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의 딜레마...전기요금 올리면 경쟁력 하락 못 올리면 적자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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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1-11-2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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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자재 가격 전년 대비 2배 이상 폭등…자구노력으로 경영난 해소 어려워

한국전력공사가 4분기부터 적용되는 전기요금을 8년 만에 전격 인상한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한 다세대 주택에 설치된 전력계량기가 돌아가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글로벌 원자재 인플레가 심화하는 가운데 원가 부담이 커진 한국전력공사가 딜레마에 빠졌다. 경영난 극복을 위해 전기요금을 올리기에는 많은 사회적 압력이 작용하고, 반대로 이 같은 상황에 손을 놓고 있으면 적자 폭은 더 커지는 상황이다.  

25일 한전에 따르면 이번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8년 만에 단행했다. 이를 통해 10월부터 적용되는 4분기 전기요금은 기존 ㎾h당 -3원에서 0원으로 조정됐다. 다만 이번 전기요금 인상조차 연료비 조정요금만 반영한 반쪽짜리 인상이다.
 
한전은 지난해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면서 연료비 연동제를 새롭게 도입했다.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한 배경으로 한전은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원가 기반의 전기요금 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국제 연료의 가격 변동성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욱 커진 점도 연료비 연동제 도입에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최근 전기생산의 연료가 되는 국제 원자재 가격은 급등세다. 전기요금에 큰 영향을 끼치는 천연가스 선물가격(달러‧MMBTU)은 지난해 10월 2.5~3달러 사이를 오가던 수준에서 올해 5.5달러 수준까지 2배 가까이 올랐다. 원유가격도 두바이유의 경우 지난해 11월 배럴당 44달러 수준에서 최근 80달러를 넘어서며 역시 2배 수준으로 시세가 바뀌었다.
 
다만 물가안정과 각종 규제 탓에 국내 전기요금은 최근까지 요지부동이다. 정부는 올 1분기 국내 전기요금을 전년 대비 1kWh당 3원 인하했으며, 그간 계속 같은 시세를 유지했다. 그러다가 4분기에 원자재 인플레가 극심해지자 다시 1kWh당 3원을 인상해 겨우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최근 탈원전 정책에 의한 신재생에너지의 속도전도 한전을 부담스럽게 만든다. 대체로 발전단가가 높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일수록 한전의 적자도 커지는 구조다. 정부는 지난해 9차전력수급계획을 발표하면서 오는 2030년까지 전체 에너지 발전량 중 신재생 발전의 비중을 20.8%까지 늘려 잡았다. 최근에는 탄소중립위원회가 나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을 발표하고 신재생 발전 비중을 30.2%로 늘렸다. 신재생에너지공급 의무화(RPS) 비율도 올해 9%에서 2026년부터는 25%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신재생에너지의 보조를 맞추기 위한 추가 원전 건설도 요원한 상태다. 지난 2017년 2월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신한울 3·4호기는 건설을 위해 일부 자금이 투입됐지만, 탈원전 정책을 이유로 건설허가 등 인허가 심사·승인 절차가 중단됐다. 사실상 무기한 건설이 보류된 셈이다.
 
신재생에너지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피해는 고스란히 한전과 주주의 몫으로 돌아갔다. 한전은 올 3분기에만 936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1조25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주가도 이달 초에 비해 약 5% 이상 빠졌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 요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한전이 할 수 있는 것은 내부적인 경영효율화와 자구노력으로 인한 적자 폭 해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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