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 칼럼] 불신받는 대장동 의혹 검찰수사, 실패한 검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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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시사평론가
입력 2021-10-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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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시사평론가]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이 지난 9월 29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할 때 그가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져 증거를 인멸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그러자 서울중앙지검은 “주거지 내외부 CCTV를 확인한 결과 압수수색 전후로 창문이 열린 사실이 없었다”며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은 9일이 지난 뒤 CCTV를 토대로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를 가져간 인물을 특정하고 휴대전화를 찾아 압수했다. 대장동 의혹의 ‘키맨’으로 불리는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는 관련 의혹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 중요한 증거를 검찰은 찾으려는 노력도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 경찰이 이를 찾아냈으니,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게 되었다. 찾을 수 없었던 것인지, 찾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수사팀은 “송구스럽다”고 사과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이 지인의 집에 맡겨둔 옛 휴대폰을 지인의 집에서 압수하면서 경찰 모르게 끼어들기를 했다는 논란이 빚어졌다. 경찰이 먼저 이 휴대전화 행방을 파악해 검찰에 알렸는데, 경찰에 알리지도 않고 자신들이 먼저 압수를 해서 휴대전화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검찰이 경찰의 성과를 가로챈 것”이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게 되었으니, ‘검찰과 경찰의 적극 협력’을 주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 무색하게도 되었다.

이런 가운데 김오수 검찰총장이 총장 임명 직전인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성남시의 고문 변호사를 맡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야당에서는 그동안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해온 이유가 드러났다며 김 총장을 향해 대장동 의혹 사건의 수사 지휘권에서 손을 떼고 스스로 회피하라고 요구했다. 때마침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이자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예상과 다르게 영장이 기각된 것은 검찰이 법원에 핵심 증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는 부실수사를 한 탓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씨를 한 차례만 조사한 뒤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있자 서둘러 영장을 청구하면서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점, 사업을 총괄한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과 관련자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 계좌추적조차 미비하여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5억원을 건넨 방법에 대한 검찰의 설명이 오락가락한 점 등은 검찰의 수사의지와 역량에 대한 의구심을 낳기에 충분했다.

봐주기 수사, 부실수사에 대한 비판이 무성해지자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이 구성된 지 16일 만인 지난 15일에야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이 실시되었다. 수사팀이 구성되고 가장 먼저 했어야 할 성남시청 압수수색이 김만배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에야 이루어진 데 대해서는 법조계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들이 많다. 뒤늦은 압수수색에서도 사업의 최종 결재권자인 성남시장 집무실과 부속실은 대상에서 제외되어 하급자인 공무원들의 사무실만 뒤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들을 종합하면 응답자의 최소 60% 이상이 대장동 의혹 특검에 찬성하여, 국민 다수가 대장동 의혹 규명을 위해 특검이 필요함에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검찰 수사가 기본을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국민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지가 미흡하거나 수사역량이 없거나, 물론 두 가지 모두일 수도 있겠다.

이런 가운데 서울중앙지검이 당초 공공수사2부에 배당했던 이재명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고발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이송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었다. “관할이 수원이고, 수원고법에서 과거 관련 사건이 무죄가 확정됐고, 경기남부경찰청에 계류 중인 사건이 있어 수원지검 이송으로 결정했다”는 것이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의 국회 답변이었다. 그러나 지휘라인에 있는 신성식 수원지검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임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있으면서 윤 전 총장 징계에 앞장섰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경우 효과적인 수사를 위해서는 수사를 한곳으로 병합하여 진행하는 것이 통상적인 일인데, 이재명 후보 관련 수사를 굳이 쪼개서 배당하는 것은 의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사실로 판명될 경우 형사책임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대장동 의혹 이상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대장동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되었던 이 사건을 굳이 쪼개어 수원지검으로 다시 이송한 것은 수사의 강도를 낮추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게 되었다.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에 관한 검찰 수사는 이렇게 많은 불신에 직면해 있는 상태이다. 이래가지고는 검찰이 아무리 수사를 해서 결과를 내놓은들 국민의 의혹이 해소될 수 없고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검찰이 이처럼 불신받고 있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했다는 ‘검찰개혁’은 대체 어떤 개혁이었던가를 묻게 된다. ‘검찰개혁’이라는 양의 머리를 내걸고 ‘검찰장악’이라는 개고기를 판 필연적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고 정권의 검찰로 만든 것, 살아있는 권력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는 검찰로 만든 것, 그것은 오도된 검찰개혁이었던 것이다. 국민이 검찰 수사를 믿지 못하는 과거 정권들에서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현실은 문재인 정부의 집권세력이 그토록 외쳐왔던 ‘검찰개혁’이 결국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검찰의 독립성을 회복시킬 진짜 검찰개혁을 다시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더라도 할 말이 없게 되어버렸다.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볼 시간이다. 의혹의 핵심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귀국하며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진실에는 다가가지 못하는 여야의 정치적 공방만이 계속되고 있다. 여야 불문하고 진실찾기보다 정치적 이해 타산에 몰두하는 마당에, 특검 없이 검찰 수사로 과연 의혹의 전모를 규명하고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을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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