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섭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전 중소기업청장]


 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 2022년은 대한민국 미래에 중요한 해가 되고 있다. 지구촌을 전대미문의 대혼란에 빠뜨린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 2년 만에 조만간 풍토병처럼 철마다 유행하는 엔데믹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면서 세계 경제는 경제 회복의 긍정적 전망과 인플레이션 및 양적긴축에 따른 부정적 전망이 혼재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갈등에 따른 탈중국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대외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로서는 절호의 기회와 절체절명의 위협이 상존하고 있다. 북한 핵 문제에 따른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는 미국과 중국이 대치하는 대만 문제, 미국과 러시아가 대치하는 우크라이나 문제와 더불어 일촉즉발의 지정학적 위기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기후 위기에 따른 탄소중립 정책은 새로운 세계적 환경 및 무역 규범으로 제조업 비중이 큰 한국 경제와 기업에 험난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광속의 기술 변화, MZ 세대 부상 등 세대의 변화, 자본주의 변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경영 기조의 변화 등 모든 면이 동시에 급변하는 초변화 대전환 시대는 대한민국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인 것이다.
 
이러한 중차대한 시기에 향후 5년간 대한민국호를 이끌 지도자를 뽑는 대통령 선거의 시대적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많은 난제들은 복합적이고 상호연관성이 커서 종합적 안목과 정확한 상황 인식이 필수적이다. 경제 정책도 작금의 초변화 대전환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정치·경제·기술·안보·무역의 역학관계를 간파해야 한다. 향후 우리나라는 통화 정책 등 거시경제 정책도 중요하나 기업을 중심으로 한 미시경제 정책이 매우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 세계 정부가 매진하고 있는 혁신과 일자리 창출의 원천은 기업이기에 기업 정책의 획기적 혁신이 시급하다.
 
우리 기업 정책 혁신은 무엇보다 먼저 바닥에 떨어진 기업인의 사기와 기업가 정신의 회복에서 시작해야 한다. 얼마 전 기업인들을 만나면 기업 경영이 갈수록 어렵다고 호소했는데 요즘은 지쳐 회사를 팔고 싶다는 체념에 가까운 얘기를 듣는다. 강한 군대의 힘은 군인의 사기에서 나온다. 사기가 떨어진 기업인에서 강한 기업, 강한 경제를 기대하기 어렵다. 말로만 하는 기업인 사기 진작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계 간의 긴밀한 협력으로 기업인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각종 반기업적 규제와 제도, 정책을 속히 혁신해야 한다. 과거 압축 성장에 따른 정경유착과 특혜 시비로 조성된 우리나라 특유의 반기업 정서를 친기업 정서로 바꾸기 위한 정부와 시민 사회의 노력도 시급하다. 혁신을 위한 노력과 정당한 노동의 가치 추구보다 부동산, 주식, 코인에 '영끌'하는 우리 사회의 가치체계와 기업가 정신 추락 문제도 우리나라 성장 잠재력의 회복을 위해 국가적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대한 과제이다. 기업인의 사기 진작과 기업가 정신 회복은 국가적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
 
둘째로, 기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를 통한 ‘모든 기업의 테크기업화’ 정책이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끄는 기술혁명에의 대응 없이 기업도 경제도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세계경제 패권을 건 미·중 경쟁도 핵심은 기술패권 경쟁이다. 이제 과학기술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자 기업 경쟁력인 것이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R&D(연구개발) 투자 비율을 의미하는 R&D 집약도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1, 2위 수준이니 과학기술 경쟁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 될 것이라 가정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해외 시장에서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 선도국과 일부 산업이 아니라 사실상 대부분의 산업에서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학기술 경쟁력은 R&D 집약도보다 R&D 투자 절대금액이 더 중요하다. 미국의 R&D 절대금액은 우리의 10배에 가깝고, 중국은 5배, 일본은 2배이다. 세계 최고의 R&D 집약도를 내세우며 R&D 투자는 많은데 성과가 미흡하다고 R&D 투자 규모보다 효율 제고가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은 일면 일리가 있어 보이나, R&D 성과는 R&D 투자 절대금액과 장기간 기술축적에서 나온다는 과학기술 특성을 간과한 설익은 주장이다. 우리 R&D 투자 절대금액을 미국, 중국 수준까지는 어렵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와 경쟁 산업이 많이 겹치는 일본 수준으로 대폭 올려야 한다. 정부 R&D 투자를 일본 수준인 현재의 2배로 점진적으로 증액하고 민간 기업 R&D 투자 역시 2배 수준으로 확대하기 위한 세제 지원, R&D 인재 양성 등 강력한 인센티브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선택과 집중, R&D 효율 제고, R&D 거버넌스 체계 혁신 등 국가 R&D 정책 혁신도 병행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기술 혁신이 관건인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ESG 대응 등 시대적 핵심 과제에 있어서 우리 기업의 리더십을 확보하길 기대한다.
 
셋째로, 초변화 대전환 시대에 대응하는 인재 양성을 위한 특단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기술 혁명, 이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경제 등 비즈니스 모델 혁명에 대응하려면 초중고교생과 대학생은 물론 기업 재직자, 공무원, 일반 국민까지 전 국민 교육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초중고교 및 대학교 교육은 디지털 시대 모든 직업에 필수적인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을 강화하여 디지털 인재의 기본 자질을 육성해야 한다. 인문학, 기업가 정신, 소프트웨어 등 기본 소양의 함양은 기본이다. 기업 재직자, 공무원, 일반 국민에 대한 교육은 기본 소양은 물론 직업·직능에 맞는 AI(인공지능), 데이터 등에 대한 평생 교육 체계를 서둘러야 한다. 특히, 초변화 대전환 시대에 정부 정책의 대혁신을 위해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포함한 공무원의 재교육이 시급하다. 모든 일은 사람에 달려 있기에 인재 양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인재 양성은 정부의 전 부처는 물론 지방정부, 민간기업도 참여하는 전 국민 재교육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여 추진해야 한다.
 
넷째로, 혁신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기존 기업의 성장과 함께 스타트업·벤처 기업의 육성을 중심으로 한 혁신 성장 정책을 가속해야 한다. 우리나라 스타트업·벤처 정책을 되돌아보면 시사점이 많다. IMF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김대중 정부의 스타트업·벤처 육성 정책이 1차 벤처붐을 일으키는 데 성공하였으나 대출 중심의 육성에 따른 신용불량자 양산으로 버블이 꺼지며 10년간의 암흑기를 맞았다. 과거 실패 경험을 살려 박근혜 정부에서 투자 중심의 스타트업·벤처 육성 정책으로 다시 불을 지펴 2차 벤처붐의 단초를 만들고 문재인 정부에서 대규모 벤처 펀드 조성 및 투자로 이를 지속 발전시켜 역대 최고의 벤처붐이 진전되고 있다. 정부가 바뀌어도 일관된 정책, 여야 및 민관 협력으로 만든 성공 사례이다. 차기 정부에서도 스타트업·벤처 중심의 혁신 성장 정책을 새 시대에 맞게 더욱 보완·발전시키길 기대한다.
 
다섯째로, 우리 기업의 글로벌화를 집중 지원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탈세계화가 사실상 탈중국화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GVC) 재편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기업에는 오히려 절호의 글로벌화 확대 기회가 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서방국의 제조공장 이전이나 구매선의 변경이 중국 밖으로 추진되면서 우리 제조기업에 큰 기회가 오고 있는 것이다. 한편, 자국우선주의 및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대외무역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로서는 큰 위기가 되고 있으나, 그 대응으로 독식 구조의 수출 일변도 전략을 현지 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추구하는 글로벌 분업 및 동반성장 모델로 전환하면 오히려 획기적인 글로벌 시장지배력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경제구조를 감안하면 내수만으로는 선진국 진입도 어렵고 일자리 순증도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의 많은 기회를 활용한 글로벌화 확대 정책을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초변화 대전환 시대에 기업 발전을 위한 정부 조직의 혁신이 필요하다. 기업은 시장 환경이 바뀌고 전략이 바뀌면 반드시 조직을 바꾼다. 조직은 전략과 연동되어야 한다. 정부 조직도 정책 변화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혁신은 업의 경계를 없애고 있다. 제조업이 서비스업과 융합되어 신제조업으로 진화하고 농업도 제조업, 서비스업과 융합하여 신농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도 불구하고 종래의 경계를 고수하는 정부 조직으로는 새 시대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 신제조업, 신농업 육성 등 부처를 아우르는 융합 조직, 저출산·고령화 대책 등 미션 중심 조직, 스타트업·벤처 육성 등 범부처 유연 조직과 같은 새로운 조직 혁신이 시급하다.
 
대한민국이 기회와 위기의 갈림길에 서 있다.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고 미·중 갈등 등 국내외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하여 명실상부한 선진강국으로 도약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가 차기 정부에 주어지고 있다. 민·관 협력의 기업정책 혁신으로 도약하자,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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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필자 주요 이력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산업공학박사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중소기업청장 △한국디지털혁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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