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O 라운지] 부채부터 집값까지 살얼음판...금융안정 키 쥔 이주열 한은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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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1-09-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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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제공]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금융시장이 연일 들썩이고 있다. 완화된 재정정책으로 시장에 돈이 풀리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집값이 상승하는 등 금융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이에 한국은행이 1년 이상 묶여 있던 역대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를 주요국 가운데 처음으로 인상한 가운데 금융안정의 키를 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역할론과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가계빚·집값 연일 오름세에…이주열 “기준금리 인상, 금융불균형 완화 첫발”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급작스러운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에 확진자 수가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시계를 당초 일정보다 늦출 수 있다는 시장 전망이 적지 않았으나 당초 계획대로 강행한 것이다. 그 중심에는 이주열 한은 총재가 있었다. 

이번 금리 인상에는 견실한 경기회복 흐름과 물가상승 압력, 누적된 금융불균형 위험 등을 고려했다는 것이 한은 측 설명이다. 특히 금융불균형 완화에 방점이 찍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풀린 막대한 유동성과 가계부채 폭증에 기인한 금융불균형은 실물 경제와 괴리된 자산시장, 특히 집값 거품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측면에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리 인상 직후 가진 간담회에서 "누적된 금융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금리 인상의 첫발을 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국내 가계부채는 금융당국의 잇단 규제에도 불구하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2분기 말 국내 가계신용 잔액은 1805조9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41조2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170조원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상승세 역시 심상치 않다. 한은에 따르면 전국 집값은 지난해에만 8.35% 상승했고 올해는 지난 7월까지 누적 기준 14.26%가 치솟으며 2002년 이후 역대급 상승률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올해 7월 11억5700만원으로 2019년 12월 8억5900만원보다 2억9800만원이나 급등했다. 서민 무주택자가 월급을 모아 서울 아파트를 장만하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게 됐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더라도 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와 관련해 "금리를 인상하면 경제 주체들의 차입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에 위험 선호 성향을 조금은 낮출 수 있다"며 "가계대출 증가·주택 가격 상승을 둔화시키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기준금리 조정에 따른 시장 안정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집값 상승의 경우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통화뿐 아니라 다방면의 정부 정책이 동반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 이 총재의 시각이다. 이 총재는 "집값은 정부의 주택정책, 수급 상황, 경제주체들의 자산 가격을 향한 기대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며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통화정책 접근도 필요하지만 여러 가지 정부 정책이 같이 효과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 "금리 인상? 이번이 끝 아냐"···이주열, '시장안정 측면' 매파 본색 드러내

이러한 가운데 한은이 앞으로 어느 수준까지 금리를 올릴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최근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며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및 성장·물가 흐름의 변화,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주열 총재 역시 "늘 그렇듯 서두르지도 지체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결정문에는 금리인상 시기를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표현을 담긴 했지만 이 총재의 매파 본색은 이제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기준금리 1.0%(현 기준금리 0.75%) 정도까지는 여전히 '완화적'이라는 것이 이주열 총재의 시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총재는 "실질 기준금리는 큰 폭의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며 "여러 가지를 감안해보면 실물경기에 제약을 주는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중립금리 수준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에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기정 사실화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 한 차례 인상으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금리를 1%까지 인상한 후 가계부채나 부동산 가격 상승 등에 대한 효과를 점검해 볼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연내 한은이 0.25%포인트 추가 인상한 뒤 미국 연준(Fed)의 통화정책을 봐 가며 내년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올해 남은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는 10월 12일과 11월 25일 등 두 차례다. 전문가들은 다만 코로나 4차 대유행에 따른 신규 확진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만큼 8월에 이어 10월까지 연달아 인상에 나서기보다는 백신 접종, 추가경정예산 등 정책 효과 등을 지켜본 뒤 11월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한은이 그동안 추가 금리 인상 시점과 관련 '질서 있는 정상화'를 강조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0월에 당장 추가 인상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다.

◆ 금융시장 안정 총력…‘금통위 한솥밥’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호흡도 관심

한편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관리하기 위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대출 억제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이주열 한은 총재와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과의 호흡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은과 금융위는 그동안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장기간 신경전에 나서는 등 기관 간 갈등이 만만치 않았다. 

이 총재는 지난 3일 열린 고승범 위원장과의 회동에서 금융정책당국과의 공조 필요성과 의지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그는 "최근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불균형 위험이 누적되고 있다"며 "통화와 거시건전성정책을 적절히 운영해 이를 완화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고 위원장 역시 "금융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선제적 관리가 시급하다"며 가계부채 관리와 집값 안정에 한목소리를 냈다.

이 총재는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인상 조치가 시장과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적극 나타냈다. 지난달 20일까지 한은 금통위원으로 재직한 고 위원장은 지난해 4월 이 총재 추천으로 유례없는 금통위원 연임에 나설 정도로 두 수장 간 정책방향이 비슷하고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이날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은과 금융위가 지금까지 잘 해왔지만 더 같이 긴밀히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며 "(특히 고 위원장과는) 5년간 한솥밥을 먹었으니 항시 통화하고 만나자고 몇 번씩 다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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