날 길이 막힌 탓이었다. 국내외 기업들이 발주를 끊으면서 2019년만 해도 100억원 규모였던 수주액은 2020년 전무한 상태로 곤두박질쳤다. 마침 카자흐스탄에서 바이어가 관심을 보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가 문제였다. 자가격리 2주를 감내하면서까지 방한해 계약을 체결할 구매자는 많지 않았다.
 
이 기업의 호소를 듣고 바로 대응반을 꾸렸고 중소벤처기업부, 국무조정실,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에 신속 지원을 적극적으로 요청했다. 결국 기업의 요청을 받은 지 3일 만에 카자흐스탄 바이어 측에 대한 비자 우선심사 협조를 얻어내고 일주일 만에 격리면제를 승인받을 수 있었다. 그 기업 대표는 400만 달러(약 48억원) 규모 계약을 맺었으며, 현재까지 카자흐스탄 측과 거래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 그 대표와 통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송수화기 너머로 꽤 상기된 목소리가 들렸다. “고맙습니다. 다음주에 다시 카자흐스탄에 가게 됐습니다”라고 했다. 아마 이 대표는 꽤 신명나게 비행기에 올랐을 것 같다.
 
옴부즈만 제도의 기원은 고대 로마시대 호민관에서 찾을 수 있다. 평민 중에 선출된 호민관은 귀족으로 구성된 원로원에 맞서 시민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후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 등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해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듣고 고충을 처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옴부즈만으로 일하면서 조금만 도와주면, 아주 조금만 규제를 바꿔주거나 다르게 해석하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기업의 사례를 다수 접한다. 카자흐스탄 계약 건을 호소했던 기업의 예가 대표적이다.
 
규제혁신은 정상적인 기업이 의욕적으로 투자하고 신명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디딤돌을 놓아주는 것이라고 본다. 시대에 뒤떨어진 관행은 바로잡고, 법과 규정은 오히려 기업의 활동을 든든하게 지원하는 버팀목이 돼야 한다.

개인과 국가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가성비가 좋은 방안이 무엇일까. 바로 기업인이 신명나게 일할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본다. 기업인이 그렇게 일할 수 있을 때 일자리가 늘고, 경제성장이 이뤄지고, 사회적 복지 수준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
 
지난 4년간 옴부즈만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기업들을 만나고, 듣고,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지만 지금도 많은 기업들이 옴부즈만의 문을 두드리며 여러가지 호소를 하고 있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이 시간에도 규제는 계속 다시 생겨나고, 기업들의 '힘들다'는 호소는 현재진행형이며, 여전히 공무원 조직 특유의 조심스러움은 갈 길을 멀게 하는 부분이 있다.
 
귀족으로 구성된 막강한 원로원에 맞서 시민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았던 로마 시대 호민관처럼, 불합리한 규제와 관성에 맞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이 시대의 호민관 역할을 다시 다짐하고 또 다짐해 본다. 이것이야말로 기업이 비전을 갖게 하고, 기업인을 신명나게 춤추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생각만 해도 덩실덩실 어깨춤이 나온다.
 
옴부즈만의 문을 두드리면 열린다. 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옴부즈만의 문을 두드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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