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노동시장, 오미크론 영향 '미미'...예상 밖 호조 속 '커브 플래트닝'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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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2-02-0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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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상 밖 '월 50만' 신규 고용...2년물 국채 금리 급등

  • 장·단기 국채 금리차 좁혀질수록 경기 둔화 암시해

미국의 노동시장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B.1.1.529) 확산세에도 견조한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시장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더욱 강한 긴축을 기대하면서 미국 국채 금리를 끌어올렸다. 

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1월 고용보고서는 해당 기간 미국의 비(非)농업 부문 신규 고용자가 46만7000명 증가했다고 집계했다. 이는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망치인 15만명 증가를 크게 웃돈 수치일 뿐 아니라, 블룸버그의 집계(12만5000명 증가)와 비교했을 때는 무려 네 배나 높은 수치다. 

앞서 시장에는 미국의 노동시장이 오미크론 확산세의 영향을 받아 일시적으로 위축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연초 미국의 신규 확진자가 하루 10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기에, 상당수의 사업장이 문을 닫았고 노동자들 역시 감염 또는 밀접접촉으로 직장에 나오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컨센서스(전문가 전망치)는 2개월 연속 '20만명 증가 하회'를 가리키고 있었으며 일각에서는 신규 고용 감소세를 예상하는 전망까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집계에선 1월 신규 고용뿐 아니라 앞선 통계치 역시 상향 조정되며 미국 노동시장이 코로나19 재유행에도 탄탄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신규 고용자 수를 당초 19만9000명 증가에서 51만명 증가로, 같은 해 11월은 24만9000명 증가에서 64만7000명 증가로 수정했다. 
 

미국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 건수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특히 지난달 고용 집계에선 미국 내 거의 모든 업종에서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경제활동 상황에 대한 오미크론 확산세의 영향이 미미했다는 사실도 나타났다. 지난 1월 동안 레저·접객업에서 15만1000개, 전문사무 서비스업에서 8만6000개, 소매업에서 6만1000개가 각각 증가했으며, 경제활동 참가율 역시 전월 대비 0.3%p(포인트) 상승한 62.2%로 나타났다. 

연준이 노동시장 회복세를 평가하기 위해 주시하는 지표인 경제활동 참가율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2020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CNBC는 해당 수치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과 비교했을 때 격차를 불과 1.2%p까지 좁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구인사이트 집리크루터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줄리아 폴락은 뉴욕타임스(NYT)에서 "인재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고용주들이 바이러스 확산에도 물러나지 않았다"면서 "감염자 급증세가 곧 끝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전월 3.9%에서 4%로 소폭 올랐다. 다만 이는 여전히 연준이 목표하는 완전고용 상태(실업률 4% 이내)에 기술적으로 머물고 있는 수준이다. 

한편 1월 미국의 시간당 노동자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23센트 증가한 31.63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이 전년 대비 5.7%나 급증한 것으로, 향후 임금 부담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장의 지적에 더욱 힘을 실었다. 

노동자 평금 임금 상승률은 최근 시장이 고용보고서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수치다. 임금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기업의 비용 부담이 늘어날 뿐 아니라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고착시켜 '고(高) 물가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커브 플래트닝' 한발짝 앞...커브 플래트닝이란?
이와 같이 1월 노동보고서가 노동시장의 견조한 호조세와 인플레이션 우려 강화를 가리키자, 국채 시장 역시 빠르게 움직였다. 연준이 3월 15~16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0.5%p(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하거나 연내 4~5회 금리인상을 실시하는 등 더욱 강한 결정을 내릴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이날 장중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2020년 1월 이후 최고치인 1.93% 수준까지 올랐으며, 2년물 금리는 장중 1.328%까지 가파르게 급등한 후 0.316% 수준에서 마감했다. 이에 따라 장·단기 금리차는 더욱 좁혀지며 미래 시점의 경기 침체를 암시하는 '커브 플래트닝' 상황에 한발 더 다가섰다. 
 

10년물과 2년물 미국 국채의 금리 차이 추이 [자료=Y차트]

장·단기 금리 차이가 작아지면서 두 국채 금리의 곡선(채권수익률곡선·일드커브)이 편평해지는 상태를 '커브 플래트닝(yield curve flattening)'이라고 부른다. 커브 플래트닝 상황은 일반적으로 경기 둔화 혹은 침체의 전조로 받아들여진다. 

일반적으로 국채 금리는 장기물의 금리가 단기물의 금리보다 높은 상황(일드커브 우상향)이 자연스럽다. 이는 국채를 시장 참여자들이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한 방법(헤지·hedge)의 하나인 안전자산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채 금리는 당장 가까운 시점보다 더 먼 미래 시점의 경제 환경이 더욱 불확실한 상황을 반영한다. 

경기 전망이 악화해 투자 수요가 장기물 국채로 더욱 몰리게 되면, 장기물 국채의 가격은 높아지고 금리는 낮아지면서 수익률 곡선의 기울기는 완만해진다. 채권의 가격과 금리는 반비례한다. 단기물 국채의 금리의 경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특히, 연준이 올해 4~5회 이상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만큼, 최근 단기물 금리는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연준의 금리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의 커브 플래트닝 경향은 연준이 금리를 너무 빨리 올려 미래 시점의 경제활동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커브 플래트닝 현상이 가속화할 경우 연준이 결국 대차대조표 축소 시점(양적긴축·QT)을 앞당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준이 국채시장 혼란을 조정하기 위해 일부 자산시장에 대한 충격을 감수하고 '보유 국채를 내다 팔아 금리를 강제로 조정하는' 더욱 강한 정책 도구를 꺼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지난 1월 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은 아직까진 기준금리 조정이 통화정책의 주요 도구라고 명시한 상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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