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20년' 아프간전 종결...바이든, 정국 위기 돌파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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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8-3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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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군 "철군 시한 1분 남기고 철수·대피 완료...값비싼 임무였다"

  • 예상 밖 무난한 국제 정세?..."美동맹 굳건, 탈레반만 진퇴양난"

  • 바이든, 내부 위기가 관건...정면돌파 의지 속 초점은 내년 선거

30일(현지시간) 케네스 프랭크 매켄지 미군 중부사령관은 미국 국방부 정례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이날 3시 29분 미군의 마지막 C-17 수송기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을 떠났다"고 발표했다. 아프간 현지시간으로 미군이 철수 시한으로 정한 31일 0시를 불과 1분 남겨두고 철수를 마무리한 것이다.

매켄지 사령관은 이어 "이는 (아프간) 철수를 위한 군사적 부분의 끝이자, 2001년 9월 11일(9·11 테러 사건 당일) 직후 아프간에서 이어진 20년간 임무의 끝"이라면서 "(9·11 테러의 주도 세력인)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를 종식한 임무이자, 값비싼 임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아프간에서 80만명의 미군과 2만5000명의 민간인이 임무를 수행했고, 총 2461명의 미군과 민간인이 사망하고 2만명 이상이 부상당했다고 상기시켰다.

다만, 그는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더라도 미국 시민과 자격을 갖춘 아프간인의 대피를 위한 미 당국의 외교 임무는 계속된다"면서 "지난 14일부터 이날까지 이어진 아프간 대피 작전은 미군이 지금껏 수행했던 가장 큰 비전투원 대피 작전이었다"고도 덧붙였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미군은 7만9000명의 민간인을 아프간에서 대피시켰으며, 연합군의 대피 인원까지 합치면 이는 12만3000명 이상으로 늘어난다. 또한, 같은 기간 아프간 탈출을 원했던 6000명의 미국인이 대피했으며, 제시간에 카불 공항에 도착하지 못해 현재 대피하지 못한 인원은 100명 미만이다.
 

케네스 프랭크 매켄지 미군 중부사령관.[사진=미국 국방부(DoD)]

 
◇예상 밖 무난한 국제 정세?...美동맹 굳건, 탈레반만 진퇴양난

이날 미군이 아프간에서 완전히 철수하자, 현지의 탈레반 세력은 '완전한 독립'을 선언하며 자축하는 분위기다.

AP는 마지막 미군 수송기가 카불 공항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탈레반 대원들이 축포를 쏘아 올리며 자축했다고 전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와 모하마드 나임 등 탈레반 대변인단은 아프간의 완전한 독립을 선언하면서 향후 카불 공항의 국제·국내선 등 공항 운영을 재개함으로써 아프간 전역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외부 세계와 소통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다만, 향후 탈레반 세력이 순탄하게 통치 세력으로 자리 잡을지 여부에는 의문이 뒤따르고 있다.

탈레반 측은 통치 자금과 정권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전 정권 인사 일부를 포섭해 포용적인 '공동 정부(shared government)'를 구성하고 국제사회의 규칙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해오고 있다.

그러나, 10만명에 불과한 조직원으로 아프간 전역을 장악해야 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반(反) 탈레반 저항 세력이 일부 남아있고 극단주의 무장집단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과의 갈등 가능성이 불거진 것은 탈레반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이전 아프간 정부의 외화 등 현금 자산을 동결해 탈레반에 국제사회의 요구 사안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인 미국과 서방측의 연합 대오도 굳건한 상황이다.

당장 국제연합(UN·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날 결의안을 통해 탈레반 측에 미군의 철수 이후에도 출국 등 인도주의적 지원을 허용하고, 인권을 존중하며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프랑스는 수도 카불을 주요 국가들이 분할 통제하는 '안전지대 설립안'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탈레반 세력을 압박하고 있다. 또한, 철군과 대피라는 급한 불은 끈 미국 역시 곧 탈레반에 대한 요구 사항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카불 점령과 함께 아프간 전역의 물가가 급등하고 실업자가 늘어나며 실물 경제가 추락하는 상황에서 탈레반 세력이 미국과 서방의 자금을 얻어내기 위해선 결국 국제사회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이와 관련해 3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프간 철수로 미국과 동맹·협력국 사이의 신뢰를 훼손했다는 중국 등 일각의 주장이 기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나라와 호주·일본·대만 등 인도·태평양 동맹을 중심으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3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미군 철수를 기념해 탈레반 세력이 쏘아올린 축포.[사진=AFP·연합뉴스]

 
◇내부 정치 위기가 관건...초점은 내년 중간선거로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철수로 미국 국내에서 취임 후 최대 정치 위기를 맞고 있다.

여론조사 분석 전문 매체인 파이브서티파이브(538)의 집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평균 국정 지지율은 지난 14일 50%에서 30일 현재 47.5%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평균 국정 지지율은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지난 15일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내년 열리는 의회 중간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완패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계속해서 정국을 정면 돌파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날 그는 성명서를 통해 "아프간에서 이제 20년간의 미군 주둔이 끝났다"고 선언하면서 다음 날인 31일 대국민 연설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31일 연설에서 아프간 철군 기한을 연기하지 않은 이유와 함께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기반해 안전한 통행과 출국의 자유 등 국제사회의 요구 사항을 탈레반 측에 제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4일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세력이 내년 중간 선거 국면에서 이번 아프간 위기에도 크게 패배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놨다. 

미군의 철수가 큰 역풍에 휩싸이며 야당인 공화당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지만, 공화당 주류 세력이 바이든 행정부를 대체할만한 국정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WP는 코로나19 델타 변이 상황 역시 방역을 강조하는 민주당 정권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도 지적하며 실제, 일정이 임박한 각종 선거의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후보가 기대보다 흥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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