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 칼럼] ‘대장동’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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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시사평론가
입력 2021-12-2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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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시사평론가]

언제나 대선을 앞두고는 각종 의혹과 관련된 이슈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사라진다. 여야가 사활을 건 전쟁이 되어버린 이번 대선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해서는 대장동 사업 관련 의혹, 백현동 옹벽아파트 특혜 의혹, 아들 이동호씨의 불법 도박과 성매매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이 제기되어 왔다. 그리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서는 고발사주 의혹, 부인 김건희씨의 이력 부풀리기와 주가조작 관련 의혹, 장모 최모씨 사건 처리와 관련된 의혹 등이 역시 제기되어 왔다.

이미 여야의 선거전이 네거티브에 갇혀버린 상황인지라 이들 의혹들에 대한 공방도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각자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정책과 비전에 대해서는 후보들 쪽은 물론이고 언론도 국민도 관심이 없다. 그저 경마 구경하듯 의혹 쫓아가기에 매달려 있는 선거전의 풍경은, 우리 정치문화가 여전히 달라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왕에 제기된 의혹들은 규명되어야 할 일이다. 그 과정을 제대로 거쳐 명확한 결론이 내려져야 정책과 비전의 담론들도 귀에 들어올 수 있고, 국민이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선거 때면 무수히 쏟아지는 의혹들 가운데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그리고 무엇이 중요한가를 가려내고 판단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후보 본인 보다도 가족들의 신상검증에 몰입되어 있는 작금의 선거 풍경은 정상적이지는 못하다. 물론 후보 가족들에 대한 검증도 물론 필요하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될 사람의 배우자나 자식들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기본적인 알 권리는 보장되는 것이 맞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허물이나 잘못한 일들이 드러나면 후보들이 국민에게 송구함을 표하는 것도 필요하다. 의혹의 당사자인 김건희씨가 자신의 이력 부풀리기에 대해 기자회견을 갖고 직접 사과한 것은 더 일찍 했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은 어디까지나 후보 가족의 문제일 뿐, 후보 본인에 대한 판단과는 별개의 간접적인 참고 사항일 뿐이다. 국민의 선택에 있어서 결국 중요한 것은 후보 본인에 대한 평가와 판단이다. 그런 점에서 가족들에게 얽힌 이런 저런 일들보다 우리가 정작 중요하게 대해야 할 것은 후보 본인들이 관련된 의혹에 대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수사가 진행된 것들도 있다. 윤석열 후보의 고발사주 의혹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지난 9월에 입건하여 수사를 계속해왔다. 윤 후보와 전화통화를 했다는 기자들에 대한 통신조회가 광범위하게 진행된 사실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수사는 매우 적극적으로 진행되었을 것이라 판단된다. 검찰은 무한정 시간을 끌 것이 아니라 이제는 분명한 결론을 내릴 때가 되었다.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를 계속해왔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소극적이라는 비판 속에서 특검의 필요성은 이재명 후보까지도 동의한 상태이다. 야당이 특검을 요구해왔고 여당 후보가 수용한다고 했으니 특검은 진작에 성사되었어야 할텐데 시간만 끌며 표류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후보는 “'이재명만'은 안 된다"며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 관련 의혹도 수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고, 야당 측은 부산저축은행 수사 등 윤 후보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특검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면 특검법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대장동 특검법은 민주당의 반복되는 반대로 번번이 법사위 상정조차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대장동 특검을 말로는 수용하고 행동으로는 거부하고 있다는 시선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재명 후보든 윤석열 후보든 가리지 않고 합리적인 의혹이 있다면 모두 규명하고 가는 결단을 여전히 촉구하게 만든다.

그러는 사이에 대장동 개발사업에 깊숙히 관여했던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고인은 특히 의혹의 핵심 부분인 초과이익환수 조항 삭제 경위의 진상을 알고 있는 키맨으로 주목받고 있었다. 먼저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유한기 전 개발본부장도 대장동 사업 설계와 수익 배분 등에 관여한 핵심 관계자로, ‘윗선’ 수사로 가는데 있어서 핵심 연결고리 같은 인물이었다. 의혹의 진상을 말할 수 있는 핵심 인물 두 사람이 입을 닫은채 연이어 세상을 떠났으니, 그렇지 않아도 소극적인 검찰 수사는 진척을 기대하기가 더욱 어렵게 되었다.

대장동 의혹 규명의 열쇠를 쥐고 있던 두 사람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고, 구속된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은 검찰수사관들이 압수수색을 들어오기 직전에 이재명 후보 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선대위 부실장과 전화통화를 하고는 자살약을 먹고 휴대폰을 창밖으로 던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체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지켜보는 사람들로서는 끔찍한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장면들이다.

대선정국 속에서 명멸하는 수많은 의혹들 가운데서도 우선 순위는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이나 죽음에 이르게 만든 대장동 의혹의 진상을 제대로 밝히고 가야하는 것은 여야 간의 대선 승부를 넘어서는 일이다.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면,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되든 두고두고 논란거리로 남게 될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장동’ 앞에서 서면 작아지는 사람들이 왜 이리 많은가. ‘무엇이 중헌지’ 함께 돌아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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