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고인 비하에 막말까지... 배달기사 편은 왜 없을까?

정석준 기자입력 : 2021-08-30 16:41
배달기사 향한 혐오 심각... 고인 비하에 유족은 2차 가해 호소 도로에서 안전 위협 느낀 시민들, 배달기사 혐오감 늘어나 업계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 안전장치 마련 호소하기도
배달기사로부터 난폭운전이나 소음 등으로 불편을 겪었다는 이유로 배달기사에 대한 혐오가 커지는 모양새다. 최근 선릉역 인근에서 트럭에 치여 사망한 배달기사를 추모하는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배달직군에 대한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배달기사에게 막말하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배달기사 혐오 심각... 고인 비하에 막말까지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도로에 전날 사망한 오토바이 배달원을 추모하는 국화꽃 등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30일 한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배달기사에게 막말을 쏟아낸 남성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논란은 지난 29일 SBS가 공개한 영상에서 시작됐다.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 엘리베이터에서 배달기사가 통화 도중 마스크를 내린 남성 A씨에게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할 것을 부탁했다.

A씨는 곧바로 배달기사에게 “제대로 (마스크) 올리세요. 지금 감염될 수도 있으니까. 못 배운 XX가”라며 막말을 했다. A씨는 엘리베이터를 내린 후에도 배달기사를 따라가며 “그러니까 그 나이 처먹고 나서 배달이나 하지 XX XX야”, “일찍 죽겠다. 배달하다 비 오는데 차에” 등 폭언을 이어갔다. A씨에게 막말을 들은 배달기사는 “처자식 때문에 참았는데,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는데 자괴감이 엄청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A씨가 입고 있던 옷도 화제가 됐다. A씨가 입은 옷에는 고려대의 영문명인 'KOREA'와 고려대 상징인 호랑이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이후 고려대 학생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달하시는 분께 마스크 쓰라는 말 들었다고 쌍욕 퍼부은 거 과잠 입은 채로 녹화됐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등 A씨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배달기사에 대한 혐오 사례는 꾸준히 나오는 중이다.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선릉역 교차로에서 배달기사가 화물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이후 선릉역 8번 출구 인근에는 추모공간이 마련됐으며 시민단체 등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반면, 배달기사를 향한 비난도 나왔다. 유가족은 배달기사를 향한 혐오 발언으로 2차 가해를 호소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안타까운 건 사실이지만 사망 원인이 불법인데 공론화시킬 필요가 있나”, “하필 대형 화물차 앞에 끼어들어서 사고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등 반응이 나왔다. 일부는 오토바이 배달기사를 비하하는 ‘딸배’라는 단어를 쓰며 고인을 조롱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배달서비스지부는 “아직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해 이렇게 조롱하고 가볍게 여기는 것에 대해 우리는 분노한다”고 전했다.
 
계속되는 배달기사 혐오... 응당한 시선일까

가을장마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린 지난 21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도로 위로 배달라이더가 비를 맞으며 길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달기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꾸준한 이유는 일부 배달기사들이 보행자나 운전자를 위협하는 사례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서울연구원이 공개한 ‘빅데이터와 딥러닝을 활용한 서울시 보행사고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는 보행자가 보행 시 불편을 느끼는 원인 중 ‘배달원 등 이륜차’라고 답한 비율이 50.2%에 달했다.

운전 중 불편을 주는 요소에서도 ‘배달원 등 이륜차’라고 응답한 사람은 65.1%였다. 시민들이 직접 도로에서 배달기사로부터 안전 위협을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혐오감이 생겨난 셈이다.

배달 관련 불법 행위도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경찰청이 밝힌 지난해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 단속은 23만2923건으로 전년보다 47.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교통사고는 전년보다 1.8% 증가한 4716건을 기록했다. 오토바이 등 이륜차 교통사고 사망자의 36.9%는 배달 종사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늘어난 배달 수요로 이륜차가 증가한 데다, 시간당 배달 건수를 올리기 위한 무리한 운행으로 사고가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배달 업계는 최소한의 생계와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배달 노조는 “신호와 핸드폰을 번갈아 보는 이유가 플랫폼 기업 간의 속도 경쟁이다. 회사는 정차해서 콜을 받으라고 하지만 콜 수행 도중 다음 콜이 배정된다. 수락하지 않으면 콜을 받지 못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다.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도 치료비를 보장받을 수 있는 보험 가입률은 현저히 낮다. 서울시가 지역 배달대행업체 노동자 10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5.2%가 교통사고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반면 종합보험 가입자는 36.8%에 불과하다. 보험 미가입자 10명 중 7명은 “비싼 보험료에 대한 부담감”을 보험 미가입 이유로 꼽았다.

배달 노조는 “오토바이를 안전하게 타는 법, 배달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일, 도로에서 실제로 필요한 안전교육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최소한의 보험 가입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도로 위에 내보내는 곳도 있다. 자신들의 배달만 손님들에게 전달되면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듯이 나온다”고 호소했다.

이어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돼 노동자의 산재 사망에 대해 기업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노동자 앞에 플랫폼이라는 이름이 붙은 우리는 사고가 나면 온전히 우리 책임이 된다”고 덧붙였다.

배달대행업체 간 과도한 경쟁으로 업계가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배달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은 “쿠팡이 21만명 넘게 라이더를 확보한 이후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배달의민족 역시 라이더들을 손쉽게 통제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쿠팡이 기사가 한 건당 한 집 배달만 배정하는 쿠팡이츠를 내놓자 배달의민족도 비슷한 서비스인 ‘배민1’을 출시했다. 이로 인해 배달기사가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빨리 배달을 마치고 다음 건수를 확보해야 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라이더유니온 측은 “불이익한 근무 조건의 변경 금지, 과도한 프로모션으로 노동자를 통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안전 배달료의 도입, 알고리즘에 대한 통제권, 배달기사에 대한 면허 확인과 안전교육, 보험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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