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교 칼럼] CPTPP 가입에 대한 중국과 대만, 일본의 속내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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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 2021-09-3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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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중국에 이어 1주일 만에 대만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신청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해 왔던 중국이 이에 반발하고 있다. 반면 올해 CPTPP 의장국인 일본은 대만의 가입신청을 환영하면서 미국의 CPTPP 조기복귀를 꾀하고 있다. CPTPP 가입을 두고 중국과 대만, 일본의 머리싸움이 본격화되는 형세다.

중국의 CPTPP 가입신청은 예상을 뛰어넘은 수였다. 중국의 현 제도상 CPTPP 규범을 준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특히 국영기업과 보조금, 디지털무역, 노동 및 환경에서 CPTPP 규범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중국이 이를 지키기란 역부족이다. 이에 중국 내에서도 중국의 CPTPP 가입은 앞으로 상당 기간이 지나야 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중국의 CPTPP 가입이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의 CPTPP 가입은 미국과의 경쟁에서 동맹국의 결속을 흔들어댈 수 있으며, 내부적으로 시진핑 체제를 공고히 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이에 작년 시진핑 주석의 CPTPP 가입 고려 발언 이후 중국의 동아시아지역 통상전략이 공세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미국이 CPTPP에 조기 복귀했다고 가정해 보자. 과연 미국이 버티고 있는 CPTPP에 중국이 가입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미국의 원하는 요구를 중국이 모두 들어주기 전에는 중국의 CPTPP 가입은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중국 입장에서 CPTPP에 가입하려면 그 시기는 미국의 복귀 이전이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영국의 CPTPP 가입 논의는 중국의 CPTPP 가입신청을 앞당긴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 미국의 복귀 이전에 중국의 CPTPP 가입은 가능할까? 중국의 CPTPP 가입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CPTPP 가입은 기존 회원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호주와 일본이 중국의 CPTPP 규범 준수 여부를 두고 트집을 잡을 수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도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 때문에 비시장경제국가로 볼 수 있는 중국의 CPTPP 가입을 반대할 수 있다.

그렇다고 중국의 CPTPP 가입이 완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핵심 생산기지와 거대 소비시장으로서 중국의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감안한다면 가입협상에서 중국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통상협상에서도 힘의 논리는 당연히 작동한다. 따라서 중국이 준수하기 어려운 CPTPP 규범을 다소 완화해 달라거나 또는 장기의 유예기간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할 경우 웬만한 회원국은 이를 외면하기는 힘들다. 일본조차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는 없다. 이에 적절한 수준의 예외와 장기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면 중국의 CPTPP 가입도 가능할 것이다.

특히 CPTPP 가입은 내부적인 개혁과 시진핑 체제 공고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중국의 핵심 국영기업들은 대개 정치적으로 유력인사들과 직간접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국영기업의 개혁은 종종 정치적 반발에 직면하는데, CPTPP 가입을 이유로 내부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 중국 내부에서도 CPTPP 가입 시 정부 보조금 폐지 등 강도 높은 제도 개혁을 추진해야 하며, CPTPP 요건에 맞추기 위해 내부에 칼을 들이대는 의지와 용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것이 중국 자체의 발전은 물론 체제 유지에 활용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설령 중국의 CPTPP 가입이 부결된다고 해도 중국으로서는 나쁘지 않다. 가입협상 과정에서 기존 회원국들의 결속력에 틈이 벌어질 가능성은 다분하다. 중국의 가입을 놓고 친중국과 반중국으로 갈라설 수도 있다. 실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중국의 가입을 환영했다는 점에서 CPTPP 회원국 간 분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미국 중심의 일부 국가들이 편향된 시각으로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중국의 CPTPP 가입을 막아 중국을 차별하고 보호주의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대내외 선전에 이용할 수도 있다. 중국에 우호적인 개도국을 중국 편으로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됨은 물론이다. 결국 중국의 CPTPP 가입신청은 미·중 대결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결코 나쁜 선택이 아니다.

대만은 정치·경제·안보적 관점에서 TPP에 이어 CPTPP 가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중국의 영향력 때문에 단독 가입이 쉽지 않았고, 중국이 가입신청을 하자 바로 가입신청을 한 것이다. 기존 가입국으로서 중국이 대만의 가입을 반대한다면 대만의 CPTPP 가입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대만의 선택지는 중국과의 동시가입밖에 없었고, 이에 빠른 가입신청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중국의 가입으로 CPTPP 내 일본의 영향력 훼손과 함께 CPTPP 회원국의 결속력 와해를 우려하고 있다. 반면 CPTPP를 확대 발전시키고자 그동안 계속해서 미국의 복귀를 요청해 왔기 때문에 중국의 가입신청을 미국의 CPTPP 조기복귀의 논거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미국이 CPTPP에 조기 복귀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미국 내 사정이 여전히 녹록지 않을 뿐만 아니라 CPTPP 복귀를 위해 기존 CPTPP 규범의 개정도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쉬운 과제가 아니다.

그동안 잠잠했던 동아시아지역의 통상질서가 중국과 대만의 CPTPP 가입신청으로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첨단기술의 발전과 디지털경제로의 급격한 전환, 탄소중립시대라는 세계통상환경의 변화 속에 CPTPP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과연 무엇일까?

 
서진교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학교 농업경제학과 △미 메릴랜드대 자원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얀구원 선임연구위원 △관세청 자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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