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성 이벤트 아냐" 가계대출 칼 뺀 금융당국…'전세대출'도 겨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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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1-09-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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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가계부채 증가세가 쉽사리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금융당국이 더 강력한 대출 규제 마련을 예고하고 나섰다. 특히 무주택 세입자를 위한 대표적인 금융상품인 전세자금대출 역시 규제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규제 강화 시점과 수위, 그에 따른 여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책금융기관장과의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세대출 금리 등 조건 조정을 통한 규제 강화 가능성을 피력했다. 고 위원장은 “전세대출은 실수요자 대출이기에 세밀하게 봐야 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금리나 조건 측면에서 (여타 대출 대비)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규제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전세대출 규제 가능성에 대해 줄곧 난색을 표해왔다. 실제로 금융위 측은 이달 초 수 차례 반박자료를 내고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자금조달계획서 징구 등 방안을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고 위원장이 전세대출 규제 가능성을 직접 거론하면서 조만간 발표될 추가 가계대출 규제안에 전세대출이 포함될 가능성 또한 높아진 것이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역시 전세대출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은은 최근 전세대출 실태 파악을 위해 관련 통계 작성 범위를 확대하고 주택, 오피스텔 등으로 세분화해 정밀 분석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은행권뿐 아니라 비은행권에 대해서도 전세대출 규모를 파악해 이르면 내년 초부터 관련 통계치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관계당국이 이처럼 전세대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배경에는 각종 규제와 금리 인상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올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연 5~6%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일선 은행들은 당국이 제시한 목표를 이미 넘어섰거나 연간 목표치에 근접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은행권 가계대출의 경우 전세대출을 중심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28조6610억원) 가운데 전세대출 비중이 절반(51%·14조7543억원)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전세대출이 한도나 조건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해 집값을 끌어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6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전세대출을 규제하는 것은 다주택자나, 남의 돈(전세 보증금)으로 주택에 투자하는 것은 제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 속에 은행권 역시 선제적으로 전세대출 관리에 나서고 있다. 농협은행은 오는 11월 말까지 신규 전세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고,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역시 신잔액 코픽스 기준 전세대출 상품 취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하나은행의 일부 대출모집법인 역시 한도 소진 등으로 전세대출 등 가계대출을 다음달 말까지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당국은 실수요자 피해가 없도록 신중하게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전세대출 규제 강화나 공급 축소 시 그에 따른 시장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 수장이 '전세대출 조건이 좋다'고 언급한 점을 감안하면 금리 등 조건 조정을 통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다만 실수요자가 많아 규제에 나설 경우 자칫하면 ‘전세대출 대란’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규제 마련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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