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가림의 금만세] "거래 회전률 높이려다가 그만"…당국, 은행 'ETF 신탁' 수술대

  • 다음 주 KB국민·우리·NH농협 대상 현장검사

  • 선취수수료·낮은 목표수익률 설정에 과도한 수수료

서울 시내 한 은행 기업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 기업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은행 상장지수펀드(ETF) 신탁의 수수료 구조를 전면 손질한다. 은행이 목표수익률을 낮게 설정해 반복 매매를 유도하고, 투자자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물린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은 검사 결과를 토대로 내년부터 새로운 수수료 체계를 도입할 계획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다음 주부터 KB국민·우리·NH농협은행을 대상으로 ETF 신탁 판매 실태 현장검사에 착수한다. 오는 24일부터는 신한·하나·SC제일은행으로 검사를 확대한다.

금융당국은 ETF 신탁의 수수료 체계와 목표수익률 운용 등을 집중 점검한다. 증권사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한 직접 거래가 일반화돼 수수료가 사실상 0%대까지 낮아졌다.

반면 위탁매매업을 할 수 없는 은행은 ETF를 신탁 형태로 판매하며 선취·후취수수료를 받는다. 선취수수료는 가입 때 1% 안팎을 한 번에 내고, 후취수수료는 연 1% 안팎을 해지 시점에 보유기간만큼 일할 계산해 낸다.

보유기간이 짧을수록 후취수수료가 유리하다. 100만원을 투자해 3개월 뒤 환매할 경우 선취수수료가 1%인 상품은 1만원을 내지만, 후취수수료가 연 1%인 상품은 약 2500원만 부담한다. 6개월 보유해도 후취수수료는 약 5000원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목표수익률을 3% 이하로 낮게 설정해 잦은 거래를 유발하고, 투자자에게 불필요한 수수료를 부담시켰다고 보고 있다. 실제 투자기간이 1년 미만이면 후취수수료가 유리한데도 단기 거래 고객의 91.7%가 선취수수료를 선택했다. 목표수익률을 1~3% 또는 3~5%로 설정한 계좌의 99% 이상도 선취수수료 방식이었다.

금융당국은 목표수익률과 선취·후취수수료의 운용 방식, 중도해지수수료의 필요성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중도해지수수료는 선취수수료 일부를 환급하는 것으로 처리한 뒤 같은 금액을 다시 부과해 실제 환급액이 없는 구조다. 반복적인 수수료 부과 가능성을 투자자에게 충분히 안내했는지도 점검한다.

은행들은 거래 회전율이 높아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핵심성과지표(KPI)에서 선취수수료와 후취수수료를 의도적으로 다르게 평가하지 않는다고도 해명한다. 다만 선취수수료가 당장의 실적 평가에 유리해 영업 현장에서 이를 권유할 유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이달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달 은행 ETF 신탁 수수료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수수료 체계를 다시 설계할 계획이다. 새 체계는 내년부터 적용한다. 검사 과정에서 불완전판매나 소비자 보호 의무 위반이 확인되면 제재 수위가 높아질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레버리지 ETF 사태가 은행권으로 번지는 분위기”라며 “검사를 앞두고 ETF 판매 실적과 관련한 언급을 자제하자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에 판매 중단까지 요구한 것은 아니다”며 “각종 수수료가 왜 필요한지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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