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신년인터뷰] 장은숙 신임 베트남 한인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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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김태언 특파원
입력 2022-01-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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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통하는 리더십...아름다운 한인회 선보일 것"

  • "한·베수교 30주년 기념...한인30주년사 발간 예정"

  • "한인 긴급상담센터 설치, 홍보역량 강화에 방점"

  • "분과 신설과 부회장단 협치 통해 한인사회 이끌 것"

지난달 28일, 하노이의 겨울 추위가 매섭게 불던 날. 공식인터뷰 전 하노이 한인타운 에메랄드 아파트 앞에서 장은숙 신임 베트남한인연합회 회장을 만났다. 첫 인사 뒤 한눈에 들어온 장 회장의 에메랄드빛 목걸이. 기자는 아파트 이름과 목걸이의 색깔이 공교롭게 같다며 말문을 건넸다. 그러자 장 회장 본인 또한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이 아파트에 오래 살았다며 평소에도 에메랄드색 목걸이를 자주 거는데, 이 목걸이는 행운과 에너지를 주는 것 같다고 했다. 

에메랄드는 영원히 계속되는 봄의 색으로 유명하다. 에메랄드의 황록색에서 청록색까지 넓은 포용력은 봄과 여름의 다산, 풍요, 번영과 성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베트남 한인사회가 코로나19 여파로 긴 겨울의 추위를 보내왔다면, 이제 신임 한인회장의 임기 시작과 함께 에메랄드가 상징하는 봄을 향해 점차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를 부연해 본다.
 

장은숙 신임 베트남 한인연합회(하노이한인회) 회장 [사진=베트남 한인연합회(하노이한인회)]

베트남 한인회 역사상 첫 여성회장이 탄생했다. 베트남한인연합회(하노이한인회)가 창설된 1대 회장부터 시작하면 27년 만이다. 베트남은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한 국가 중 하나다. 굳이 유엔(UN)인권지수를 언급하지 않아도 현지에서 생활하다 보면 도처에 여성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다. 이런 베트남 내 한인사회에서 첫 한인 여성회장은 오히려 늦은 감도 적지 않다.

장 회장은 지난 2013년 베트남으로 건너왔다. 한국에서는 젊은시절 시민운동을 했다. 시민운동 애기를 들어보니 면면이 화려했다. 2000년대 초반 당시 인식조차도 없었던 교내체벌금지, 과밀학급 문제, 학부모운영위원회기구 발족 등 참교육학부모회를 조직해 나름 교육계의 굵직한 이슈들을 쏘아 올렸다. 이후 베트남에서는 하나건설 재무이사와 한인회 부회장직을 겸직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는 이러한 다양한 경험이 이번 한인회장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성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제 한인사회 구성원은 다양해져 한국의 축소판 사회가 되었습니다. ‘든든한 한인회’, ‘함께하는 한인회’, ‘소통하는 한인회’, 3대 캐치프레이즈를 통해 실질적으로 한인사회에 필요한 단체가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장 회장은 첫 여성회장이라는 타이틀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지난 기간 부회장으로 지내면서 했던 경험으로 한인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덕이다. 지난 6년간 2명의 회장을 보좌했고 또 다양한 행사와 여러가지 부침을 겪어왔다.

“고상구 회장(10·11대), 윤상호 회장(12.13대) 등 전임회장 선배들의 업적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재정적으로 탄탄한 것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러한 발판을 근거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14대 한인총연합회가 되겠습니다.”

그는 회장 임기 시작 전 우선 선배 회장들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임회장들은 하노이한인회의 재정안정과 통합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해외 한인회의 경우 별도의 국가지원이 없어 운영을 위해서는 재정건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재정문제 때문에 다른 국가의 한인회는 사분오열되기 일쑤다. 하노이한인회는 이런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16년 하노이한인회는 전 세계 최우수한인회로 선정되기도 했다.
 

장은숙 베트남 한인연합회 회장이 본지 베트남 특파원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베트남 한인연합회 제공]

“먼저 중점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것은 조직개편입니다. 조직개편에는 홍보분과, 도서분과, 상담분과를 추가로 설치해 한인회 조직을 보다 새롭게 정비하겠습니다. 이렇게 되면 현행 7개 분과에서 10개 분과로 한인회 조직이 커지게 됩니다.” 

장 회장은 우선 실천과제로 분과 신설을 꼽았다. 먼저 상담분과는 교민 긴급상담센터를 설치해 상황이 어렵거나 특히 심리적으로 어려운 한인들을 돕겠다는 취지다. 상담소는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상담원도 전문상담교육을 받게 할 예정이다. 이렇게 축적된 상담사례집은 매년 발간한다. 

그는 “지난해만 해도 외로움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한인이 여럿 계셨다”며 “베트남에 오래 살아 한인사회와 떨어져 지내는 분에게는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상담사례집이 생기면 교민들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한인사회 전반을 파악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홍보분과는 젊은 한인층을 겨냥한다. 최근 한국문화원 등 각 관계기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인회 또한 기존에 발간하는 하노이 한인소식지와 더불어 유튜브, 페이스북, 틱톡 등 관련분야로 홍보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도서분과는 수많은 장서가 있는 한인회도서관을 별도의 분과로 이관해 한인회의 소중한 자산으로 가꿔나가겠다는 목표다. 

“부회장단은 한인회의 핵심입니다. 10개 분과로 늘어난 조직을 각 부회장이 2개씩 분과를 맡고 각자 전문적인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회장이 이끌고 나간다기보다는 협치의 개념입니다. 아울러 그간 한인회에 등록만 하고 활동을 하지 않는 한인들을 참여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부회장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부회장단과 전문적인 자문단을 통해 한인회가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이름뿐이던 회원들 명부에서 진성회원들을 보다 확대해 교민사회와 접점을 좀 더 확대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30주년을 기념하는 한인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올해는 한·베관계 30주년을 맞습니다. 이에 베트남 한인사도 되돌아보는 저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30년사는 베트남 한인역사의 역사적인 자료가 되고 또 미래가치가 있습니다. 예전에 참교육시민운동을 하면서도 20년사를 발간한 적이 있는데 이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장 회장은 올해 한국-베트남 수교 30주년을 맞아 ‘베트남 한인역사 30주년사’를 발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우선 발간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회에는 많은 한인 원로들뿐만 아니라 역사저술을 하는 전문학자들도 참여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곧 관련 예산도 편성하고 책 발간을 주관할 담당 데스크도 선정할 예정이다. 시각 자료는 그동안 꾸준히 발행해온 한인소식지에 데이터베이스가 이미 구축돼 있다. 

“한국국제학교의 등록금 인하도 주요 공약 중 하나입니다. 지금까지는 지지부진했지만, 한국 교육부에 지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해 국가 예산을 배정받도록 하겠습니다. 국제학교 등록금이 중요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우선은 한·베가정 등 어려운 처지에 있는 가정의 입장에서 추진하고자 합니다.”

그는 한국국제학교에 대한 관심도 놓지 않았다. 장 회장 역시 아이를 키워왔던 학부모의 마음일 터다. 그는 현지 한국국제학교에 대한 교민들의 애정이 깊다고 했다. 국제학교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과거 교육시민운동의 경험으로 꾸준히 관심을 갖고 추진하면 많은 부분이 성사될 것으로 본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베트남-한국 수교 30주년을 맞아 미딩 한인타운 내 한국음식거리 등 다양한 행사도 준비 중입니다. 양국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의견도 있는데 큰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한인사회가 많이 위축됐지만, 인적교류가 다시 활발해지면 자연스레 문제는 해결될 거라 봅니다.” 

그는 한국과 베트남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워진 부분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라며 일갈했다. 오히려 베트남만큼 한인사회와 기업의 인프라가 잘 갖춰진 나라가 없다며 대체지를 찾기보다는 베트남을 심화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장 회장에 따르면 입국 절차가 계속 간소해지면서 이미 돌아갔던 일부 교민들도 돌아오기 시작한 상황이다. 

“처음에는 회장 출마를 망설이기도 했지만, 기왕에 마음먹고 최선을 다하기로 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뜻이 모여도 의견은 갈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하노이한인회는 갈등을 봉합시키는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하고 이런 부분을 헤아려 통합을 유지하고자 합니다. 시스템을 갖추고 한인회의 원활한 운영을 지원하겠습니다.” 

장 회장은 본인의 리더십 철학도 전했다. 그는 원래 이끌고 나가기보다는 뒤에서 밀어주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성향상 앞에서 강하게 이끌어 가는 리더가 아니라며 수평적 관계로 함께 즐겁게 일하는 리더, 섬기는 리더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또 역량을 넘어서는 역할은 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고 했다.

“밀 농사를 짓는 서양인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이에 반해 쌀 농사 문화권인 동양인은 서로 협동해야 살아남을 수 있게 역사적으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쌀 문화권인 한국인은 공동체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 경쟁보다는 이웃과 함께하며 서로를 배려하며 품앗이로 도움을 줍니다. 한인회 역시 이런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장 회장은 동서양을 비교하며 품앗이의 개념을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여전히 힘겨운 한인사회가 상부상조의 전통을 잊지 말고 함께 도우면서 서로 발전해 나가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인회장으로서 한인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봉사하고 싶다며 감사 인사와 포부를 함께 전했다. 

“쉽지 않았지만, 이번에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회장직에 당선될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교민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베트남 내 10만 한국인을 대표해 한인회장직을 수행하게 돼 책임이 무겁습니다. 한인회장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앞장서고 교민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지난해 12월 11일 베트남 한인연합회 선거관리위원회가 장은숙 회장(왼쪽 넷째)에게 당선증을 교부하고 있다. [사진=베트남 한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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