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위원]



대선을 5개월여 앞둔 요즘 여론 흐름을 보면 두 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첫째, 정권 교체가 정권 재창출을 훨씬 앞선다. 둘째,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양자 대결에서 국민의힘 후보는 백중세에 있다는 점이다. 먼저 정권교체 여론을 살펴보자. 갤럽을 비롯해 리얼미터, 한국사회여론연구소까지 모든 여론조사에서 야당에 의한 정권교체 여론이 여당에 의한 정권 재창출을 압도하고 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5~7일)에서 ‘정권 교체’ 여론은 52%로 절반을 넘겼다. ‘정권 유지’는 35%에 불과했다. 1년 전 같은 여론조사에서 정권 유지가 47%로 정권 교체(41%)보다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민심 이반은 뚜렷하다.

SBS·넥스트리서치 여론조사(12~13일)도 마찬가지다. ‘내년 대선에서 바람직한 결과’를 묻는 질문에 55.7%는 ‘야당으로 정권 교체’를, 36.2%는 ‘여당 정권 재창출’을 선택했다.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11~13일)에서도 응답자 54.5%는 ‘정권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했고, 38.2%는 ‘정권 연장을 위해 여당 후보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머니투데이·한국갤럽(11~12일)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졌다.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게 좋다’는 56.7%인 반면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게 좋다’는 35.6%로, 무려 21.1%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민심 이반은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 하락에서도 확인된다. YTN‧리얼미터(12~15일)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39.2%로, 40%를 밑돌았다. 부정 평가는 58.2%였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TBS‧한국사회여론연구소(15~16일)에서 대통령 긍정평가는 39.7%, 부정평가는 57.3%였다. 긍정과 부정평가 차이는 17.6%포인트로, 한주 전보다 7.7%포인트 더 벌어졌다. 민주당 지지율도 크게 하락했다. 국민의힘은 41.2%, 민주당은 29.5%로 두 자리 격차를 보였다. 중도층(3.5%p 하락)과 호남(13.9%p 하락), 40대(3.8%p 하락)에서 이탈이 하락세를 견인했다.

모든 여론조사 결과가 가르키는 지점에는 분노한 민심이 있다. 정치권은 트리플 하락 원인으로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을 주목하고 있다. 대장동 이슈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드러난 악재로는 후보, 당, 대통령 하락을 설명할 길이 없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대장동 사업은 부동산 때문에 멍든 국민들 가슴에 불을 질렀다. 앞선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여론조사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후폭풍이 절정에 달하던 때였다. 이재명 후보 선출, 이낙연 측 반발과 문제제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대통령 철저한 수사지시 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장동 의혹은 정권 재창출과 대선 후보, 민주당, 대통령 지지율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무기력하다. 개별 후보 경쟁력이 의문시되는 가운데 수준 낮은 토론과 막말 퍼레이드는 민심을 파고들지 못한 채 겉돈다. 가상 양자대결에서 박빙은 이를 반영한다. 넥스트리서치(14일) 양자 대결에서 이재명(33.2%)과 윤석열(35.5%)은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쳤다. 또 홍준표(33.2%)와 이재명(32.8%) 가상대결도 팽팽했다. 한국리서치 여론조사(14일) 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윤석열은 36%, 이재명은 41%였고, 홍준표(39.3%)와 대결에서도 이재명(39.9%)은 접전을 벌였다. 이재명이 대장동 악재 때문에 허덕이는 상황에서도 국민의힘 후보들 경쟁력이 의문시 된다는 방증이다.

국민의힘은 다음달 5일까지 열 차례 TV 토론회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저질 막장 토론회를 지켜본 국민들은 오히려 국민의힘에 등 돌리고 있다. 윤석열과 유승민이 TV토론장 밖에서 설전을 주고받은 걸 시작으로 낯 뜨거운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은 ‘왕(王)’자를 쓰고 나와 무속·주술 논란을 촉발했고, 급기야 항문침 전문가가 누구와 가까운가를 두고 서로 공격했다. 또 ‘천공스승님’ 유튜브를 놓고 “미신이나 점에 관련 된 게 아니다”(윤석열)와 “그럴 시간 있으면 정책 준비하라”(유승민)는 입장이 맞서기도 했다. 부동층 비율과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데도 국민의힘 후보 경쟁력이 낮은 이유는 간단하다. 대통령이 되면 뭘 하겠다는 건지 비전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11일 TV토론에서도 유치한 말꼬리 잡기는 전파를 탔다. 윤석열과 유승민 간 공방도 그렇지만 홍준표가 쏟아내는 막말은 가관이다. 그는 경쟁 후보를 향해 ‘지X하는 놈’, 그리고 초선 의원들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삭제하기도 했다. 윤석열을 향해서는 ‘범죄 공동체’라도 했다. 19일에도 자신을 ‘4연패 주역’이라고 평가하자 “문재인 정권 앞잡이” “당을 궤멸시켜 벼락출세한 사람” “입당 때부터 기고만장” “온갖 비리에 휩싸여 정신 못 차려” “천지도 모르고 날뛰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 “꼭 하는 짓이 이재명같이 뻔뻔하다”며 원색적인 말을 늘어놨다. 같은 당원은 맞는지, 경선 이후 원팀은 가능할지 한심하다.

이들은 자신이 후보로 확정되면 이재명과 대결에서 쉽게 이길 것으로 믿고 싶겠으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TV토론을 지켜본 국민들이라면 누구도 그들에게 국가운영을 맡기고 싶은 생각이 없다. 뚜렷한 국가 비전도, 국민통합 의지도 보이지 않는 그들에게 표를 던질 유권자는 극성 지지층에 불과하다. 중도를 잡지 못하면 정권 유지도 정권 교체도 어렵다. 2012년 대선 때도 정권교체 여론은 50%를 넘었지만 보수(박근혜)가 재집권했다. 후보 경쟁력이 관건이다. 국민의힘 TV토론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국가 운영에 대한 비전과 철학, 구현할 정책과 대안, 목표를 실현할 열정과 전략을 보여주지 못하면 외면 받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아무 말 잔치’로 전락하고,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20대 대선은 이래저래 착잡하다

 
임병식 필자 주요 이력

▷국회의장실 부대변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한양대학교 갈등연구소 전문위원 ▷서울시립대학 초빙교수 ▷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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