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를 찾아서]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 적자 늪에서 부활 날갯짓···친환경·스마트 기술 확보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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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1-11-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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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삼성중공업을 맡게 된 정진택 사장이 회사의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상감자와 유상증자 절차를 무사히 밟아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는 동시에 조선업계 훈풍을 틈타 일감까지 든든하게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7년째 지속되고 있는 만성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마친 셈이다.

7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 과정에서도 친환경·스마트 선박 기술 확보에 노력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삼성중공업은 그동안 꾸준한 적자 기록에도 불구하고 연간 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지속해 기술력 확보에 힘써왔다. 이는 올해 조선업계 호황 시점에 삼성중공업이 신속하게 일감을 수주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분석된다.

소방수 역할을 맡은 정 사장이 올해 조선산업 회복을 기회로 삼성중공업의 경영정상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유상증자로 1조2825억원 확보···재무구조 개선안 마무리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이번에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통해 총 1조2825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는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액이 주당 5130원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8개 증권사와 해당 신주에 대한 전량 인수 계약을 체결한 덕에 향후 절차와 관계 없이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순조롭게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조선 업황이 수주 호조와 선가 상승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올해 남은 기간에도 예정된 프로젝트의 수주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5월 발표된 재무구조 개선방안이 마무리된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5월 자본잠식의 위기 상황에 놓여 무상감자 후 유상증자를 통해 건전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삼성중공업은 지난 7월 보통주와 우선주의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0원으로 감액하는 무상감자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의 자본금은 3조1505억원에서 6301억원으로 80% 줄었다. 삼성중공업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2조5000억원가량의 납입자본금 감액분을 자본잉여금으로 전환했다.

이는 자본잠식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적자를 냈으며, 올해 1분기에도 연결기준 506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삼성중공업은 자칫 완전 자본잠식에 해당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무상증자에 이어 유상증자까지 마무리하면서 삼성중공업은 당장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향후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1조2825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활용한다면 지난 6월 말 322.2%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건전성 개선 계획을 정 사장이 이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 사장은 부산대학교 조선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아 조선사 경영에 특화된 인물이다.

그는 삼성중공업 선장설계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영업팀장, 리스크 관리팀장, 기술개발본부장, 조선소장 등 다양한 업무를 맡아온 조선산업 전문가다. 특히 정 사장은 삼성중공업이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한 2016년에 리스크 관리팀장을 맡아 위기관리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 [사진=삼성중공업 제공]

◆6년 연속 적자의 늪에서 일감 확보로 수익성 개선 시도

다만 재무구조 개선에도 삼성중공업이 처한 상황이 만만치 않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1102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134억원 영업손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된 수준이다. 다만 지난 2분기 4379억원 영업손실에 비하면 손실 폭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올해 1~3분기에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만큼 올해 4분기 영업손실 폭을 전부 만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5년 이후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지난해까지 조선업계 수주 불황이 지속된 탓이다. 올해는 수주 불황에서는 벗어났으나 기본적 원자재인 후판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익성이 오히려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당장은 수익성이 악화됐지만 내년 혹은 내후년에는 부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수주 호조로 일감이 많아 앞으로 매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총 2조원이 넘는 셔틀탱커 7척을 한 번에 수주하며 올해 누적 수주 112억 달러(약 13조1930억원)를 달성했다. 이는 삼성중공업이 연중 한 차례 상향했던 연간 수주 목표치인 91억 달러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삼성중공업의 수주액이 연간 100억 달러를 넘은 것은 조선산업 호황이었던 2007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2007년 126억 달러의 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친환경·스마트 기술 확보 앞장···연구·개발도 꾸준

정 사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성장 동력 확보는 우리의 미래"라며 "기술 부문은 친환경, 신기술, 신제품 연구 개발에 더욱 집중해 시장을 선점해 달라"고 당부했다.

실제 삼성중공업은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매년 5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실제 2018년 486억원, 2019년 499억원, 지난해 498억원을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이는 최근 들어 조선업계에 글로벌 환경 규제가 더욱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박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새로운 친환경 기술과 더 적은 선원으로도 항해를 할 수 있도록 스마트 기술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삼성중공업은 수익성 개선의 일환으로 조선소에 최적화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조선소의 생산 과정을 디지털 기술로 최적화해 원가를 낮추겠다는 '스마트SHI' 운동이 그 골자다. 이를 통해 당면한 위기극복에도 도움이 되는 동시에 미래의 기술 경쟁력도 제고할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조선 부문 담당 연구원은 "추가적인 후판 가격 상승이 없다면 이번과 같은 대규모 충당금 인식 가능성은 낮다"며 "삼성중공업이 연내에 이뤄질 유상증자, 드릴십 매각과 용선 계약 등을 통해 재무 안정성을 개선하고 있으며 최근 일감을 많이 확보해 차츰 실적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발주 개선세가 확연한 컨테이너선과 유가 회복에 따른 해양생산설비 수주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며 "미래 선박 시대 전환이라는 중요한 변화의 시기에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삼성중공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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