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탄소중립과 건설산업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입력 2021-10-15 14:5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손태홍 건산연 연구위원(공학박사)]

우리는 삶을 영위하면서 쓰레기를 배출하게 된다.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행위에 따른 결과물이지만 유쾌하지만은 않은 대가다. 이런 인간의 활동에 따른 결과로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하거나 제거해서 실질 배출량을 ‘0’이 되게 하는 ‘탄소중립(Net-Zero)’ 달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16년 발효된 파리협정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자연재해를 막고자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도 파리협정을 비준하고 지난 12월 ‘2050년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깨끗하게 생산된 전기·수소의 활용 확대, 디지털 기술과 연계한 혁신적 에너지 효율 향상, 탈탄소 미래기술 개발 및 상용화, 순환 경제로 지속할 수 있는 산업 혁신 촉진, 자연생태의 탄소 흡수 기능 강화 등이 전략의 주요 방향이다. 이를 위해서는 건설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세계 건축 및 건설연맹의 발표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 건설산업의 에너지 소비 비중은 35%,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8%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건설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탄소 함량이 많은 화석연료 등의 에너지원 사용을 지목했다.

연맹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건설 환경의 에너지 수요 감축, 전력 부문의 탈탄소화, 친환경 건설자재 사용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는데, 이것만으로 건설 부문의 탄소중립 실현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2050년 건설 부문의 탄소중립은 해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6%씩 줄여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6억 톤이나 감소했는데 이는 전년보다 7% 낮은 수준으로 감소 폭으로는 역대 최고치다. 하지만, 이런 극적인 이산화탄소 배출이 가능했던 건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봉쇄와 이동 제한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1년이라는 재앙의 시간을 겪은 대가라는 뜻이다.

세계 경제 회복과 함께 산업활동이 증가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은 다시 급증할 것이다. 올해 6%에 이르는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년보다 4%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결국, 경제 성장과 함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킬 수 있는 지속가능한 접근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건설산업은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해야 할까.

건설산업의 탄소중립은 시설물의 생산과 사용 과정에서 어떻게 많은 양의 자원 소비를 줄이고 폐기물 등 오염물질 배출량을 최소화하느냐에 달려있다. 다시 말해, 건설 생산 프로세스와 시설물의 에너지 사용 방식을 완전히 바꾸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먼저, 에너지 절약, 고효율 설비, 자원 재활용, 환경공해 저감 기술 등을 활용한 친환경 건설방식을 넘어 OSC(Off-Site Construction)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OSC는 현장에서 이뤄지는 작업 비중을 줄여 외부 환경에 대한 영향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통제된 환경에서 부재를 사전제작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자원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건물 사용 기간 중의 에너지 절감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외부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하지 않는 에너지 및 탄소 제로 건물의 건축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에너지 집약도를 높일 수 있는 건물 에너지 기준을 현재보다 강화하고, 에너지 고효율 제품 등의 활용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가 만들어 낸 탄소배출량 감소의 대가를 생각해본다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노력의 크기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짐작하기 어렵다. 더욱이, 증가하는 건설 수요에 대응해야 하는 건설산업이 탄소중립을 위해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은 타 산업보다 크고 막중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