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꺾인 LCC, 출혈경쟁 여전…내년에도 ‘자본잠식’ 우려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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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1-12-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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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이후 항공 수요가 극심하게 위축된 상황에서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는 여전히 출혈경쟁으로 고객 끌어들이기에 안간힘을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LCC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꼽혔던 '공급과잉'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추가로 최근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항공 수요 위축 현상이 내년 초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다수 LCC가 적자 지속으로 내년에도 자본잠식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LCC들은 최근에도 1만원 수준의 저렴한 항공권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 수요가 크게 위축된 탓에 더욱 고객 유치에 힘쓰는 모습이다.

지난달 제주항공은 1만원대 수준의 국내선 편도 항공권을 판매했다. 비슷한 시기 진에어도 김포-제주 노선 항공권을 선착순으로 1만원대에 판매했다. 티웨이항공도 김포 등에서 제주로 가는 편도 항공권을 1만원대 수준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국내 LCC들이 수익성 악화에도 항공권 출혈 경쟁에 나선 이유는 연말 항공권 예약 현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화물로 여객 적자를 메우는 대형항공사(FSC)와는 달리 LCC는 대부분 매출을 차지하는 국제선 여객 수요가 사라지면서 고육지책으로 국내선 운항 증편을 선택했다.

항공기를 공항 주기장에 세워 놓더라도 리스료·인건비 등 고정비가 지출되는 상황이라 출혈경쟁을 해서라도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문제는 화물 운송 등 체질 개선에 나서는 것보다 쉽고 편한 출혈경쟁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출혈경쟁은 코로나19 이전 LCC 저수익성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만큼 이미 실패가 예견된 전략으로 분석된다. 실제 올해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LCC들이 출혈경쟁을 어떻게 하든 대규모 적자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적자 탓에 자본잠식 문제가 LCC를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진에어는 완전자본잠식, 제주항공과 에어부산은 부분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이에 LCC들은 대주주에게 손을 벌려 자본잠식 문제를 해소할 수밖에 없었다.

제주항공은 지난 8월과 10월 각각 1506억원과 206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진에어도 지난달 1238억원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잠식 문제를 다소 해소했다. 에어부산도 2271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당장의 어려움을 회피했다.

그러나 올해 연말과 내년 초까지 적자 상태가 지속된다면 자본잠식 사태에 또다시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 9월 말 기준 제주항공과 에어부산의 부채비율은 7만3854.5%와 587.9%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가 단기간에 종식되더라도 LCC의 수익성이 회복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포화상태인 시장 상황 탓에 출혈경쟁이 지속된다면 여전히 수익성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LCC의 숫자는 2019년 말 7개에서 올해 에어프레미아와 에어로케이가 운항을 개시하면서 현재 8개로 늘어났다. 최근 성정에 최종 매각된 이스타항공도 운항 재개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내년엔 9개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우리나라보다 국토가 몇십 배나 큰 미국과 중국의 LCC 개수(11개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LCC는 여전히 출혈경쟁을 통해 고객 유치에 나서려 할 것"이라며 "가격 경쟁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상당수 LCC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진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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