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사라지는 은행 점포…주민들 단체 항의·노조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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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기자
입력 2022-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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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한 지점 창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은행권 점포 폐쇄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은행들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비대면 금융서비스 확산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급격한 점포 폐쇄에 따른 고령층 등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 저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 하나·우리·NH농협은행) 점포수(지점+출장소)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4322곳으로 1년 전(4539곳)보다 217곳 줄었다. 2019년 말(4661곳) 대비로는 300곳 넘게 문을 닫았다.
 
문제는 은행들의 점포 폐쇄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5대 은행은 지난 12월부터 이달에 걸쳐 약 100개의 점포를 추가로 폐쇄할 예정이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폐쇄된 점포 수가 103곳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두달 만에 지난해 폐쇄 점포수를 모두 채우는 셈이다.
 
은행 점포 폐쇄 속도가 점점 빨라지자, 금융소비자를 비롯해 노조 등 관계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은행 지점 폐쇄가 예고된 지역 주민들이 금융당국에 단체 항의에 나서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신한은행이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월계동 지점을 내년 2월 중 폐쇄하고 ‘디지털 라운지’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노원구 월계동 주민들은 2232명의 서명을 받아 금융감독원에 지점 폐쇄를 반대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지역 주민이 은행 점포 폐쇄를 직접 반대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신한은행은 월계동 지점을 폐쇄하지 않고 ‘디지털 출장소'로 전환해 대면 서비스 창구와 창구 직원 2명 등을 배치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KB국민은행도 지난해 10월 전남 목포에 위치한 목포점을 하당종합금융센터로 통폐합하겠다고 안내한 바 있다. 이에 목포시는 주민과 소상공인들의 금융 불편이 우려된다며 직접 나서 국민은행에 지점 폐쇄 계획 재검토를 요구하기도 했다.

금융노조 역시 은행의 점포 폐쇄가 지방, 저소득층 및 노년 거주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탓에 지역별 세대별 금융격차를 키워 금융소외계층을 양산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 증가를 이유로 상대적으로 디지털 문화에 익숙지 못한 노년층 거주지를 중심으로 지점 폐쇄가 이뤄지고 있다”며 “은행 점포 폐쇄 시 ‘사전 영향 평가’하는 것이 의무화 됐지만 출장소 전환이나 ATM 운영 등 갖가지 대체수단을 허용하고, ‘지역내 자행 및 타행 위치’를 고려 사항에 포함시키면서 지방중소도시의 경우 지역 내 대체할 지점이 있다는 이유로 다른 영업점을 폐쇄하는 등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현장에서 도리어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점포 폐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점포를 찾는 소비자가 줄어 오프라인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채널을 통한 은행의 금융상품 판매 비중은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기준 여신상품의 61%가량이 비대면 채널을 통해 진행됐으며, 우리은행도 지난해 3분기 기준 비대면 상품 가입수가 172만6000명을 넘어섰다. 펀드상품 비대면 가입 비중의 경우 82.6%에 달한다.  

은행 관계자는 “지점 한 곳을 역마진 없이 운영하기 위해서는 인건비, 건물유지비 등 최소 수십억원이 필요하지만, 오프라인 점포를 찾는 고객이 줄어 여·수신 확보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은행들도 점포 폐쇄에 따른 금융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편의점 점포, 시니어 고객 맞춤 ATM 등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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