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도 새롭게] 차기 정부 사법개혁 핵심은 '수사력 논란' 공수처·경찰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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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신진영 기자
입력 2022-03-0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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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지난 5년간 검찰 개혁에 공을 들인 문재인 정부에 이어 차기 정부에서도 사법 개혁은 핵심 화두가 될 전망이다. 검찰의 권력 비대화를 겨냥해 현 정부는 강력한 검찰 권력 분산을 천명했지만 정권 초기 2년 가까이 이어진 이른바 '적폐 청산' 과정에서 되레 역설적으로 검찰에 힘을 실어주는 모순을 초래했다.

살아 있는 권력 수사로 상징되는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검찰 개혁이 논의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시행한 것은 권력기관 견제 차원에서 나름 성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 과정이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성급하게 추진되면서 공수처와 경찰의 수사력 불신 논란 등 부작용을 낳으며 차기 정부의 개선 과제로 떠올랐다.  
 
급격한 수사권 조정 부작용 개선 목소리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차기 정부는 '국민의 안전' 관점에서 수사기관의 수사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5년간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 축소,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등 검찰 힘 빼기를 시도했지만 집권 초기 검찰 주도의 '적폐 청산' 수사를 여권에서 독려하며 개혁의 명분과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잖다. 

현 정부에서 검사장 승진을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의 직접수사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할 거였으면 집권 초기 했어야 했는데 이전 정부를 향한 정치 보복 성격의 수사 과정에선 아무런 말도 없다가 조국 사태와 원전 비리를 겨냥하니 인사권과 수사지휘를 통해 수사하지 말라는 시그널을 보낸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였다"고 전했다.    

급격하게 이뤄진 검경 수사권 조정도 차기 정부로선 부담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지난 1월 회원 변호사들을 상대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변호사 중 72.3%가 부정적인 답을 내놨다. 경찰의 법률 이해가 부족하다는 게 대표적인 이유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법리를 설명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변호사 77.2%가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67.3%는 '경찰의 법률 이해 정도가 부족하다'고 했다. 

김영종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장은 "경찰이 전적으로 사건을 책임지기 때문에 검사들도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대부분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면서 사건이 암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치안 약화로 이어진다"며 "경찰의 수사력이 강화된 상태에서 넘기면 괜찮은데, 사람은 그대로인데 수사권만 주니 국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기존 검찰 수사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큰 변수로 지목된 '대장동 의혹'에 대한 지지부진한 수사는 검찰의 수사 의지 부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란 지적이다. 재경 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검찰 개혁의 요체는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해서도 원칙대로 수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라며 "파격 인사나 기수 파괴 인사를 통해 일명 '정치검사'를 양산하는 관행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수처 불신 타개 핵심 과제···"인적 쇄신 필요"
공수처 개혁도 차기 정부의 대표적인 과제다. 공수처가 수사기관으로서 신뢰를 받지 못하는 건 출범 때부터 예견된 결과였다. 문 대통령은 2020년 12월 30일 판사 출신인 김진욱 당시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을 공수처장으로 지명했다. 차장에는 판사 출신 당시 여운국 변호사를 지명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수사 경험이 전무한' 판사 출신 두 명이 이끄는 수사기관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상당했다.

이런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공수처는 출범 1년 2개월간 '편파 수사' 논란과 '수사력 부족' 논란 등에 직면하며 곤욕을 치렀다. 여기에 단 한 건도 기소하지 못한 채 무용론에 휩싸인 상태다. 

수사기관의 생명인 신뢰도 면에서도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으로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말부터 법률상 수사 대상이 아닌 언론사 기자들의 통화 및 메시지 수·발신 내역을 '통신영장'까지 발부받아 조회한 것이 드러났다. 공수처 내부 인사들까지 통신자료 조회를 했다는 사실은 수사기관으로서 공수처에 대한 신뢰를 더욱 추락시켰다. 공수처 인사위원인 김영종 전 안양지청장과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도 통신자료도 조회한 것이 드러났다

법조계는 공수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선 새 정부가 국회와 협의해 대규모 인적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차기 대통령이 국정 전반을 관할하지만 공수처 개혁은 국회가 한다"면서 "공수처는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된 기관이기 때문에 공수처 기능이나 역할과 관련해서는 국회와 협치가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공수처 개혁에 실패하면 '폐지'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기 정부, 강력한 사법부 인사권···기류 변화 촉각
오는 5월 시작되는 차기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력한 사법부 인사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임기 중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헌법재판소장을 포함한 헌법재판관 전원을 임명하기 때문이다. 연이은 인사를 통해 차기 정부의 사법 개혁 방향이 정해질 수 있고, 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는 5월 10일부터 2027년 5월 9일까지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해 대법관 12명 임기가 끝난다. 당장 차기 대통령은 오는 9월 임기가 끝나는 김재형 대법관 후임자 인선을 시작으로 대법관들을 줄줄이 임명한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이념에 따라 사법부 기류가 전향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큰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뒤 인사권을 통해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보수화된 대법원을 진보 우위로 바꿨다.

수도권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미국도 연방 대법관이 9명인데, 상원 인준을 받기는 하는데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 바뀐다"면서도 "법원의 신뢰 제고와 정파성 판결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편향적인 인선을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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