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뭐할까] “집이란 무엇일까?” 함께 생각해보게 되는 전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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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1-09-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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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대광: 집우집주’ 전시 전경.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각자가 생각하는 집의 의미도 점점 변화하고 있다.

예술가들이 집을 주제로 만든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관객들이 집과 공동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생각을 나누는 전시가 마련됐다.

◆ 서울디자인재단, ‘진정한 집으로의 여정’ 전시

서울디자인재단(대표이사 직무대행 주용태)은 오는 10월 17일까지 서울 중구 DDP 갤러리문에서 DDP 오픈큐레이팅 vol.18 ‘진정한 집으로의 여정’ 전시를 연다.

창작자를 위한 열린 실험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DDP 오픈큐레이팅에서 ‘집과 디자인(Design for Home: 거주 공간 그 이상의 집)’을 주제로 ‘진정한 집’을 찾아가는 12인의 주거 여정을 전시에 담았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도드라지고 있는 교환가치를 가진 물질로 집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개인의 삶과 가족, 그리고 이웃의 기억을 담는 장소로서의 집을 제안한다.

이번 전시의 기획자인 김은영 디렉터는 “우리 시대 가장 어려운 사회 문제 중 하나는 ‘부동산‘이 되었고, 집은 사는(거주) 것보다 사는(구매) 것이 더 중요해져 버렸다”며, “경제적 관점을 벗어나 나와 가족의 기억을 담는 그릇이라는 집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집의 가치’ 중에서도 의식주(衣食住) 그리고 업(業), 락(樂), 휴(休) 등 거주자 개인의 경험과 그로부터 일어나는 마음에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비혈연 가족공동체 ‘오늘공동체’, MZ세대를 위한 ‘앤스테이블’ 등 나만의 ‘진정한 집’을 실현해 가고 있는 12인을 만나며 주거 여정을 나눈다.

관람객이 서로 다른 세대, 생애주기, 성별, 가족 구성원, 주거 유형의 표본 안에서 공감한 후 나의 지향점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전시는 ‘집의 본질, 나와 공동체’, ‘지속가능한 삶과 집’, ‘나에게 선물 같은 집으로의 초대’ 그리고 ‘진정한 집을 만드는 사람들’ 총 4개의 주제로 구성된다.

‘집의 본질, 나와 공동체’에서는 집의 본질은 무엇일까? 누구와 함께 살아가야 할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온기가 있는 가족과 이웃을 원하고, 혈연이 아니어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아낄 수 있다면 그것이 진짜 가족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지속가능한 삶과 집’에서는 탄소 배출량과 쓰레기가 쌓여가는 일상에서 생태적 환경과 더불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고, 동네의 환경을 변모시켜 가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나에게 선물 같은 집으로의 초대’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취향과 삶의 방식을 알고 '자기다운 집'을 완성해 집이 주는 보이지 않는 가치에 주목하고 있는 이들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진정한 집을 만드는 사람들’에서는 진정한 집을 찾아가는 것을 넘어 주체적으로 만들어 가는 이들의 집에 대한 사명감과 기대를 보여준다.

전시장 곳곳에서는 관람객의 생각을 적은 카드를 걸어 완성하는 ‘나에게 집이란’과, 어린이를 위한 ‘집만들기 책체험’ 등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전시 ‘진정한 집으로의 여정’ [사진=서울디자인재단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천대광: 집우집주’ 전시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MMCA 청주프로젝트 2021 ‘천대광: 집우집주’를 오는 7월 2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미술품수장센터(이하 청주관)에서 개최한다.

천대광 작가는 관람객이 작품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거대한 규모의 설치 작업을 위주로 작업한다. 그의 설치 작업은 주변 환경-작품-관람자를 매개하여 관람자가 이동하거나 머물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창출한다. 이러한 작업 방식과 전략으로 천 작가는 작품이 전시되는 장소를 생경한 풍경으로 전환하여, 일상의 공간을 새롭게 지각하고 경험하도록 유도한다.

지난 17일 개막한 ‘집우집주’는 ‘우주’라는 단어가 집 ‘우(宇)’, 집‘주(宙)’로 이루어졌듯이, 우리가 사는 ‘집’이 모여 ‘도시’를 이루고 더 나아가 ‘우주’가 된다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천대광은 청주관 잔디광장에 다채로운 재료와 형상으로 이루어진 작은 ‘도시’를 제작했다.

‘집우집주’는 이상 도시의 은유적 표상으로, 한국 대종교 경전인 <천부경(天符經)>과 중세 유대교 신비주의 사상 ‘카발라(Kabbalah)’에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모두 우주의 원리와 이치를 설명하고 있는데, 전체적인 작품의 배치는 ‘카발라’에서 구전으로 내려오는 ‘지혜를 담은 생명의 나무’ 도상에서 모티프(동기)를 얻었다.

천 작가는 이번 신작을 위해 눈에는 보이지 않는 체제, 자본, 문화 등을 가시화하기 위해 다양한 예술적 전략을 취했다. 다양한 건물의 외관을 섞기도 하고, 새로운 문양을 넣기도 하는 등 자신만의 독특한 미감으로 재해석하여 가상의 건축물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도시 건축물을 변형하고 재창조하는 예술을 통해 미래의 이상적인 거주 공간과 삶의 태도를 모색해보고자 한다.

‘집우집주’는 총 8점의 ‘집’과 그 외 벤치, 테이블 등의 가구로 구성되었다. ‘집’ 형태의 조각들은 천대광이 아시아 국가를 직접 여행하며 기록하고 수집한 건축 사진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다양한 장소의 건물과 가구들의 재료, 양식 등은 산업화 이후 정치, 경제, 문화 등이 어떻게 건축물에 새겨져 있는지, 그 얽혀 있는 관계와 흔적을 보여준다.

국내 건축물을 모티프로 제작한 ‘건축적 조각/보잘것없는 집/가파리 240번지’는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가파도민들의 고단한 삶을 화려하고 풍부한 색채로 표현하여 그들의 삶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건축적 조각/양평터미널’은 터미널이라는 공간과 골함석이라는 건축 재료를 통해 현대인의 삶을 여러 층위에서 성찰한다.

아시아 국가의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건축적 조각/다리 없는 집/캄퐁 플럭의 수상가옥 1~3’은 캄보디아 캄퐁 플럭(Kampong Phluk)에 있는 수상가옥을 모티프로 제작한 작품으로, 수상가옥에 얽혀 있는 정치적, 경제적 역사와 그곳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의 삶을 살펴보고 행복한 삶의 기준은 무엇인지 질문한다.

‘천대광: 집우집주’ 전시는 낯익은 일상 공간을 낯설게 재창조하여 우리 주변의 공간을 새로운 시각으로 둘러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집이 모여 도시가 되고 우주를 이루듯, 집이라는 나의 일상의 공간부터 관심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이상 도시를 만들어 나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산업 공간에서 문화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미술관 앞 잔디광장에서 펼쳐지는 이번 프로젝트는 우리가 사는 도시와 사회를 심도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라며 “스쳐 지나갔던 일상의 공간과 장소의 의미를 재발견함으로써 우리가 사는 도시를 되돌아보고 이상적인 공간과 삶은 무엇인지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건축적 조각/다리 없는 집/캄퐁 플럭의 수상가옥3‘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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