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에이터 프로덕트 판매 플랫폼 ‘젤리크루’ 운영 박준홍 핸드허그 대표 인터뷰
  • 소비자 니즈 기반한 프로턱트, 굿즈와 차별화..“소비 행위 자체가 콘텐츠”
  • 통풍·대상포진·100kg 무게 견딘 박 대표...“시장에 대한 확신으로 버텨”
  • 브랜드 상품 1년 6개월, 1인 최고 정산액은 3억원
  • “생태계 도움 되는 좋은 플랫폼 만들고 싶어”
콘텐츠는 현금인출기와 같다고 생각한다. 비밀번호만 모를 뿐이지 머니 타이징(수익 창출) 할 수 있는 콘텐츠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여전히 디즈니 같은 대기업이 고품질의 작품을 만들지만, 개인도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콘텐츠를 유통하고, 크리에이터가 되는 시장이 열렸다. 콘텐츠와 크리에이터, 셀러(판매자)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콘텐츠와 프로덕트(상품)의 경계도 희미해지는 중이다. 이제는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상품과 쉽게 연결하면서 프로덕트를 소비하는 행위 그 자체가 또 다시 콘텐츠화 되고 있다.”
 
크리에이터 프로덕트 판매 플랫폼 ‘젤리크루’를 운영하는 박준홍 핸드허그 대표의 통찰력은 콘텐츠 시장의 변화 흐름을 관통한다. 젤리크루는 브랜드화된 다이어리, 폰케이스, 스티커 등을 판매하지만, 단순히 팬심을 자극한 굿즈 매장과는 다르다. 상품에 대한 필요성이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고, 소비자가 구매 행위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을 하나의 엔터테인먼트적 콘텐츠로서 체험한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차별화한다. 

젤리크루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굿즈를 판매하는 ‘마플샵’이나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기획사가 비교 대상으로 언급된다. 하지만 박 대표는 자신들의 경쟁상대를 ‘아트박스’나 ‘텐바이텐’, ‘교보핫트랙스’ 같은 디자인 소품샵으로 명확하게 구분 짓는다. 소비가 일어나는 핵심 동력이 제품에 대한 구매자의 니즈라는 점에서 디자인 소품샵과 더 가깝고, 향후에는 이 시장을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내부적으로 굿즈와 프로덕트의 개념을 구분하고 있다. 굿즈는 어떤 콘텐츠에 대한 인지를 기반으로 상품 구매가 일어나지만, 프로덕트는 소비자가 가진 니즈에서 출발한다”며 “예를 들어, 두산베어스 팬이라면 굿즈를 구매하지만 이 소비가 일상적으로 반복되긴 어렵다. 반면, 프로덕트는 소모품 중심이라 재구매율이 높다. 이제는 SNS를 통해 어떤 물건들이 유행하는지 확인하고, 콘텐츠로 소비하는 엔터텐인먼트적 행위를 관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준홍 핸드허그 대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전략기획팀 출신인 그는 콘텐츠 사업을 하고 싶어 2015년 창업 시장에 뛰어 들었다. 박 대표는 “콘텐츠와 커머스의 연결이 빨라질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창업이 이렇게 힘든 줄 알았다면 그때 당시 이런 선택할 수 있었을까. 잘 모르겠다”면서도 “기업인들이 세상을 바꾸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제는 저도 그런 역할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핸드허그]

크리에이터 프로덕트의 매력...객단가의 상승, 높은 재구매율
과거 디자인 문구·소품은 1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했지만, 카카오·라인 프렌즈 같은 글로벌 지식재산권(IP) 상품의 등장으로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열렸다. 제조업체가 브랜드였던 이전과 달리 IP 자체로서 브랜드로 인식되기 시작된 것이다. 젤리크루는 이 같은 시대 흐름을 포착해 크리에이터가 지니는 IP를 활용해 그 상품들을 브랜드화하고, 온·오프라인에서 상품을 유통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박 대표는 “새롭게 생겨나는 많은 브랜드 상품들을 한데 모아 소비자에게 조금 더 쉽게 전달하는 커머스 플랫폼을 목표로 한다. 15년 전 디자인 문구 브랜드를 이제 크리에이터가 대체하고, 디자인 소품샵의 역할을 젤리크루가 하고 있다”며 “카카오·라인프렌즈 같은 상품이 시장의 변화를 촉진했고, SNS가 대중화하면서 이제는 ‘문구를 사야지’라는 개념보다는 ‘요즘 유행하는 건 뭐지’, ‘새롭고 귀여운 상품은 뭐가 있지’ 하면서 계속해서 재구매를 하는 소비 형태를 보인다. (크리에이터가 트렌드를 선도하면서) 사람들은 그들이 만든 상품에 관심을 보이고, 유행하는 브랜드를 구경하거나 구매하는 행위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문구·소품에 브랜드가 입혀지면서 찾아온 또 하나의 변화는 객단가의 상승이다. 과거에는 1000~2000원 상품이 팔리는 시장이었지만, 젤리크루는 평균 2만4000원 정도의 객단가를 형성하고 있다. 상품에 대한 필요성과 함께 자신이 구매한 제품을 SNS에 자랑하려는 니즈가 더해지면서 객단가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진 영향이다. 재구매율도 높다. 온라인 기준 재구매율은 50~60%로, 구매 이력이 있는 소비자 두 명 중 한 명은 다시 젤리크루를 찾는다. 여기에 80% 이상이 여러 브랜드를 교차 소비한다는 점도 확인됐다. 평균적으로 3~5명의 크리에이터 물건을 교차 구매하는데, 이런 통계들이 굿즈 시장과의 차별성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IP 자체가 구매 동기가 되는 굿즈는 연예인이나 콘텐츠 제공자가 사업의 주도권을 갖는다. 반면, 소비자의 니즈가 구매행위를 이끌고, 소비 과정이 콘텐츠화되는 프로덕트 시장에서는 핸드허그 같은 플랫폼 제공 업체의 역할이 더 커진다.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제공하면서 젤리크루 자체가 소비자 유인 효과를 만들고, 크리에이터가 브랜드 상품을 홍보할 때 더 많은 트래픽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 8월 기준으로, 젤리크루에서 상품을 판매해 1억원 이상 정산받은 판매자만 5명이 나왔다. 이 같은 사업성과 확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핸드허그는 최근 25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크리에이터들은 2~3년 전만 해도 타사 상품을 광고하는 데 집중했고, 공동구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했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공동구매의 장점이 없다는 걸 깨달으면서 크리에이터도 직접 브랜드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기 시작했다. 크리에이터와 셀러, 콘텐츠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며 “젤리크루는 물류적인 지원과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유통의 장점을 제공하기 때문에 입점 판매가 유리하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다. 1년 반 만에 3억원 이상 정산 받은 사례가 나왔고, 1억원 이상 수익을 만든 크리에이터도 5명이나 된다. 그들도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필요하다. 젤리크루가 지속적인 부가 수입을 창출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플랫폼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도 인정한 1020대 여성 집객 효과
 

박준홍 핸드허그 대표.[사진=핸드허그]

오프라인 매장은 백화점을 포함해 총 7곳을 운영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전반적인 오프라인 사업이 축소되는 과정에서도 핸드허그는 매장을 늘렸다. 면적당 매출 실적이 중요한 백화점에서 얼마나 버티겠냐는 비관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현대백화점 중동점에서 론칭한 첫 달에 해당 층 실적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매장에서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면서 1020대 여성 소비자를 끌어 모았고, 최근에는 증명된 집객 효과를 내세워 유동인구가 많은 코엑스, 신촌 현대백화점 같은 핵심 상권에 샤넬, 젠틀몬스터 등과 함께 자리를 잡고 있다.
 
그는 “백화점도 10~20대들이 좋아하는 매장을 한 곳에 다 모아 출점하는 전략을 짜고 있는데, 젤리크루도 세계적인 브랜드들과 함께 집객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을 인정받고 있다”며 “몇 년 전만 해도 카카오·라인 프렌즈 매장이 북적였지만, 1호 매장이었던 신촌 현대백화점에 카카오 프렌즈 매장이 빠졌다. 30대에게 굉장히 새로웠던 IP 상품이었지만, 10~20대만 해도 매력을 덜 느끼기 때문이다. 10~20대는 SNS에서 자신이 자주 보는 프로덕트나 최신 트렌드 상품을 원한다. 변화의 속도가 굉장히 빨라서 몇몇 대형 인플루언서와 기획 생산하는 형태로도 힘들다. 이제는 트렌드에 맞는 그림체나 디자인을 신속하게 공급해야 한다. 우리도 계속해서 피봇팅을 하면서 시스템과 인프라를 맞춰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핸드허그가 시대의 변화 흐름에 맞춰 자연스럽게 적응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크고 작은 위기도 많았다. 2015년 호기롭게 창업을 하고 이듬해 시드투자를 유치했으나, 그 후 5년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사업에 진척이 없자 빚은 늘어갔고, 추가 투자도 요원했다. 기존 투자자까지 나서 '개인 부채를 줄이려면 폐업을 하라'고 권유하는 상황이 됐다. 이 과정에서 박 대표는 통풍과 대상포진에 시달리고, 스트레스로 인해 몸무게가 100kg까지 불어났다. 실패가 문 앞까지 찾아왔다. 하지만 좌절할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 함께 일한 팀원들에 대한 책임감이 컸고, 시장에 대한 확신 또한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오랫동안 함께한 멤버 중에는 부인한테 ‘회사가 곧 망할 건데, 대표가 불쌍하니까 망할 때까지만 같이 일하겠다’고 말한 친구도 있었다. 어려움도 많았지만,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했다. 밖에서 보기엔 피봇의 흐름이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피를 철철 흘리면서 왔다. 물론 아직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 대한 확신과 저를 믿어주는 분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지난 날을 회상했다.
 
이어 “지금은 문구·소품·캐릭터 디자인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유튜브든 인스타그램이든 SNS 채널을 통해 성장한 크리에이터가 돈을 벌고 싶을 때 우리를 찾아오게 만들고 싶다. 젤리크루가 하나의 IP로서 기능하는 플랫폼이 되고, 고객에게 더 좋은 구매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며 “사소한 실패들이 개인 개인들에게 매우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잘 이해하고 있다. 앞으로는 실패를 최소화하면서 커머스적 인프라와 시스템을 제공해 나가려고 한다. 좋은 생태계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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