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가 11월 통화정책회의(FOMC)에서 정책금리는 동결했으나 11월 말부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개시를 선언했다. 미 연준은 코로나19 발발 후 고유 계정으로 매월 1200억 달러의 국채와 모기지채(MBS)를 매입했으나, 미국 경제가 코로나19의 충격을 회복하고 있고, 일시적 공급 장애와 노동력 부족으로 발생한 인플레이션도 정상화될 것이므로 그동안 과다하게 풀었던 돈줄을 조이기로 결정했다. 다만 돈줄을 딱 끊으면 경제에 큰 충격을 주기 때문에 자산매입 규모를 서서히 줄인다는 것이다. 또한 테이퍼링이 금리 인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금리 인상은 미흡한 최대고용이 달성될 때까지 보류할 것이고, 코로나19 재확산 추세에 달려 있다고 확인했다. 뉴욕 증시는 당분간 금리를 묶겠다는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의 확언에 소폭 상승했으나 금융전문가의 해석은 긍정과 불안이 혼재했다.

한편 금융시장에 참가한 사람들은 많은 첨단 분석 도구, 정보 그리고 복잡한 투자론, 회계지식 등으로 무장했으므로 매사 냉철하고, 분석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리라 추측하지만,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그 믿음을 깨는 경우가 많았다. 금융전문가 제이슨 츠바이크는 그의 저서('Your Money & Your Brain')에서 금융시장에 횡행하는 기술적 분석, 예측 행위 모두 부질없는 짓이며, 인간은 심리적·뇌신경학적으로 합리적 투자행위와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한다. 즉 금융시장은 합리적 근거와 분석보다는 과거 경험을 통해 인지하는 반복 패턴을 신뢰하고 이를 근거로 반응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과거의 고통스러웠던 경험은 유사한 상황이 다시 발생할 때, 금융시장에 강한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불어넣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 연준의 테이퍼링 예고는 금융시장 불확실성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테이퍼링'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 벤 버냉키가 용어를 사용하며 등장했는데 그 기억이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금융위기가 발발한 이후 미국은 물론 EU는 '헬리콥터 머니'라는 용어가 등장할 만큼 돈을 퍼부어 경제를 살렸다. 그러나 미 연준이 이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3차에 걸쳐 양적 완화 후 테이퍼링을 반복했는데 세계경제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2009년 1차에는 남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하며 유럽 경제를 뒤흔들었고, 2011년 2차 시기에는 증시자금 유출로 한국은 –30%, 신흥국 증시는 –34% 폭락했다. 2014년 3차 테이퍼링은 이후 수반된 금리 인상과 중국의 자본 유출로 중국 증시는 -48% 폭락했다. 천문학적 규모의 달러 살포는 미국 경제를 위기에서 구했으나, 그것을 정상화하는 과정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신흥국에 충격을 주는 트라우마로 기억에 남았다. 이것은 이론적 근거 없이 경기후퇴가 뒤따른다는 반복적인 경험으로 금융시장에 심각한 불확실성을 가져오는 장단기 금리 역전과 유사한 금융시장의 패턴 인식이다.

미 연준의 테이퍼링은 2022년 중반에 끝날 전망이나 그 이후에 금리 인상과 연준이 그동안 쌓아둔 8조 달러의 자산을 2019년 말 수준인 4조 달러까지 축소하는 과정 등 3단계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이 이어질 것이다. 앞으로 테이퍼링이 진행하는 과정마다 금융시장은 스트레스가 지속할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재확산하고 인플레이션이 2%로 돌아오지 않으면 금융시장의 불안,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외신에 따르면 통화정책회의를 평가하는 글로벌 IB(투자은행)는 이번 FOMC가 상당히 매파적(hawkish)이었고, 12월에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단어를 미 연준이 철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테이퍼링과 같은 글로벌 이벤트는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금리, 환율, 주가는 급격하고 큰 변동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금융시장의 중요 가격 변화는 투자자에게 회피할 수 없는 위험으로 체계적(systematic) 위험이라고 한다. 대규모 투자를 하는 글로벌 IB는 체계적 위험에서 발생하는 보유 자산의 가치 하락을 회피(헤지)할 동기가 발생한다. 그래서 글로벌 IB는 선물이나 옵션, 스와프 거래 등으로 위험을 분산하거나, 위험을 제삼자에게 전가(轉嫁)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최종 금융소비자에게 위험을 쪼개서 투자 상품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태는 한국 금융소비자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2018년 미·중 무역분쟁이 심각해지고 트럼프가 유럽 주요국과도 무역전쟁을 확산하자 세계 금융시장 여건이 악화하기 시작했다. 미국, 영국, 독일의 금리가 하락할 전망이 우세했다. 이때 글로벌 IB가 국내 금융시장에서 미국, 영국, 독일 금리와 연계한 파생결합상품 DLS를 들고 나타났다. 2018년 국내 저축성 수신금리가 1.87%인 상황에서 베리어 금리 조건 이하로 금리가 하락하지 않으면 6개월 만기에 연 4% 이상의 약정 수익률을 지급한다는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DLS의 손실 배수가 200배에서 300배였다는 것이다. 기록을 보면 금융소비자보다 금융회사가 더 광분했다. 2019년 3월부터 국내 금융회사는 이 DLS를 펀드에 담아 DLF로 국내 금융소비자 3243명에게 7950억원어치를 판매했다. 3월부터 5월까지 금리는 계속 하락했는데도 금융회사는 연달아 베리어를 낮추고 손실 배수를 높이며, DLF를 추격 매도를 했다. 이후 원금손실 폭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실시한 현장 검사에 따르면, 손실 발생 가능성에도 금융회사들은 자체적인 테스트 결과 원금손실 발생 확률이 0%라고 금융소비자를 유혹했다. 외국계 IB로부터 싼 수수료를 받고 국내 금융소비자에게 위험을 전가하는 매파 노릇에 너나 할 것 없이 국내 금융시스템 대부분이 가담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DLF 사태 이후 금융회사는 반성보다는 법적 회피에 진력했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 태도를 미루어 보건대 언제든지 동일한 이윤 동기가 발생하면 같은 사태가 재발할 수도 있다.
 
미 연준 테이퍼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체계적 위험이 증가하면 글로벌 IB와 금융회사는 이를 전가할 동기가 다시 발생한다. 금융상품을 통한 위험의 전가는 금융소비자가 속아 주기만 하면 금융회사에는 매력적인 무위험 수수료 장사이다. DLF 사태로 고위험 금융상품, 사모펀드의 투자자 보호 강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도입되었다. 그러나 금융소비자가 책무를 게을리하면 금융소비자 보호법은 금융회사 보호법이 된다는 점을 꼭 알아야 한다. 금융소비자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다는 뉴스가 보이면 선정적 수익률의 금융상품에 경계를 늦추면 안 되며, 금융회사에 항상 최악의 위험을 묻고 확인해야 한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금융소비자는 항상 DLF 사태를 기억해야 한다.






조수연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 석사 △하나금융투자 상무 △ 금융투자분석사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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