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에 사는 50대 직장인 남성 A씨는 '도심과 힐링의 균형 잡힌 삶'을 추구하는 실속파다. 주 5일은 여의도에서 일하지만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1박 2일 캠핑을 즐기며, 시간이 날 때 마다 장거리 여행도 간다. 고등학생이 된 두 자녀는 키가 180cm가 넘는 탓에 늘 뒷 좌석을 불편해 한다. 현대차가 이달 운영을 시작하는 'UX스튜디오 서울'에서는 A씨의 모빌리티 경험이 미래차를 위한 데이터로 쌓인다. 음성인식, 주행, 주차 편의기능은 물론 트렁크나 레그룸, 시트 위치 등 차량 전반에 대한 사용자의 경험이 쌓여 미래차가 탄생하는 것이다. 실속형 '드림카'가 실현되는 꿈의 공간인 셈이다.

2일 현대차그룹은 서울 강남구에 소재한 현대차 강남사옥에 3일부터 'UX 스튜디오 서울' 운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UX스튜디오는 현대차·기아가 추구하는 모빌리티 사용자 경험(UX·User Experience)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체험형 플랫폼으로, 사용자들과 함께 미래 모빌리티 경험을 설계하는 참여형 연구 거점이다. 2021년부터 서초구에서 비공개 형태로 운영하던 걸 이번에 새롭게 단장해 일반에 공개했다.
UX 스튜디오 서울은 누구나 모빌리티 개발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온·오프라인으로 자유롭게 방문을 신청해 미래 모빌리티 환경을 다양한 콘텐츠로 체험하고, 선행 UX 연구 과정에 직접 참여해 차량 개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1층은 '오픈랩' 공간으로 UX 전시 콘텐츠를 체험하고 각종 리서치에 참여할 수 있으며, 2층은 '어드밴스드 리서치랩'으로 몰입형 UX 연구공간으로 운영된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하며, 일 평균 최대 150명 이상에게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김효린 현대차·기아 피처전략실 상무는 "사용자와 차량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콘셉트에 대한 완성도를 높이고 미래차 개발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고자 한다"면서 "단순 체험이 아닌, 실제 차량 개발에 고객들의 목소리를 녹여 UX가 모빌리티의 편의성을 넘어 고객 감동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스튜디오에 방문해 보니 UX 테스트, SDV(소프트웨어중심차), 시뮬레이션 룸 등 다양한 공간이 눈에 띄었다. 1층에서 가장 먼저 방문하는 UX 테스트 존에서는 UX 콘셉트가 어떻게 개발되고, 구현되는지를 경험할 수 있다. UX 연구 전반을 대형 디스플레이의 콘텐츠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도어, 시트, 무빙 콘솔 등 다양한 UX 콘셉트가 반영된 모형도 체험할 수 있다.
특히 나무로 만든 실험용 자동차 모형에서 실제 차량 공간 구성, 시트 간격, 수납 기능, 이동형 콘솔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VR 기기를 통해 차량에 적용된 UX도 몰입감 있게 경험할 수 있다. 또 주행 시뮬레이션을 통해 모형에 탑승해 실제 운전하는 경험도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는 '아이트래커(Eye-Tracker)'를 활용해 운전자의 시선 데이터를 수집, 기능 동작과 시선 분산에 따른 사용성 지표를 도출해 미래차 데이터로 활용한다.
SDV 존에서는 현대차그룹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Pleos Connect)'가 장착된 SDV 테스트베드 차량탑승도 가능하다. 이 공간에는 올 3월 열린 개발자 컨퍼런스 'Pleos 25'에서 처음 공개된 E&E(전기·전자) 아키텍처 전시물도 있다. E&E 아키텍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리 구조를 바탕으로, 제어기를 고성능 컴퓨터(HPVC)와 존 컨트롤러(Zone Controller)로 통합한 설계 방식이다. E&E 아키텍처를 도입하면 기존 대비 제어기를 약 66% 줄이고, 복잡성을 낮춰 차량을 경량화할 수 있다.
주행 환경과 차량 종류를 선택해 가상 환경에서 달려볼 수 있게 하는 시뮬레이션 룸도 눈에 띄었다. 이 공간은 연구 전용 공간으로 각종 데이터로 도출된 UX 콘셉트를 가상 환경에서 검증하는 공간이다. 개발한 UX 콘셉트가 주행 시 어떤 사용성을 보이는지, 개선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 룸에는 준중형 세단에서 대형 SUV까지 변형이 가능한 가변 테스트 벅, 차량 움직임을 세밀하게 모사하는 6축 모션 시뮬레이터, 730개의 LED 모듈로 구현한 시야각 191도의 대형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갖춰 실제 운전하는 것과 유사한 평가 환경을 연출할 수 있다.
특히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에는 서울,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도 델리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실제 지도를 가상 환경으로 구현했다. 또 세계적인 모터 레이싱 서킷도 동일하게 내재돼 고성능 차량의 UX도 평가할 수 있다. 시뮬레이터 운행 중에는 벅 내부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운전자의 행동과 주행 데이터가 쌓인다. 회사 관계자는 "운전자의 시선처리, 경고 시스템의 속도와 음향 크기 등 실제 주행환경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용자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혁신적인 모빌리티 경험을 개발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자동차기업이 실제 오너가 아닌 일반 고객을 미래차 UX 개발 단계에 참여시키는 오픈형 플랫폼은 'UX 스튜디오 서울'이 전 세계 최초다. BMW나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그룹, 토요타그룹 등도 사용자 의견을 취합해 신차 개발에 활용하고 있지만 대부분 기존 오너 중심이며 제한된 표본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 형태다. 수입차 관계자는 "소비자 의견은 서비스 피드백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고, 본국에서도 개발 단계부터 일반 소비자가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단순 소비를 넘어 경험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명품처럼 차량 탄생 과정부터 소비자 관여도를 높여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겠다"면서 "서울을 시작으로 중국(상하이), 독일(프랑크푸르트), 미국(어바인) 등 각지에 글로벌 UX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지역별 실제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한 UX 콘셉트를 연구·개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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