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준석 대표, 김종인 총괄위원장, 윤 후보, 김병준 상임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 당 대표와 빚어온 불협화음을 지난 3일 가까스로 봉합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윤 후보는 빈약한 정치력을 그대로 드러내 보였다. 빈약한 정치력은 윤 후보 지지율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10%포인트 이상 앞서가다 같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결과를 불러왔다. 앞으로 윤 후보가 정치력을 얼마나 잘 발휘할지가 대선 승패의 최대 관건이 될 것임을 예상케 해 준다.


정치력이란 ‘저항과 반대를 극복하고 자기가 원하는 일을 이뤄내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인에게 필요한 능력은 판단력과 결단력, 직감 능력과 공감 능력, 소통 능력, 설득력 등 여러 가지다. 이런 능력이 모여서 정치력을 형성한다. 윤 후보는  지난 한 달 사이 이런 능력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그 대표적 사례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영입 문제다. 윤 후보는 이 문제를 한 달이나 매듭짓지 못하고 질질 끌었다. 이 바람에 국민의힘 지지자는 물론이고 중도층 유권자들에게도 피곤함과 짜증스러움을 안겨줬다. 


윤 후보는 지난달 5일 대선 후보에 선출된 직후 김종인 전 위원장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할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원톱 선거 운동 체제’를 일관되게 요구했다. 자기가 선거운동을 총괄 지휘하려면  자신의 뜻이 일사불란하게 집행되도록 선거 대책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김종인 영입 과정서 드러난 결단력·설득력 부족

그렇다면 윤 후보가 우선적으로 할 일은 김 전 위원장 요구를 수용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이 대선 승리에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고 그래서 그를 꼭 영입해야 한다면 그의 요구를 전폭 수용하면 된다. 반대로 김 전 위원장 한 명에게 전권을 주는 것보다 여러 명에게 권한을 분산하는 체제가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김 전 위원장을 집중적으로 설득해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 김 전 위원장이 없어도 큰 문제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김 전 위원장 요구를 거부하고 윤 후보 본인의 뜻대로 선대위를 구성하면 된다. 윤 후보는 어느 쪽이든 최대한 신속히 결정하고 행동에 옮겨야 했다.


그러나 윤 후보는 그러지 않았다. 김 전 위원장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겠다면서도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서는 김 전 위원장의 뜻과 어긋나는 방향으로 나갔다. 총괄 선대위원장 밑에 ‘상임’ 선대위원장이라는 자리를 만들고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임명했다. 총괄 위원장과 상임 위원장의 역할 차이가 무엇인지부터 애매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누구 개인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역할 분담이 애매하다’는 의사를 여러 번 비쳤다. 그럼에도 윤 후보는 ‘김병준 위원장 역할을 분명히 해서 김종인 원톱 체제가 되도록 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김종인 위원장을 몇 번이라도 찾아가 설득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상황은 김종인 위원장과 윤 후보의 결별 일보 직전까지 흘러갔다. 


김종인 위원장이 총괄 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함으로써 두 사람은 결별을 피했다. 김종인 총괄 위원장과 김병준 상임 위원장 체제의 선대위가 간신히 구성됐다. 그러나 한 달을 소모했다. 선거 운동은 사실상 중단됐다. 그사이 국민의힘 지지자들과 중도층은 지쳐갔다. 반면에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 선대위를 자기 뜻에 맞춰 단번에 쇄신하고 호남을 누비며 지지율 반전에 나섰다. 결국 반전에 성공했다. 선대위 구성 문제로 한 달을 소모한 윤 후보가 자초한  결과다.

이준석과 갈등에선 직감력·공감력 부족 노출


윤 후보는 이준석 대표와도 불협화음을 빚었다. 윤 후보와 김종인 위원장 사이의 불협화음이 윤 후보의  판단력과 결단력과 설득력 문제라면, 윤 후보와 이준석 대표 사이의  불협화음은 윤 후보의 감수성, 공감 능력, 소통 능력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줄곧 선대위 구성과 인선,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이라는 사람들의 언행, ‘대표 패싱’ 등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선대위가 너무 비대하고 2030세대를 끌어안을 수 있는 인물이 없다고 했다. 윤핵관이 ‘홍보비’ 사용 문제 등을 들어 대표를 폄훼했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가 세종시를 첫 선거 운동 지역으로 정하고 방문하기로 했을 때 이 대표는 자기도 세종시 선거운동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방문 당일 아침에야 들었다고 했다. 그것도 선대위로부터 공식적으로 들은 것이 아니고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마침내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실상 당무 거부와 잠행에 들어갔다.


이쯤 되면 윤 후보는  심각한 상황임을 직감하고 바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했다. 이 대표를 직접 만나 무엇 때문에 불편해하는지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눠야 했다. 이 대표 입장으로 돌아가 ‘내가 이 대표였다면 어떻게 느꼈을까’ 역지사지 해봐야 했다. 이런 게 직감력이고 감수성이다. 공감 능력이고 소통 능력이다. 이런 능력이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잡는 핵심 요인이다. 


그러나 윤 후보는 반대로 나갔다. ‘이 대표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사무총장한테 이 대표를 만나보라고 지시했다’ ‘이 대표에게 무리하게 연락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대선 후보가 당 대표와 갈등을 빚는 것은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그럼에도 윤 후보의 언행에서는 그런 위기 의식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국민의힘 상임고문단을 만나고 나서야 이 대표를 당장 만나러 가겠다고 했다. 일부 고문들이 “마음에 들든 안 들든 이 대표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하자 그리한 것이다. 이런 생각을 미처 못한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안 한 것인지 의아할 정도다. 어느 쪽이든 직감력, 감수성, 공감 능력, 소통 능력 부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윤 후보가 이준석 대표, 김종인 위원장과의 갈등을 봉합했지만 앞에는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다. 우선 김종인 총괄위원장과 김병준 상임위원장 체제의 선대위가 잘 굴러갈지가 불투명하다. 조직에서 역할 분담이 애매하면 분란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책임과 권한을 분명히 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역할 차이도 애매한데 김종인, 김병준 두 사람 모두 자기 철학이 강한 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이 언제든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벌써 나온다. 두 사람이 충돌하고 갈등하면 윤 후보는 또 한 번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두 사람의 충돌과 갈등을 막으려면 윤 후보의 정치력이 필수적이다. 윤 후보가 과연 어떤 정치력을 보여줄지 관심이다. 


곳곳에 갈등 불씨···정치력 발휘 못하면 필패

윤 후보, 김종인 위원장, 이준석 대표 간의 원활한 협력 문제도 걸려 있다. 윤 후보는 “김종인 위원장은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기구의 장(長)으로서 당헌과 당규에 따라 대통령 선거일까지 당무 전반을 통할 조정하며 선거 대책 기구를 총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김종인 위원장에게 전권을 드릴 것이라고도 했다. 


또한 윤 후보와 이 대표 측은 당헌에 규정된 대선 후보의 ‘당무 우선권’에 대해 “후보가 선거에 필요한 사무에 관해 당 대표에게 요청하고, 당 대표는 후보의 의사를 존중해 따르는 것으로 해석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윤 후보는 “이 대표가 무슨 옷을 입으라면 입고 어디를 가라면 갈 것”이라고도 했다. 


위 말들을 종합하면 당무와 선거 운동에서 김종인 위원장과 이 대표, 윤 후보와 이 대표, 김 위원장과 윤 후보  간에 역할이 충돌할 소지가 있다. 당의 지원 내용, 선거 운동 전략과 핵심 정책 등을 놓고 누가 총괄권 내지 우선권을 갖는지에 대해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세 사람 중 누구와 누구 사이에서든 충돌이 발생하면 그것 역시 윤 후보에게는 큰 위기가 될 것이다. 윤 후보의 정치력은 이 대목에서도 절실히  요구된다. 


윤 후보가 김종인 위원장이나 이 대표와 불협화음을 빚었던 데는 윤 후보 나름의 정치관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막후 협상이나 거래로 문제를 푸는 것은 부도덕하다’든지 ‘그저 나만 열심히 하면 잘 되겠지’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 정치에서는 그런 순수함이나 순진함은 통하지 않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는 진흙탕 속에서 연꽃을 피우는 것’이라고 했다. 수면 위로 정권 획득이라는 결실을 맺으려면 수면 아래에서는 진흙탕 싸움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현실 정치의 냉혹함과 치열함을 말해준다. 윤 후보가 새겨들을 만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실시간 인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페이지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