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카불 테러 일으킨 'IS 호라산’은 공공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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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1-08-2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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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불공항 인근서 폭탄테러 발생... 최소 90명 사망

  • 배후로 지목받는 무장단체 ISK, 아프간 기반 IS 계열 조직

  • 같은 무장단체 탈레반이 미국과 평화협정 맺자 비난하기도

지난 26일 폭탄테러가 발생한 카불 시내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군과 아프가니스탄인 등 9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카불 공항 연쇄 폭탄테러 주범이 무장단체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인 것으로 드러났다.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국제공항 외곽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미군 13명을 비롯해 90여명이 사망했다.

미국 당국은 이번 테러 배후로 이슬람국가(IS) 아프간 지부를 자처하는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을 지목했다. IS도 선전매체인 아마크 뉴스통신을 통해 자신들이 공격 주체라고 밝혔다. 호라산은 이란 동부, 중앙아시아, 아프간, 파키스탄을 아우르는 옛 지명을 의미한다.

IS는 1999년 요르단의 이슬람주의자 아무 무자프 자르카위가 조직한 이슬람 무장단체 ‘유일신과 성전’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무장세력을 흡수하며 2004년 ‘이라크알카에다(AQI)', 2006년 ‘이라크 이슬람국가(ISI)'로 명칭을 바꿨다.

IS는 2011년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하자 이라크 전역에서 각종 테러를 범하며 영토 상당 부분을 장악했다. 또한 같은 해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면서 세력을 확장해 시리아·레바논·요르단·팔레스타인 등지를 아우른 이슬람국가 창설을 목표로 내걸었다. 2013년에는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로 이름을 바꿨고, 2014년 6월 29일 이슬람국가를 선포했다.

IS 세력이 커지자 미국, 러시아 등 국제사회는 공동 대응에 나섰다. 여기에 시리아와 이라크도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IS 세력은 크게 약화됐다. 이후 IS는 여러 다른 나라로 진출했고 ‘ISK’는 2015년 1월 아프간에 진출한 조직 중 하나다.

ISK는 IS 지도자였던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에게 충성을 맹세한 파키스탄 국적의 하피즈 사이드 칸이 세운 조직이다. 이들은 파키스탄 국경과 아프간 동부 인근인 낭가르하르 지방을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하피즈는 2016년 미국의 공습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ISK 조직원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지난달 보고서에 따르면 ISK 규모는 500~수천 명 사이로 추정된다. 드미트리 쥐르노프 주아프간 러시아대사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아프간에는 IS 테러범 4000여명이 활동 중”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ISK는 2019년 8월 카불 서부 결혼식장 자살폭탄테러(63명 사망), 2020년 11월 카불대 총격테러(20명 사망) 등 크고 작은 테러를 꾸준히 저질러왔다.

그동안 ISK는 탈레반과 같은 수니파 무장조직이지만 극단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이들은 탈레반이 미군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거나 시아파에 대응하는 태도를 두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카불 사태에서도 알카에다는 탈레반에 축하 메시지를 보냈지만 ISK는 “미국과 거래로 지하드 무장세력을 배신했다”며 비난했다.
 

지난 26일 테러 공격이 발생한 카불공항 인근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카불공항 테러를 두고 “미국과 탈레반에게 아프간 정부가 누구든, 계속 전쟁을 벌일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고 보도했다.

아미라 자둔 미 육군사관학교 조교수는 “미군의 무조건적인 철수와 탈레반의 점령은 ISK가 운영되기에 가장 좋은 환경이다. 이번 테러가 그런 사례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ISK 주요 목표는 현재 정치적으로 관련성을 유지하고 국가를 안정시키려는 노력을 방해하면서도 아프간 탈레반의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레반과 알카에다 관련자인 아부 무하마드는 “탈레반은 ISK 회원들이 다시 탈레반에 합류하도록 설득하는 중이지만 어려워 보인다. 우리는 장기적인 전쟁을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군‧아프간인 등 90명 이상 목숨을 앗아간 카불공항 테러 희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끝까지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 우리의 이익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은 내 지휘에 따라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테러에도 불구하고 대피와 철군 작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고, 완수해야 한다. 우리는 테러리스트에 의해 제지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임무를 멈추게 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20년간의 전쟁을 끝내야 할 때다”라고 전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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