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불문 DX] 디지털플랫폼으로 한국형 리쇼어링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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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1-11-0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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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W정책연 이슈리포트 '디지털전환과 리쇼어링'

  • 과거 '해외 공장 직접 유턴' 기업 지원 성과 미흡

  • 한국 리쇼어링 사례 '2014년 20개→2020년 7개'

  • 효율화·국내 연계·대중소 상생·플랫폼 활용 등 제안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년간 고조된 미·중 무역갈등과 지난해 세계적으로 대유행한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려는 각국의 조치가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불안을 초래했다. 주요국 정부가 기업의 해외 생산설비를 자국으로 이전하는 조치를 뜻하는 '리쇼어링(reshoring)'을 정책적으로 지원함으로써 GVC 불안에 대처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리쇼어링 지원 정책 성과는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리쇼어링의 범주를 디지털전환(DX) 개념과 연계함으로써 폭넓게 바라보면 더 효과적인 '한국형 리쇼어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란 전문가의 제안이 나왔다.

6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이슈리포트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글로벌 밸류체인의 재편, 디지털전환과 리쇼어링'은 한국의 리쇼어링 정책이 기업의 법인세 감면, 공장 부지 제공, 연구개발 비용 보조, 노후화한 제조 산업단지의 스마트화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국내로 생산시설을 복귀한 기업의 생산비용 증가, 현지 기업과의 연계 문제 등 어려움이 남았고,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관세 리스크가 가중돼 리쇼어링을 통한 성과는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의 과거 리쇼어링 관련 정책 지원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파악됐다. 정부는 첫째로 지난 2014년 시작한 '생산라인 스마트화'를 2018년 '스마트 공장 확산 및 고도화 전략'으로 발전시켰고, 그 연장선에서 올해 'K-스마트등대공장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여기서 '등대공장'은 미래 제조 비전을 제시하는 최첨단 스마트공장이라는 의미로 2018년 세계경제포럼(WEF)이 제시했고, 올해 3월 기준 BMW, 보쉬, 지멘스, 피앤지 등 세계 69개 기업이 등대공장으로 선정됐다.

둘째로 기존 공장에서 생성된 제조 데이터를 활용해 얻은 이익을 데이터 생산 제조기업에 환원하는 '마이 제조데이터 생태계' 구축을 지원함으로써 산업의 지능화를 가속화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NHN·KT 등 민간 클라우드사업자와 중소벤처기업부가 협력해 작년부터 국내 제조기업의 지능형 공장화를 촉진하고 있는 '민관협력 인공지능 제조플랫폼(KAMP)' 사업이 대표적이다. 비영리 사단법인 '한국인공지능제조이니셔티브(KAMP.AI)'가 이 사업의 구심점 역할을 맡아 유럽의 '가이아-X' 참여 같은 국제협력도 도모하고 있다.

셋째로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운영 중인 국내복귀기업 지원제도가 있다. 리쇼어링 기업에 조세감면, 정착비용 지원, 공동 연구개발, 스마트공장, 유턴기업 수요맞춤형 부지제공 등을 통해 기업의 해외 구조조정, 국내 사업장 투자, 운영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2018년 12월 대기업을 조세감면 대상에 포함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2019년 8월 인센티브를 강화한 해외진출기업 복귀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 11월 인센티브 대상 업종을 확대한 해외진출기업 복귀법 개정 내용에 근거한다.
 
국내 '스마트공장' 작년 2만개…"양보다 질 고도화 필요"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리쇼어링이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GVC 재편으로 재조명되고 있지만 성과는 미흡하다. 국내 인건비 수준 때문에 기업이 원가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리쇼어링 자체가 부진한 측면이 있다. 정부가 기업에 국내 사업 이력·담보물을 요구하거나 수도권 입지규제 등을 적용하는 탓에 기업이 이를 제도적 리스크로 보고 해외 생산기지로 다시 눈을 돌리는 모습도 나타난다. 대기업과 중소 협력사가 동반 진출한 경우 유기적으로 얽힌 글로벌 공급망에서 독자 귀환하기 어려울 수 있고, 미국이나 중국처럼 내수 시장이 큰 현지에서 이탈할 경우 관세장벽이 높아져 오히려 수출 길이 막힐 위험도 있다.

미국은 무역·통상 정책과 연계해 비용절감형 리쇼어링을 추진하고 유럽도 글로벌 공급망 안전, 유럽 재산업화 전략에 따라 미국을 벤치마킹 중이다. 일본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귀환한 기업의 비용을 보조금으로 지급하면서 귀환을 적극 독려한다.

우리 정부가 리쇼어링뿐 아니라 스마트공장 연계 정책을 추진하면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스마트공장을 도입해 국내외 생산을 연계하면 일부 유턴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스마트 리쇼어링은 일회성 용역개발 모델보다 스마트시스템의 지속적 고도화가 가능한 서비스형 개발 방식이 요구돼, 국내 IT서비스 기업의 사업모델을 고도화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보고서에 인용된 통계를 보면 2014년 227개에 불과했던 국내 스마트공장 수가 작년까지 누적 1만9799개 보급됐고 업종별로 기계장비(18.0%), 자동차부품(10.1%), 금속가공(13.8%), 전자부품(6.1%), 플라스틱(5.7%), 전기장비(4.4%), 기타(41.8%) 분야에 보급됐다. 다만 제조설비 스마트화 현황은 대부분 기초수준(74.5%)에 그치고 '중간1' 수준(23.7%)과 '중간2' 수준(1.8%)의 비중이 작았다. 지원 대상 기업의 양적 규모는 늘었지만 앞으로는 스마트화 수준을 질적으로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또한 정부가 2013년부터 관련 정책을 추진해 왔음에도, 미국의 리쇼어링 기업 규모는 증가 추세(2014년 340개→2018년 886개)인 반면 국내 사례로 파악된 리쇼어링 기업 수는 감소세(2014년 20개→2020년 7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기업의 리쇼어링은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경쟁과 무역갈등 속에 우리 기업의 공급망 정상화와 안정화를 위해 필요하지만, 그간 추진된 스마트 공장과 국내 복귀지원을 연결한 '스마트 리쇼어링' 등, 우리 산업 실정에 맞는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
 
생산효율화·국내외 연계·대중소 상생·플랫폼 활용…4대 전략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보고서 작성자들은 정부의 기존 리쇼어링 전략이 실제 해외 생산설비를 국내로 옮길 수 있도록 보조금과 부지 제공 등 인센티브를 시행하는 하드웨어 기반의 접근방식이라는 한계를 보였음을 지적했다.

이어 "GVC에 속한 생산체제의 일부를 국내화하는 방안이나 해외로 이전할 생산체제를 국내에 머물게 하는 전략 등"으로 리쇼어링의 의미를 확대한 관점을 제안했다. 또 DX와 리쇼어링을 연계한 스마트 리쇼어링, 스마트 연계, 협업형 스마트화, 플랫폼활용형 등 4대 유형의 GVC 국내화 전략의 시행을 권고했다.

스마트 리쇼어링은 과거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해외에 공장을 둔 기업이 스마트공장을 활용해 국내에서 비용절감을 추진하는 개념으로, 아주철강, KG동부제철, 지앤지엔터프라이즈 등이 실제 사례다. 아주스틸은 지난 5월 필리핀 생산공장을 철수하고 경북 김천산업단지에 500억원을 투입해 6만6000㎡ 규모의 스마트공장을 세웠고 80% 이상의 자동화율을 달성했다. 이는 스마트공장과 빅데이터 구축 등 구체적 로드맵을 갖고 리쇼어링을 추진하면 산업별 특성에 따라 비용절감과 품질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로 평가된다.

스마트연계는 해외에 이미 생산설비를 둔 기업이 이를 국내로 가져오는 게 아니라 그와 연계할 수 있는 추가 생산설비를 국내에 구축하는 '준유턴' 개념이다. 중국 코로나19 사태로 차량용 하네스 생산 차질이 빚어지자, THN이 해외 사업장 8곳을 뒀음에도 대구 국가산단에 5873㎡ 규모의 주력제품(ICU 통합제어기 신제품) 신규 생산기지 건설을 결정한 사례가 있다. 이는 국내에 주요 납품처인 자동차제조기업이 있고 제조공정을 스마트화해 비용절감이 가능했던 점과 이런 준유턴 투자도 지원대상으로 인정한 대구시의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협업형 스마트화는 중소벤처기업부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을 통해 대기업의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전수하는 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와 협업한 삼송캐스터는 이 모델로 세진프라스틱, 혜성엔지니어링, 코아컴포넌트 등 협력회사와 함께 생산성과 공정불량률을 개선했고, 네이버랩스의 기술지원으로 신제품(근력증강카드)의 상용화를 추진했다. 또 천일금형사도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후 매출이 10% 증가했고 납기는 3분의2, 공정 불량률은 절반 수준으로 감축했다.

플랫폼활용형 전략은 전통 제조업과 디지털플랫폼 기업의 협업을 통해 제조생산체계의 효율화와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방법이다. 네이버는 오프라인 매장(마을시장·식당·카페)을 운영하는 소상공인 판매자를 위해 빠른배송 서비스, 수수료 혜택, 전문교육 제공으로 '스마트스토어' 42만곳의 창업을 지원했다.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인 무신사는 동대문 패션클러스터에서 패션 특화 스타트업을 위한 공유오피스를 만들고 동대문 의류제조 생태계의 생산·유통체계에 참여해 5000여곳의 패션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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