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은행권의 점포 축소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고령자 등 일부 계층과 거주지역 내 금융인프라가 부족한 주민들의 금융이용 접근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한동안 금융소외계층의 불편함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5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은행권의 점포 축소와 금융소외계층 보호를 위한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이후 국내 은행권 점포는 꾸준히 감소했다. 2015년 말 기준 7281개였던 은행권 점포는 통합과 폐쇄 등을 거쳐 올해 상반기 기준 6326개로 줄었다. 현재 진행 중인 점포 통합과 폐쇄 조치를 감안하면 연말까지 143개 점포가 추가로 사라질 전망이다. 연말이 지나면 6년간 1098개 은행권 점포가 없어지는 셈이다.

점포 축소 현황을 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지방·특수은행보다는 시중은행 점포 감소가 전체의 68.4%를 차지해 두드러졌다. 농어촌 등 취약지역보다는 대도시권 점포의 감소가 전체의 77.2%로 나타났다. 가장 접근성이 높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점포 감소가 진행된 셈이다.

이구형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점포 축소의 가속화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 및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금융거래의 증가와 중복점포 정리 확대 등의 환경변화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8월 기준 은행 점포수. [자료=입법조사처, 금융감독원]

당국·은행권 노력 중이지만···고령자·농어민·장애인 소외
은행권의 점포 축소는 온라인 환경을 통한 금융거래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 계층과 거주지역 내 금융인프라가 부족한 주민들의 금융접근성을 저해한다. 고령자, 농어민, 장애인의 디지털정보화 종합 수준이 다른 계층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일부 고령자의 경우 난해한 용어와 복잡한 화면구성 등의 사유로 정보통신기기를 사용한 비대면거래에 불편을 느끼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발표한 '지급수단 및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결과'를 보면 70대 이상 고령층의 현금이용 비중은 68.8%로 전체 연령대 평균(26.4%) 대비 높게 나타났다. 현금 인출을 위해 금융기관 창구를 이용하는 비중도 53.8%로 전체 평균(25.3%)을 웃돌았다. 이는 고령층의 현금 및 대면거래 의존도가 다른 연령대 대비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은행권 점포 축소는 현금 입·출금 통로 감소, 그리고 현금이용자와 고령층의 불편을 야기한다.

고령자를 비롯해 농어민, 장애인 계층의 디지털 정보화 종합 수준이 다른 계층에 비해 낮은 것도 이런 불편을 심화하는 원인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올해 3월 발표한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고령층(68.6%), 농어민(77.3%), 장애인(81.3%)의 디지털 정보화 종합 수준이 일반 국민의 정보화 수준(100%)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거래 서비스 이용률도 고령층이 41.1%로 일반 국민(100%)에 비해 낮았다.

은행권이 점포 대신 ATM 등 자동화기기 설치를 통해 점포 감소로 인한 금융서비스 이용 불편을 일부 해소하려 하고 있지만 ATM도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한은 조사에 따르면 은행권 ATM 설치 대수(편의점 등에 설치된 VAN사 ATM 제외)는 2016년 7만9659대에서 지난해 7만178대로 감소했다. 입법조사처 측은 "남아 있는 ATM도 주로 수도권 등 대도시권에 집중되어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지난해 '금융회사 점포 합리화 TF'를 결성해 점포 축소에 따른 대안으로 공동지점 설치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공동지점은 복수의 은행이 하나의 공간에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의 점포 운영체제를 뜻한다. 공동지점을 확대할 경우 전체적인 점포 축소에도 불구하고 금융소외계층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점포를 유지할 수 있고, 공간 공유를 통해 임대료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공동지점 운영 시 점포 관리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만큼 고객 정보유출 등의 사고발생 시 적절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 현실적으로 은행들이 최소한의 인원만 배치할 가능성이 높아 서비스 축소로 지점 운영의 실효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추가적인 논의가 부진한 상황이다.

그 밖에 은행권에서는 금융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대해 유통업계와 협력하여 편의점에서 일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편의점은행'의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업계는 ATM의 감소추세에도 대응하여 두 개 이상의 은행이 함께 운영하는 공동 ATM을 시범적으로 설치·운영하고 있으나, 실효성에 대한 참여 은행들의 공감대가 높지 않아 확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영국·일본·뉴질랜드 해외사례 살펴보니
정보통신기술 발전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비대면 거래 중심으로 금융환경이 재편되고, 은행권 점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각국은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영국은 2007년부터 2017년 사이 은행 점포가 1만1365개에서 7207개로 37% 감소해 금융서비스 이용 불편과 반대 여론이 일자 우체국 점포망을 활용해 우체국에 여러 은행의 점포를 입점시키는 형태의 공동점포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점포가 고객과의 접점 유지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나 인구감소와 고령화, 저금리의 지속, 비현금결제 증가와 기술발전 등의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점포망 재편이 금융 현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은행들이 협약을 체결해 공동점포를 운영하고 점포의 기능을 줄여 인력을 재배치하거나 점포를 기능별로 분리해 특화점포로 전환하는 등의 개편을 시도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6개 은행이 지방 소도시에서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약국, 관광기구, 구의회 등 커뮤니티 파트너를 통해 공간과 인력을 지원받아 공동 ATM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보조 인력 배치를 통해 고령층 등의 공동 ATM 사용 편의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노력도 경주하고 있다.

이구형 조사관은 "현 상황은 비대면거래와 대면거래가 공존하는 상황으로 새로운 금융서비스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용자와 디지털금융으로 변화하는 금융환경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는 시기로 볼 수 있다"면서 "변화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금융취약계층이 금융으로부터 소외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동점포 운영과 같은 하드웨어 대책과 교육 및 UI 구축과 같은 소프트웨어 개선을 망라한 지원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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