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 위기의 수소차, 최대 4000만원 정부지원금 유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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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기자
입력 2022-03-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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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역점 사업으로 꼽히는 수소차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궤도 수정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수소경제 로드맵’을 통해 2022년까지 수소승용차 누적보급 6만5000대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는 지난해 말 누적판매 1만9000여대에 그치면서 사실상 달성이 어려워졌다. 특히 수소충전소 부족 등 시장 안팎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지면서 수소차 시장에 대한 정부의 효율적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수소차 지원금 최대 4000만원, 판매 목표는 지지부진

우리나라의 수소차 정부지원금은 세계 친환경차 지원금 중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액수가 높다. 올해 수소차 국고보조금은 2250만원에 지자체 지원금은 최소 1000만원에서 1750만원이다. 지원금이 가장 많은 경기 화성시에서 6765만원의 2021년형 ‘넥쏘’를 구입하면 4000만원 저렴한 2765만원에 살 수 있다.

그럼에도 수소충전소 인프라 확충에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제4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보고된 전국의 수소 충전소는 131개며, 정부는 올해까지 수소충전기 310대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수소차 보급과 수소충전소 설치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은 지난해 4416억원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8928억원을 배정했다. 2025년 이후부터 수소차 보급 확대가 본격화하면서 2030년까지 660개의 수소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다는 청사진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월 17일 울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수소 경제와 미래 에너지, 울산에서 시작됩니다' 행사에 참석하기 전에 수소 활용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수소충전소의 높은 구축비용은 민간 참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수소충전소 구축비용은 중앙공급방식과 현장공급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현장공급방식의 경우 최대 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부지매입을 제외한 수소충전소 설치비용을 최대 15억원까지 보조해도 수도권 도심 지역은 상대적으로 비싼 땅값에 운영 채산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수소충전소에 적용한 각종 규제도 문제로 작용한다. 수소차 운전자들은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따라 충전소에서 ‘셀프 충전’을 할 수 없다. 반드시 수소충전소에 고용된 인원이 충전을 전담해야 하며, 안전관리자도 상주해야 한다. 수소차가 가장 많은 서울에 고작 5곳(양재, 상암, 국회, 강동, 마곡)의 수소충전소만 있는 것은 이러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안전을 우려한 지역 주민들의 반대 역시 도심 지역의 수소충전소 진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서울 양재 충전소에서는 지역주민들이 수소 폭발 가능성과 같은 안전 문제를 우려하며 충전소 구축을 강력히 반대한 바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국에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수소충전소는 정부 발표와 달리 100개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적어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400개 이상의 수소충전소를 확보해야만 수소차의 대중화 가능성을 그나마 타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아주경제]

수소차 외면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기술 혁신 없이 대중화 한계”

완성차 업체들이 수소차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의문이 달린다. 국내 유일의 수소승용차 ‘넥쏘’ 제조사인 현대자동차는 최근 진행한 CEO(최고경영자) 인베스터 데이에서 수소차를 거론하지 않았다.

현대차는 2019년 12월에 2025년까지 수소차 11만대를 판매하겠다는 미래 비전을 내세웠으며, 2020년 12월에는 수소를 활용한 연료전지 시스템 사업을 3대 핵심 사업 중 하나로 등장시키는 등 매년 수소차 비전을 구체화했다. 지난해는 수소 기술의 고도화를 통해 2040년까지 사회 전반에 수소에너지를 안착시키겠다는 ‘수소비전 2040’을 밝혔다. 이번 인베스터 데이에서도 새로운 수소 계획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현대차와 함께 수소차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일컬어지는 도요타가 전기차로 방향을 튼 것이 일부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GM과 폭스바겐 등 수소차 제조 역량을 확보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아직까지 수소차 출시를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미베 도시히로 혼다차 CEO가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인 오토모티브와의 인터뷰에서 “수소엔진의 기술적 문제로 수소차는 시장 주류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수소충전소 [사진=한국도로공사]

수소차의 기술적 과제로는 대표적으로 에너지 효율성이 거론된다. 연료 전지의 효율성 측면에서 수소차의 에너지 효율은 4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80%에 이르는 전기차의 절반 수준이다. 또한 수소차가 운행 중에는 유해가스를 배출하지 않지만, 충전용 수소를 얻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엄밀히 보면 친환경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에너지 효율성이 낮고 수소 제작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면 과연 친환경차라는 타이틀을 달아줄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고온의 수소와 고압의 질소를 결합시키는 하버 공정의 에너지 소비량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암모니아의 연소에서 얻을 수 있는 열량은 천연가스의 30% 수준이며, 암모니아 연소에서 발생하는 질소 산화물의 장기적 처리도 인프라 설비 측면에서 부담스럽다.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2021 넥쏘’ [사진=현대자동차]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2002년 미국의 제러미 리프킨의 ‘수소 경제’가 전 세계에 수소 열기를 불어넣었지만, 그의 장밋빛 전망은 기술 혁신을 배제한 개인적 바람에 가깝다”면서 “수소차가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차가 되려면 그린수소의 대량 생산이 이뤄져야 하지만 지금의 기술로는 규모의 경제 실현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는 지난해 원가절감이 가능한 3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을 밝혔지만, 당장의 기술 진보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더욱이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수소차에 공력을 집중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투명하기 때문에 지금은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충전 인프라 측면에서 수소차는 거점 활용이 가능한 상용차가 좀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며, 정부도 승용차보다 상용차에 초점을 맞추는 지원 방향을 검토하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선 인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재생에너지 사업은 미래 핵심산업 아니다”

한편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은 수소차와 관련한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미래를 위한 수소산업 투자 필요성을 일부 인정했지만, 대선 전 치러진 방송 토론회에서 수소산업이 정부의 진흥 산업이 아님을 강조했다. 당시 윤 후보는 토론회에서 블루수소와 관련한 이재명 후보의 질의에 “재생에너지 산업을 미래 핵심산업으로 보지 않는다”라며 “데이터과학, 인공지능(AI), 컴퓨터과학, 바이오 등이 오히려 핵심”이라고 말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수소차는 태생적 환경으로 인해 장기적 관점에서 연구개발(R&D)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며 “새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수소차 일방통행을 재고해야 하며, 업계 안팎의 의견을 두루 반영한 합리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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