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옥죄기] 전방위 압박에 상생·사회적 책임 카드 꺼낸 빅테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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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1-09-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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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글, 오늘 '구글 포 코리아' 행사 개최

  • 정부 연속 규제에 한국 지원 노력 소개

  • 카카오, 계열사와 상생안으로 위기 돌파

구글 로고 [사진=EPA·연합뉴스]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연이어 제재를 받고 있는 국내외 IT 기업들이 ‘상생’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 만큼, 그에 따른 책임을 요구받자 내놓은 자구책이다. 구글은 한국의 성장을 지원해온 노력들을 소개하는 행사를 연다. 카카오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있는 사업을 철수하고, 일부 서비스의 요금, 수수료를 인하한다. 또한 계열사들과 상생을 위한 기금도 조성한다.

구글은 15일 온라인으로 ‘구글 포 코리아’ 행사를 연다. ‘내일을 위한 오늘의 혁신으로 함께 성장하는 대한민국과 구글’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 행사는 스콧 버몬트 구글 아시아탱평양 총괄 사장이 ‘글로벌 관점에서 본 구글코리아의 미션과 역할’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이어 히로시 록하이머 구글 플랫폼 및 에코시스템 수석 부사장, 수잔 워치스키 유튜브 최고경영자(CEO),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 등 구글의 여러 수장들이 한국의 성장을 지원해온 노력들을 소개할 계획이다.

구글코리아는 "더욱 성장한 한국의 내일을 위해 오늘의 혁신을 기반으로 여러 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글이 이 같은 행사를 개최하는 이유는 최근 한국 정부와 정치권이 구글을 향해 규제의 칼날을 들이밀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

1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LLC, 구글 아시아퍼시픽, 구글 코리아 등 3사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와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074억원(잠정)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구글이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로 모바일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한 후,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 변형 OS(포크 OS)를 탑재한 기기를 만들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구글은 제조사들과 파편화금지계약(AFA, Anti-fragmentation Agreement)을 맺었다. 공정위는 아마존, 알리바바 등이 모바일 OS 시장 진입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배경도 AFA 때문이라고 봤다.

구글은 공정위의 판단에 불복해 법원에 항소를 제기할 계획이다. 구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공정위의 결정은 안드로이드 호환성 프로그램이 전체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갖는 중요성,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 간의 경쟁을 간과했다”며 “이 프로그램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훼손할 수 있는 ‘공유지의 비극’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를 통해 앱 개발자, 기기 제조사, 소비자들이 입은 혜택은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구글엘엘씨 등의 안드로이드 OS 관련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정위가 구글을 제재한 날,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구글, 애플 같은 앱마켓 기업이 특정 결제 방식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고, 부당한 이유로 앱 심사를 지연하거나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전 세계 최초의 앱마켓 규제법이다.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구글 앱마켓에 결제 수수료율이 30%인 인앱결제 방식을 모든 입점사에 강제할 예정이었다.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구글의 ‘갑질’이라고 보고 단독으로 앱마켓 규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 골목상권 침해, 유료화 논란 등으로 비난을 받아온 카카오도 상생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부와 국회가 카카오를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3일 대정부질문에서 “카카오가 중소기업이 어려울 때 오히려 문어발식 확장을 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새로운 플랫폼 기업이 혁신을 이루는 게 아니라 독점적 재벌들이 하던 행태를 되풀이한다면 이에 대한 감시와 감독이 들어가야 하고 필요하면 강제적 조치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카카오 성공 신화 이면에는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 시장 독점 후 가격 인상과 같은 시장지배의 문제가 숨어 있다"며 국내 주요 플랫폼 기업들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 ‘카카오T 블루’에 배차(콜)를 몰아줬는지 조사하고 있고, 최근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개인 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를 상대로 현장조사를 벌였다. 회사 관련 자료를 당국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혐의다. 금융위원회는 카카오의 금융상품 비교 서비스를 규제할 예정이다.

이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주요 계열사 대표들은 13일과 14일 전체회의를 열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있는 사업들을 철수하기로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업 고객 대상으로 하는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사업에서 손을 뗀다. 이는 골목상권 직접 진출 가능성에 대해 우려가 있었던 대표적인 사업이다.
 

서울의 한 법인택시 회사 주차장에 운행 나갈 카카오택시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카카오T 스마트호출 서비스도 폐지한다. 이는 택시 호출 성공률을 높여주는 유료 배차 시스템이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스마트호출 비용을 인상하려다가 이용자들의 저항에 부딪혔다. 월 9만9000원에 배차 혜택을 주는 택시기사용 멤버십 서비스의 가격도 3만9000원으로 낮췄다. 대리운전 기사로부터 고정적으로 떼던 수수료 20%도 0~20% 범위의 변동 수수료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높은 수수료율로 논란이 된 카카오헤어샵을 포함해 향후에도 골목상권 침해가 예상되는 사업과 계열사들을 순차적으로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와 계열사들은 플랫폼 생태계에 속한 이들과 상생하기 위해 5년간 상생 기금 3000억원을 마련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에 속한 모든 종사자들을 위한 복지 방안을 마련해 연내 세부 계획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김 의장의 개인 법인 케이큐브홀딩스는 투자사에서 교육, 인재 양성 같은 사회공헌을 위한 법인으로 사업목적을 바꾼다. 케이큐브홀딩스에 재직 중인 김 의장의 두 자녀도 퇴사한다. 김 의장이 재산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후에 설립한 공익 재단 '브라이언임팩트' 같은 철학으로 운영된다고 카카오는 설명했다.

김 의장은 “최근 지적은 사회가 울리는 강력한 경종”이라며 “카카오와 모든 계열사는 지난 10년간 추구해왔던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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