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리된다” 진실공방…원희룡發 ‘막장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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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입력 2021-08-1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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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재선 의원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저쪽(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에서 입당 과정에서 그렇게(당 대표 패싱) 해갖고 이제 세게 세게 얘기하는 거지. 저희도 여의도연구원에서 내부조사하고 안 하겠습니까, 저거 곧 정리됩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0일 대선 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에게 한 말을 두고 당이 18일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이 대표 측에선 ‘윤 전 총장과의 갈등이 정리된다’는 취지로, 원 전 지사 측에선 ‘윤 전 총장의 대선 가도가 정리된다’는 식으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대선 경선토론회 개최를 놓고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의 갈등이 지속되는 와중 원 전 지사가 일종의 ‘윤석열 우군’으로 참전, 전선을 분산시켜주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당 내부의 갈등에 불을 댕긴 꼴이 됐다.

◆원희룡 “녹음파일 전체 공개하라” 이준석 “딱하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전날 MBC라디오에서 “원 전 지사가 틀림없는 사실이고 이 대표는 자동 녹음되는 전화기를 사용하니까 녹음파일이 있을 것 아니냐고 얘기할 정도로 확인해주더라”라며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은 곧 정리된다’, 또 다른 기자에겐 ‘토론회 두 번이면 끝장낸다’ 그걸 이리저리 얘기한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고 했다. 원 전 지사도 “보탠 것도 뺀 것도 없는 사실”이라며 “갈등이 정리된다는 게 아니라 후보로서의 지속성이 정리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침묵을 이어가던 이 전 대표는 전날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드러난 전후 발언으로는 ‘윤 전 총장과의 갈등이 정리된다’는 맥락으로 읽힌다. 이 대표는 “우리 당내에 며칠 간 있었던 안 좋은 모습, 모두 대표인 제 책임이다”면서 “이것으로 당내 상호 간의 공격이나 날선 공방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원 전 지사는 재차 반격을 시도했다.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연 원 전 지사는 “제 기억과 양심을 걸고 분명히 다시 말씀드린다. ‘곧 정리된다’는 이 대표의 발언 대상은 윤 전 총장”이라며 “요구한다. 이 대표는 저와 통화한 녹음파일 전체를 오늘 오후 6시까지 공개하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에 “딱합니다”고만 페이스북에 올렸다.

다른 대선주자인 하태경 의원은 “사적 통화내용을, 그것도 확대과장해서 공개하고 뒤통수를 칠 수 있나. 어느 나라 대통령이 사적 통화내용을 왜곡해서 뒤통수를 치냐”면서 “원 전 지사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대선 경선후보 사퇴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원 전 지사의 발언으로 당내에 논란이 야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원 전 지사 측은 앞서 지난 4일 경선후보들 봉사활동과 관련, 윤 전 총장 측 중진 의원이 자신에게 봉사활동을 ‘보이콧’하자고 했다는 취지의 정보를 흘린 바 있다.

지난 5일엔 윤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봉사활동에 불참한 후보들을 겨냥, “자유롭게 움직이고 싶다면 왜 입당을 했나”라면서 “당이 만든 첫 행사를 회피하면서 국민과 어떻게 함께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역선택’ 방지까지 뒤집기 ‘시도’

당내 이준석 대표 흔들기가 본격화되면서 이미 추인된 ‘경선룰’을 뒤집으려는 시도도 일어나고 있다. 국민의힘 최고위는 전날 경선준비위원회가 만든 룰을 원안대로 의결했는데 윤·최 두 후보 측이 ‘역선택 방지’ 도입을 요구하고 나선 것.

최 전 원장 측 박대출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서병수 경준위원장 보고에 강하게 항의한 뒤 “최근의 여론조사는 여론 왜곡현상이 심각하다”며 “역선택 방지조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한일 축구 국가대표 대항전을 앞두고 국가대표를 선출하는데 일본 사람들한테 뽑아달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캠프의 김병민 대변인도 전날 논평에서 “범여권의 지지가 월등하게 높은 후보들이 있다”며 “역선택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과 홍준표 의원이 국민의힘 지지층이 아닌 다른 정당 지지층에서도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것을 겨냥한 것이다.

이와 관련, 유 전 의원 측 대변인단은 “유 후보는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해 정치적 생명을 걸고 노력해왔다. 보수의 정체성은 지키면서도 끊임없이 변화와 개혁을 추구해왔다”면서 “그런 유 후보에게 민주당 후보냐고 비아냥거리는 것은 이번 대선에서 중도 세력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막말하다가 지난 총선에 어떻게 됐는지 곰곰이 돌아보기 바란다”면서 “애국가 4절까지 다 부른다고 중도 표심을 잡을 수 없고, 문재인 정권 연장을 막을 수도 없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했다.

홍 의원 측도 언론에 “야권 이외 지지층에서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역선택이 아니라 중도 확장의 결과물”이라며 “100% 여론조사 경선도 하자는 판에 역선택 방지를 얘기하는 것은 내부에서 표의 확장성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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