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올해 법원도 '문전성시'...새 주인공은 경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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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입력 2022-01-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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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법원은 경제인 재판으로 한층 더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때리기에 이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등 새로운 규제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주요 대기업들은 안전 관리를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관련 전문 경영인을 두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27일 현대중공업은 안전 업무를 총괄하는 최고안전책임자(CSO)에 노진율 사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도 최근 기존에 없던 CSO직군을 만들었다.

삼성전자는 경영지원실장(CFO)이 최고리스크담당책임자(CRO)의 역할을 하고 있다. LG전자와 LG이노텍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CRO를 겸직한다. SK하이닉스는 곽노정 사장이 제조기술담당에서 안전개발제조총괄로 업무 범위를 확대했다. 대한항공은 이수근 부사장을 CSO로 임명했다.

삼성중공업은 윤종현 부사장을 CSO로 임명했고, GS칼텍스는 이두희 사장이 CSO를 맡고 있다.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는 각각 김영환 전무와 김성희 전무를 최고안전환경책임자(CSEO)로 선임했다. 현대오일뱅크는 고영규 부사장이 안전생산본부장을 맡으며 CSO 역할을 한다.

각 기업은 안전관리 책임자를 세움과 동시에 관련한 권한도 부여했는데, 이는 안전사고 발생 시 이들이 법정에 서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보면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자를 5인 이상 사업장의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로 두고 있다. 다만 경영책임자의 경우 안전 관리와 관련한 권한은 없이 관리자 직분만 있으면 사업주에게 책임이 돌아간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해석이다.

문제는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형식적으로는 판례에 따라 재판을 하지 않고 오로지 법전에 따라 판결을 내리는 성문법주의다. 하지만 대법원의 결정이 사실상 하급 법원의 판단에 대한 구속력을 가지며 이를 뒤집기 힘들다는 이유로 인해 판례법도 적용된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그 때문에 경제계는 첫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누구인지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해당법은 정부부처는 물론 검찰과 법원이 안전 문제를 두고 총수를 불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기업 길들이기, 여론에 따른 총수 마녀사냥으로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향후 있을 대법원의 첫 판단은 CSO의 역할을 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들을 기업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영책임자로 볼 것인지, 그저 관리인으로 볼 것인지가 문제다.

두 번째는 책임 범위인데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CSO가 단순히 총알받이로 전락할 수도 있다. 사고 발생 시 경영인이 책임진다는 기준이 정립된다면 CSO는 회사 생활의 끝을 감옥에서 보내야 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도로교통법을 아무리 강화해도 교통사고를 없애기란 불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마찬가지로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안전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이 안전에 더욱 투자하고, 관리하며 사고를 최소화하도록 한다는 취지로 인해 빛나는 것이다. 처벌에 중점을 둔다면 악법이 될 뿐이다.

이미 시행하기로 한 법이니, 제대로 했으면 한다. 기업의 목을 죄는 수단으로 기능하기보다는, 진정으로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고 우리 기업들의 안전 의식을 제고하는 법이 되길 기원한다.
 

김성현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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