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코로나 백신접종자 역차별 불만 폭주…“우리도 한국 국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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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기자
입력 2021-08-3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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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백신 접종이력, '국내 접종' 인정 안해 무용지물

  • 다시 출국할 때 접종 증명서 효용 없어 격리 신세

  • 백신 인센티브는 커녕 추가 백신접종도 못하고 '유령' 전락

코로나19로 해외에서 백신을 접종한 뒤 귀국한 대상자들에 대한 차별이 해소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교통편을 기다리는 입국자들 모습. [사진=연합]]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해외에서 백신을 접종한 뒤 국내 입국한 대상자들에 대한 차별이 해소되지 않아 불만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사업상 외국을 찾았다가 현지에서 코로나 백신을 접종했지만 국내에서는 ‘접종 완료자’ 인센티브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외 접종 이력이 남아 있음에도 이를 ‘국내 접종 완료 증명서’로 대체해 주지 않아 다시 해외로 출국할 때 2주간 격리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3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정부는 국내에서 코로나 백신 1차 접종 후 14일이 경과한 사람과 예방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공공시설 입장료 및 주기적 선제 검사 대상 등에서 제외하는 백신 접종자 인센티브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인증하기 위한 수단은 백신 본인인증 시스템인 ‘COOV(쿠브) 앱’이다. 쿠브앱은 질병청에서 발행하는 코로나19 전자예방접종 증명서로, 네이버나 카카오를 활용한 휴대전화 QR인증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해외에서 백신을 접종한 한국인은 이유를 불문하고 이 쿠브앱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즉, 현재 외국에서 백신을 접종한 모든 내국인들은 백신접종 인센티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외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김석민씨(가명·40) 역시 해외에서 백신을 접종했다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김씨는 지난 6월 14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출장 중에 얀센 백신을 접종했다. 이후 6월 하순 국내 입국한 김씨는 질병관리본부 안내에 따라 자신이 거주하는 서울의 한 구 보건소에서 백신 접종 완료 등록을 했다.

당시 보건소에서는 김씨가 미국에서 접종한 사실을 증명하는 영문 인터넷 예약증명서와 해외 접종 완료 증명서, 신분증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후 악몽이 시작됐다. 쿠브앱에서 김씨가 접종한 증명 내역이 뜨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황한 김씨가 이후 해당 보건소의 또 다른 직원에게 확인해보니 해외에서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국내에서 인증하는 접종완료 증명서 발급, 쿠브앱 사용 등이 모두 불가능하다는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

김씨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이란 해외에서 백신을 접종한 뒤 14일이 지났기 때문에 받게 되는 1회의 격리면제와 백신을 접종했다는 안도감뿐이었다.

그 외에는 오후 6시 이후 백신 접종자에게 주어지는 수도권 다중이용시설 4인 이내 사적모임 허용은 물론 그 어떤 백신 인센티브를 누리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무엇보다 김씨는 국내 접종자가 아니라 해외 접종자여서 다시 해외로 사업차 출국했을 때 2주 격리면제 혜택 역시 받지 못한다.

억울한 마음에 김씨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사연을 올려보고, 질병청과 보건소 등에 대책 마련을 호소했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김씨가 더 울화가 치민 것은 귀국할 때 거주지 보건소에 해외 접종자로 등록을 했기 때문에 백신 접종 이력을 지우는 것도, 그렇다고 다시 백신을 맞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김씨는 국민청원 게시글을 통해 “정부 방침에 따라 성실히 해외 접종 이력을 신고한 결과가 이렇다”며 “접종 증빙도 해줄 수 없고, 백신 추가 접종도 못하게 하는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해외에서 코로나19 백신접종을 한뒤 국내 입국한 대상자들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사진=국민청원 캡처]



김씨와 같은 사례에 대해 현재 질병관리청은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해외 백신 접종 이력에 대해 14일이 지난 뒤 귀국하면 국내 입국 시 ‘자가격리 면제’는 가능하지만 국내에서 누리는 백신 인센티브는 없다는 설명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백신 접종 인센티브는 국내에서 1회라도 접종을 한 뒤 해외를 오가거나 국내에 있는 백신 접종자들이 대상”이라며 “미국이나 유럽, 아시아 등 각 나라별로 백신 접종 증명서에 대해 ‘백신 상호인증국’ 시스템을 가동하지 않아 도와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질병청이 말하는 ‘백신 상호인증국’ 시스템은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에서 백신을 접종한 증명서 등으로 백신 접종 이력을 인정하는 체계인데,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어떤 나라와도 상호인증 협약을 맺지 않았다.

다만 질병청 관계자는 “해당 사례처럼 해외 접종 대상자가 국내에 체류하다가 다시 해외에 갈 경우 자가격리 불편을 겪어야 하는 점을 고려해 각 정부부처 등과 대책을 협의하고는 있다”고 덧붙였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정부가 앞서 국내서 1차 접종 후 14일이 지나지 않아 해외로 출국한 경우 다시 입국할 때 자가격리로 남은 기간을 채워야 했던 규정을 철폐했듯, 해외 백신 접종자에 대한 국내 백신접종 인증 역시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현재의 방역 기준 안에서 해외 백신 접종을 포괄적으로 허용해주고, 관련부처 간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유기적인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며 “백신접종률만 높이고, 확진자수만 줄이는 데 혈안이 된 현재의 방역 시스템을 전면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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