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위기에…中 휘발유·경유 가격 4년래 최대폭 인상

  • 이란 사태 여파로 국제유가 급등

  • 中, ℓ당 휘발유 최대 0.58위안 인상

  • 인플레 압력에…통화정책 영향 미칠까

9일 저녁 중국의 한 주유소 앞에 기름을 넣으려는 승용차들로 긴줄이 늘어서 있다 사진웨이보
9일 저녁 중국의 한 주유소 앞에 기름을 넣으려는 승용차들로 긴줄이 늘어서 있다. [사진=웨이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중국이 휘발유와 경유 소매 가격을 약 4년 만에 최대폭으로 인상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10일 0시부터 휘발유와 경유 소매 가격을 각각 톤(t)당 695위안, 680위안 인상한다고 9일 오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리터(ℓ)당 95호 휘발유는 0.58위안(약 123원), 92호 휘발유는 0.55위안, 경유는 0.57위안 오른다. 조정 이후 가격은 ℓ당 92호 휘발유 7.65위안, 95호 휘발유 8.18위안, 경유 7.29위안 수준이 된다. 이는 2022년 3월 이후 최대 인상폭이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현지 언론은 연료탱크가 50ℓ인 일반 승용차 기준으로 92호 휘발유를 가득 채울 경우 기존보다 약 28위안(약 6000원)을 더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발개위의 발표 후 9일 밤 전국 각지 정유소 앞에는 유류 가격 인상 전 미리 주유를 하려는 차들로 긴 줄이 늘어섰다는 보도도 나왔다. 

중국의 정제유 가격은 시장에 맡겨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가격 상한선을 정해 관리하는 방식이다. 보통 10영업일마다 국제 유가 변동을 반영해 가격 상한선을 조정하며, 국제 원유 평균 가격 변동 폭이 기준치를 넘으면 그만큼 소매가격이 조정된다.

최근 이란 사태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커지고 걸프 지역 원유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국제 유가는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중국의 이번 가격 인상도 이러한 유가 급등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은 앞서 중동 지역 공급 차질에 대비해 자국 정유사들에 디젤과 휘발유 수출을 중단하고 이미 계약한 선적 물량도 취소할 것을 지시했다고 블룸버그 등 외신이 보도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자 2대 소비국인 중국은 그동안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해 원유 비축 확대, 전기차 전환, 신재생에너지 확대, 육상 석유 파이프라인 구축 등을 통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해왔다. 미국 CNBC는 “유가가 4년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지만 중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충격에 덜 민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1월 기준 중국 육상 저장시설의 원유 비축량은 약 12억 배럴로 추정된다. 약 3~4개월치 수요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고(高)유가 추세가 장기화할 경우 중국 경제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3%로 전월(0.2%)보다 크게 오르며 약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가 상승 영향이 반영될 경우 3월 물가 상승 폭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는 41개월째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올해 2분기에는 플러스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전했다.

인플레 압력이 커지면 중국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ING그룹 린 송 수석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에너지 공급 차질이 지속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화될 경우 정책 입안자들이 보다 신중한 노선을 택해 2분기 예상했던 금리 인하 시기를 미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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