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동계올림픽 외교 보이콧 둘러싼 美中 힘겨루기. .한국, 지경학적 무게추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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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입력 2021-12-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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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중국 고전에 ‘의무분양, 도량자수강필육(义武奋扬, 跳梁者虽强必戮)’ 이라는 표현이 있다. ‘분발하여 위세를 떨쳐야 한다. 소란을 피우는 소인배가 비록 강하다고 할지라도 반드시 죽일 것이다’라는 뜻이다. 조선 선조 25년 일본에 의해 임진왜란이 발발했을 당시 명나라 13대 황제인 신종 주익균(神宗 朱翊钧)이 군대를 파병하며 반포한 ‘왜구를 토벌하라는 조서(平倭詔)’에 나오는 문장이다. 최근 미국 주도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 보이콧이 가시화되면서 중국 내에서 이 문장이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국을 ‘도량소추(跳梁小丑)’에 비유하며 맹비난하며 반격의 칼을 갈고 있는 모양새다. ‘도양소추’는 ‘이리저리 소란을 피우며 돌아다니는 소인배 혹은 어릿광대’를 비유하는 중국어 표현이다. 지난달 미·중간 화상정상회담 이후 완화되는 것처럼 보였던 미·중관계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질주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8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동계올림픽 외교 보이콧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고, 어떠한 대가를 치르게 될지 잘 지켜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만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변화된 중국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2013년 시진핑 주석 집권 이래 가장 큰 스포츠 국제행사이자 2015년 7월 30일 베이징이 동계올림픽 개최도시로 확정된 이후 지난 6년 5개월간 중국정부는 여러 방면에서 공을 들였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통해 중국의 변화된 모습과 앞선 4차산업혁명기술을 동원한 운영시스템을 선보일 계획이다. 둘째, 시진핑 주석 3연임을 결정하는 20차 당대회 축제를 앞둔 사전 축제 분위기 조성과 글로벌 리더로서의 이미지 메이킹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셋째, 더욱 심화되고 있는 글로벌 반중정서 분위기를 완화시키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많은 국제사회와 국가들의 동참을 통해 새로운 국제관계 개선을 타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중국에 있어 단순히 스포츠 축제를 넘어 정치·외교·안보·경제적으로 많은 의미를 가진다.
 
그렇다면 중국정부가 경고하고 있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대표적으로 “달라이라마 효과(The Dalai Lama Effect)”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달라이라마 효과는 독일 교수들이 쓴 ‘국제무역의 달라이라마 효과’라는 논문에서 시작되었다. 중국이 반대하고 싫어하는 결정을 한 국가에 대해 중국이 경제적 보복조치를 할 경우 실제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4세대 지도부인 후진타오 시절(2002~2008년) 각국의 최고 지도자가 달라이라마를 만난 경우 그 국가의 대중국수출 규모가 평균 8~17% 감소했다는 이론이다. 달라이라마 효과를 경험한 국가사례는 많다. 예를 들어, 2009년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달라이라마를 만나자 중국은 에어버스 항공기150대 구매 계약을 취소했고, 2010년 일본과의 센카쿠(중국명: 디아위다오) 문제로 인한 마찰 때는 희토류의 일본 수출 중단조치가 있었고, 민간에서는 일본산 자동차 불매운동이 불어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또한 2010년 반체제 인사 류사오보에게 노벨 평화상을 준 노르웨이를 상대로 한 연어수입 중단조치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직접 경험한 2016년 사드배치에 따른 롯데의 중국사업 철수 및 연이은 한·중관계 악화도 달라이라마 효과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핵심은 경제적 보복조치의 무기화를 통해 상대국가를 압박하는 것이다.
 
홍콩 및 신장 위구르 등 중국 인권문제를 이유로 시작된 올림픽 외교 보이콧은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리투아니아 등 국가로 늘었다. 그리고 지난 24일 국익을 위해 신중한 결정을 하겠다고 했던 일본이 외교 보이콧에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동참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반응은 기존 보이콧을 선언한 국가에 대한 강력한 입장과 달리 일본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온건파인 기시다 총리의 대중정책에 대한 향후 행보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속내인 듯하다. 중국은 자민당 내 강경 매파의 보이콧 동참 압박에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기시다 총리가 절충안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향후 일본과의 협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며 발언의 수위를 조절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올림픽 외교 보이콧을 두고 벌이는 미·중간 힘겨루기는 객관적으로 중국이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겨냥한 기밀정보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5개국) 국가 보이콧은 이미 예견되었던 상황이다. 그러나 기타 국가들의 동참은 매우 미미하다. 특히, 미·중간 힘겨루기의 핵심추 역할을 하는 유럽의 반응이 신통치 않다. 차기 하계 및 동계 올림픽 개최국인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대부분 유럽국가들도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동맹국이라고 분류되는 국가가 65개국 플러스 알파 정도라면, 중국을 경제무역 대상국 1등으로 하는 국가가 110여 개국 플러스 알파로 월등히 많다. 결국 정치외교와 경제는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정치외교의 이념적 명분을 가지고 스포츠의 대축제인 올림픽을 정치도구화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또한 그로 인해 일어날 달라이라마 효과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림픽 외교 보이콧은 각국이 스스로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속내는 편치 않아 보인다. 지난 13일 호주를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도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치·외교·경제적 관점에서 대내외적인 명분이 없는 상태에서 동맹국인 미국이 한다고 해서 동참할 이유가 결코 없다. 미·중 양국의 힘겨루기에 우리가 휘말릴 필요가 없고, 우리 국익의 관점에서 고민하고 결정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향후 바이든과 시진핑 간 힘겨루기의 방향은 미·중 양국 당사자가 아니라 주변국가로 더욱 확대되며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미·중간 양자 택일의 답안지가 아니라 사안별로 각기 다른 제3의 답안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지경학적 무게추를 더 무겁게 만드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동계올림픽 개최 한 달여를 앞둔 시점에서 한·중정상 간 화상회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경학적 무게추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기회다.
 
 
 
박승찬 필자 주요 이력
△중국 칭화대 경영전략박사 △주중 한국 대사관 경제통상전문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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