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성악가 조수미가 다시 태어나면 성악가를 안하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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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2-02-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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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에서 최고가 된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힘든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왔다는 것이다. 성악가 조수미는 지난 35년간 최고, 최초의 타이틀을 수없이 거머쥐었다. 힘들고 슬픈 일이 있으면 감정 표현을 잘해야 마음의 병이 생기지 않는데, 무대에서 대중들을 만나는 직업의 특성상 그러기가 쉽지 않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과연 그는 힘들고 슬픈 일이 생기면 어떻게 극복을 하고 있을까?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김호이 기자]



Q. 슬픈 일이 있어도 티를 내지 못하는 등의 딜레마를 느낄 때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걸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요?

A. 무대에 오르면서 매번 행복하고 자신만만하게 하지는 못해요. 최소한 제 공연을 보러 오신 분들이 공연이 끝났을 때 행복하고 여운이 남는 공연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요. 저도 사람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일들로 힘들 때가 있는데, 무대에 서면 거짓말처럼 잡념과 걱정들이 사라지고 좋은 기운을 받거든요. 그래서 제 스스로도 놀랄 때가 많아요. 어렸을 때부터 무대에 서면서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아티스트라는 게 확고하기 때문에 무대에 서면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습관이 생긴 것 같아요.
 
Q. AI 연주자와 협업을 하셨는데요,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굉장히 무서웠어요. 사람과 함께 협업을 할 때는 실수도 있고 호흡이 안 맞을 때도 있는데, AI 피아니스트는 실수를 하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너무 부담이 되기도 했어요. 획기적이긴 했지만 기계적으로 연습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다시 태어나면 성악가를 안 하신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나요?

A. 생각해 보니 제가 다시 태어나면 성악가를 안 한다는 투정을 몇 번 했더라고요. 성악가는 몸이 악기이다 보니 컨디션 조절이 너무 힘든 거예요. 그래서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아요.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되니까, 세상의 즐거움을 모르고 사는 사람이 돼버린 거죠. 그래서 그런 투정을 부린 건데 사실 노래가 아니면 제가 할 게 없어요. 그래서 계속 하려고요.
 
Q. 30년 이상 롱런하고 계신데요. 나이가 들수록 목소리를 관리하기 힘든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스스로 생각했을 때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A. 제 성격이 소심하지는 않은데 세심해요.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들도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감기에 안 걸리는 거예요. 저로서는 목이 생명이거든요. 그리고 제가 워낙 오래 해외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오게 되면 따뜻한 느낌을 받아요. 해외 무대에 섰을 때는 “얼마나 잘하나 보자”라는 시선들이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눈물이 날 정도로 따뜻한 감정을 받습니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아름다운 노래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Q. 코로나로 인해 음악인생에 있어서 달라진 것이 있나요?

A. 클래식 아티스트로서 인터넷의 중요성을 깨닫고 싶지 않았어요. 팬데믹을 통해서 자연적인 소리를 전화 등을 통해서 전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근데 이탈리아에서 코로나로 인해 죽은 친구와 사람들을 보고 나도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휴대폰으로 아베 마리아를 부르게 된 거예요. 그 후에 반응이 좋아서 내가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술인들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중요한 시기라고 느꼈습니다. 
 
Q. 선생님께서 호랑이띠이시고 올해가 호랑이의 해인데 호랑이의 기운을 받아서 하고 싶은 게 있나요?

A. 나이는 생각하지 않으면서 사는데 혹호랑이의 해라고 하니까, 좋은 기운을 받고 있고 재밌는 것들을 많이 해보려고 해요. 근엄하고 진지한 아티스트가 아니라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유쾌한 아티스트로 남고 싶어요.
 
Q. 조수미 선생님께서는 양궁 김제덕 선수에게 글로벌 마인드 중에 어떤 걸 가르쳐주고 싶으신가요?

A. 저는 김제덕 선수를 보면서 타고 났다는 생각을 해요. 재능이라는 건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개인적인 것보다 나라와 세계적인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나라를 빛내면서 역사적인 선수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사진= 김호이 기자]



Q. 선배로서 후배 아티스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세계적인 무대에 서는 젊은 아티스트 분들이 많아요. 근데 세계적인 무대에서 1등을 했다고 해서 롱런을 하는 건 절대 아니에요. 많은 것들이 필요한데 첫 번째는 건강이고요. 그리고 언어를 잘해야 돼요.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언어를 못하면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하거든요. 그리고 노래만 잘해서는 안 돼요. 카리스마와 좋은 성격 등이 있어야 돼요. 저는 후배들에게 세계적인 아티스트로서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다 가르쳐주고 싶어요. 
 

[사진= 김호이 기자/ 성악가 조수미가 전하는 메세지]

 

[사진= 김호이 기자/ 성악가 조수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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