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와의 전쟁...고승범 "과거 위기 이면엔 과도한 부채 누적"

서대웅 기자입력 : 2021-09-01 08:00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1805조원으로 불어난 가계부채 급증세를 잡기 위해 가용한 수단을 모두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금융정책 수장으로 취임한 그가 특급 소방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가상자산(코인) 시장에 대해선 정부의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급성장한 빅테크와 관련해서는 "기존 금융권과의 협력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밝혀 혁신금융 정책의 기조 변화를 시사했다.
 
"가계부채 관리에 모든 수단 동원"
고 위원장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가계부채 관리를 첫번째 당면과제로 제시하며 "급증한 가계부채가 내포한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데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주 금융통화위원회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주요국 최초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며 "그동안 레버리지(대출 투자)를 활용한 자산가격 상승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신용카드 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에는 모두 과도한 부채 누적이 자리잡고 있었다"며 "최근 과도하게 늘어난 가계부채와 과열된 자산시장 간 상승작용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끊어내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취임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가계부채를) 강력하게 관리할 계획"이라며 "당장 1~2주 안에 발표할 것은 아니지만, 다각도로 검토해 방안을 만들어보려 한다"고 가계부채 관리를 재차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금융위기는 예상치 못한 시점에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현실화된다"며 "당장은 인기가 없더라도, 당면 현안의 핵심을 지적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DSR 규제 강화 시기 앞당길 듯...2금융도 사정권
금융권 안팎에선 지난 7월 도입된 이후 1년 단위로 단계적으로 조이기로 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앞당겨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지난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DSR 규제 강화 시기와 관련, "단계적 일정이 적절한지에 대해 다시 한번 검토를 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DSR 강화 일정을 앞당길 수 있다는 취지다.

지난 7월부터 규제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택을 구입할 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1억원을 초과한 신용대출을 받으면 차주별 DSR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규제 비율은 은행은 40%, 비은행이 60%다. 정부는 규제 적용 대상을 내년 7월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차주로 확대하고, 2023년 7월부터는 1억원 초과 차주까지 넓힐 계획이다. 이렇게 상화되는 규제를 조기 시행한다는 것은 더 많은 차주가 새로 빌릴 수 있는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는 의미다.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를 받는 제2금융권 규제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고 위원장은 후보자 시절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었다. 60%가 적용되고 있는 차주별 DSR 비율을 줄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별개로 2금융 회사들은 자율 규제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상호금융권인 농협은 지난 27일부터 비·준조합원에 대한 신규 주택대출을 중단했다. 저축은행은 9월 중 신용대출 한도를 차주의 연소득 이내로 대폭 줄이기로 했다.

현재 '기타대출'로 포함돼 DSR 규제를 받지 않는 카드론에 대해서도 조기 시행할지 주목된다. 정부는 카드론의 경우 기존 계획대로 내년 7월부터 차주별 DSR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기타대출을 여타 가계대출과 묶는 전산 작업을 완료해야 하는 물리적 배경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가계부채와의 전쟁'에 나선 만큼 업계가 속도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대체적이다.

고 위원장은 실수요자 보호 대책과 관련해서는 "가계부채 보완 방안을 만들 때 같이 보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시행 중인 대출 만기 연장 및 원리금 상환 유예 등 조치에 대해선 추석 전까지 추가 연장할지를 결정짓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부터 시행 중인 코로나 금융지원 프로그램은 6개월 단위로 연장되며 9월 말까지 미뤄졌다.
 
머지포인트 사태에 "각별한 관심과 대응"
코인 업계에서 요구 중인 신고 기한(9월 24일) 연장에 대해선 "미룰 수 없는 문제"라고 못박았다. 고 위원장은 코인 시장 과열을 "폭증한 유동성과 여타 요인들이 복합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하며 "가상자산 사업자의 신고절차 이행 과정에서 거래 참여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금융 정책에 힘입어 급성장한 빅테크와 관련해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고 위원장은 "건전성 감독이라는 명분으로 사전적으로 원천 금지해 경쟁을 저해하는 부분은 없는지 금융감독원과 협력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기존 금융권의 규제를 개선해 빅테크를 견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빅테크와 핀테크, 기존 금융업권 간 협력방안 모색이 긴요하다"고도 말했다. 이와 함께 "전자금융과 지급결제 시장의 제도개선도 유연한 자세로 관계기관과 협의해 해결책을 찾아나가겠다"며 전자금융거래법을 둘러싼 한국은행과의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최근 논란이 된 머지포인트 사태를 예로 들며 "금융소비자 보호에 주력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금융소비자 보호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신뢰를 바탕으로 금융산업도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DLF와 사모펀드 사태 등 일련의 금융사고로 훼손된 '금융의 신뢰' 복원이 시급한 만큼, 불완전판매 등으로 인한 금융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감독하겠다"고 말했다. 머지포인트 사태에 대해선 "과거와는 다른 새롭고 다양한 형태로 소비자보호 이슈가 등장하고 있다"며 "각별한 관심과 대응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밖에 고 위원장은 "'국민을 위한 금융정책'은 금융위 혼자 힘으로 이룰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금감원, 한은 등 정책 파트너와 보다 긴밀한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고 금융권 및 유관기관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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