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거센 후폭풍'...선거법·직무유기·선거무효, 얽히고설킨 법적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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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신진영 기자
입력 2022-03-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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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이틀 앞두고 사전투표 논란 후폭풍이 거세다. 코로나19 확진·격리자의 투표용지를 선거관리위원이 투표함에 대신 넣어주는 등 선관위의 이른바 '역대급' 부실한 투표 관리가 행해졌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는 상당하지만 선거 무효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7일 오전 10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제20대 대통령 선거 본 투표일인 9일에는 코로나19 확진·격리자도 기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난 4~5일 사전투표 당시 코로나19 확진·격리자 투표용지 운영·관리가 부실했다는 유권자들의 거센 비판에 따른 것이다.

이번 사전투표에서는 격리 대상 유권자들의 투표용지를 별도 봉투에 담아 선거사무보조원이 투표함에 넣는가 하면 투표용지가 쇼핑백이나 바구니 혹은 컵라면 용기 등에 허술하게 보관되는 일이 발생했다. 심지어 특정 후보가 기표된 투표용지가 배포되는 사례도 발생하며 유권자 불만이 가중됐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인 투표함에 직접 투표용지 넣어야"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전투표 논란과 관련해 선거인이 투표용지를 직접 사전투표함에 넣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잖다. 김의택 변호사(법무법인 성지 파트너스)는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사항은 공직선거법상 선거인이 직접 사전투표함에 넣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직선거법 제157조 4항은 '선거인이 투표참관인 앞에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58조 4항은 '사전투표의 경우에도 선거인이 회송용 봉투에 넣어 봉함한 후 사전투표함에 넣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본 투표와 사전투표 모두 '직접선거 원칙'을 준수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제151조 2항·3항에 따라 투표함을 2개 사용할 수 없어 부득이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151조 규정이 헌법상 원칙을 담은 제157조와 제158조보다 그 효력이 우월하다고 볼 수 없어 향후 법 위반 논란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김의택 변호사는 "이번 논란은 헌법상 직접선거 원칙과 비밀선거 원칙까지 논란이 될 사항으로 보인다"며 "투표함을 2개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은 헌법상 원칙이 아니라 공직선거법상 원칙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직접선거를 규정한 제157조와 제158조보다 효력이 우월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선거 무효 사실상 '불가능'···직무유기 인정도 어려워"
법 위반 소지가 상당함에도 선거 무효로까지 나아가기에는 무리라는 의견이 다수다. 선거 관리상 문제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제224조는 '선거에 관한 규정에 위반된 사실이 있는 때라도 그것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에 한해 선거의 전부나 일부의 무효'를 결정하거나 판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 선관위 상임위원(1급) 출신인 안병도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은 "후보들 간 표차가 크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 관리상 문제가 있고 그것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입증되면 민사상 선거무효 소송이 가능하다"며 "관리상 문제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느냐에 대한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인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224조에서 말하는 '선거규정 위반 행위' 자체도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공정 선거 방해행위가 있어야 한다. 대법원은 1969년 7월 특정 후보의 당선을 위해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불법적인 선거운동이나 유권자의 자유의사에 의한 투표권 행사를 저해하는 행위를 하는 등 선거의 자유와 공정이 현저히 보장되지 못했을 때 선거 무효의 사유가 된다고 판시했다.

지난 6일 노정희 선관위원장이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당한 것과 관련해서도 선거법 전문가들은 직무유기 구성 요건인 '고의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선거법 전문인 황정근 변호사(법무법인 소백)는 "직무유기는 고의성이나 목적성이 인정돼야 하는 등 구성 요건이 엄격하다"며 "그런데 선관위나 동사무소 직원들이 그런 목적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는 않고 철저히 사전 준비를 하지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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