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웹 3.0' 열풍의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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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2-02-1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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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좀처럼 와닿지 않는 '웹3' 또는 '웹(web) 3.0'이라는 용어가 대유행이다. 사람들이 전부터 어디서 봐온 것을 바꿔 부르는 용어인 '메타버스(metaverse)'와 달리 웹 3.0이 많은 사람들에게 실체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웹 3.0은 미래에 대한 비전이고 아직 실현되기 전의 아이디어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웹 3.0은 영국 컴퓨터과학자 개빈 우드(Gavin Wood)가 지난 2014년부터 블록체인·암호화폐 기술을 바탕으로 실현될 것이라고 내세운 차세대 인터넷 비전을 지칭한다. 그는 2014년 4월 17일 자신의 블로그에 'Ðaps: What Web 3.0 Looks Like'라는 글을 올림으로써 요즘 유행하는 웹 3.0의 원조격 개념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웹 3.0의 핵심 아이디어는 '익명의 저수준 메시징 시스템과 합의 엔진', '탈중앙화·암호화된 정보 발행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는 "영(零)신뢰 상호작용 시스템(zero-trust interaction system)"으로 요약된다. 그는 2014년 4월 미국 매체 '비트코인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웹 3.0 비전의 핵심 요소와 이를 뒷받침하는 주요 기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좀 더 풀어서 설명하기도 했다.

"인터넷은 우리에게 전 세계의 개인과 소통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을 제공하지만 그들과 합의(agreement)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예를 들면, 전자상거래사이트의 사례에서) 거래 상대를 직접 신뢰하거나 그들을 보증하는 제3자를 신뢰해야 한다. 둘 다 부정행위(abuse)에 취약한데, 이 부정행위는 블록체인 기반 기술로 완화하거나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유형이다. 웹 3.0을 실현하기 위해 살펴봐야 할 두 가지 핵심 기술 중 첫 번째는 일정한 익명성을 보장하고 참여 인센티브화를 허용하는 추가 조치를 포함해, 변경되지 않는 웹사이트 콘텐츠와 레이아웃을 기술하는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자주 바뀌거나 시간에 민감한 전자상거래 사이트의 항목 같은, 현재 상태와 관련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두 가지를 서로 분리함으로써 인터넷 연결이 느려도 전자상거래 사이트와 최대한 상호작용하고 정적인(static) 정보는 일부 오래된 것이라 하더라도 미리 내려받아 즉시 불러냄으로써 사용자의 경험을 최적화할 수 있다."

기술 기반에 초점을 맞춘 개빈 우드의 웹 3.0에 관련된 글이나 발언이 적어도 일반인들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한다는 점은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백서에 제시된 초기 블록체인 아이디어와 마찬가지다. 하지만 개빈 우드는 비탈릭 부테린과 함께 시가총액 2위 암호화폐인 이더리움(ethereum)을 탄생시키고, 2016년엔 여러 블록체인의 연결 기술인 폴카닷(Polkadot) 프로젝트를 설립한 업계 유명인사다. 블록체인 산업이 부흥하면서 그가 제시한 웹 3.0 유행의 물결도 함께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무슨 얘길 하든 직접적으로 그게 틀렸다고 논증하기 어려울 만큼 일반인들에게는 범주와 정의가 모호한 용어이기 때문에, 정보기술(IT) 업계의 마케팅 용어로 활발하게 채택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연간 수천억원 내지 조 단위의 매출을 내고 있는 게임사와 온라인 사업자들이 웹 3.0과 관련된 사업적인 비전을 성장 전략으로 내걸었다. 얼마 전부터 웹 3.0 비전은 작년 메타(전 '페이스북')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미국 빅테크 기업과 국내 수많은 디지털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으로 점찍은 메타버스와 맞물려 회자되고 있다.

물론 회의론은 언제나 존재한다. 웹 3.0이 제시하는 비전이 고스란히 실현될 수 있다고 보지 않는 학계와 산업계의 인사들이 있고, 웹 3.0의 실현을 위한 산업계의 도전이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질 것인지도 미지수다. 웹 3.0의 핵심 기반으로 언급된 '탈중앙화' 시스템은 블록체인을 연상시키지만 이 블록체인조차 등장한 지 10여년이 지났음에도 기존 중앙화·계층화 구조로 운영되는 인터넷의 역할을 거의 대신하지 못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모바일 앱으로 암호화폐거래소에서 코인을 사고팔거나 코로나19 예방접종 증명을 하는 것처럼 인터넷과의 절충적·보완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사람들은 사업전략에 웹 3.0 비전을 포함하고 있는 기업들의 발표 속에서 이미 익숙해진 방식을 확장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준다든지,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면 큰 이익으로 돌려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흔히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실 요즘 알려지고 있는 것과 달리 개빈 우드는 웹 3.0이라는 표현을 창조해낸 사람이 아니다. 웹 3.0이라는 용어는 2000년대 중반에 처음 만들어졌다. 적어도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의 등장 이전인 2006년부터 뉴욕타임스 등의 대중 언론을 통해 웹 3.0이라는 표현이 쓰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의 웹 3.0 비전에 담긴 아이디어와 과거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쓰인 과거 웹 3.0의 개념은 그 범주나 성격 면에서 차이가 있다. 과거 웹 3.0의 구성요소에는 '월드와이드웹'의 창시자인 팀 버너스 리가 인터넷의 보급 초기에 제안한 '시맨틱 웹(semantic web)'이 포함됐다. 시맨틱 웹은 인터넷의 정보와 그 의미를 사람뿐 아니라 기계(컴퓨터)가 읽고 이해한 다음, 사람에게 더 편리하게 가공·재구성할 수 있는 환경을 뜻했다. 보기에 따라 오늘날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제공하는 주요 서비스들이 시맨틱 웹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웹이 아니라 외부에서 접근할 수 없도록 자체적으로 수집하고 구조화한 데이터를 이용한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임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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