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금법 개정해도 '제2 머지사태' 못막는다..."범부처 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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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21-08-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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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결제플랫폼 회사 '머지포인트' 본사에 환불을 요구하는 가입자들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머지포인트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하며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법 개정만으로 '제2 머지사태'를 막기 어렵다는 우려가 당국 내에서 나오고 있다. 개정안은 전자금융업으로 등록한 업자에 대한 규율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여서, 미등록업자와 관련한 규제 사각지대는 여전히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불법 사금융·주식 리딩방 등의 경우처럼 미등록 전금업자에 대해서도 범정부 차원의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전금업자로 등록한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자(선불업자) 65곳이 발행한 포인트 등의 전자지급수단 잔액은 2조4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미등록업자의 경우 발행잔액은 물론, 업자 수조차 파악하기 쉽지 않은 상태다. 통상 포인트를 발행하기에 앞서 지방자치단체에 통신판매사업자로 등록하는데, 서울시에 등록된 통신판매업자만 54만6000곳에 달한다. 머지포인트 발행사인 머지플러스도 지난해 서울시에 건강·식품·종합몰로 등록했지만 금융당국에 전금업자로 등록하지는 않았다.

선불업자는 2개 이상의 업종에서 결제 가능한 포인트·상품권 등을 발행·운영하는 업체다. 고객으로부터 미리 금액(선불충전금)을 받고 포인트를 발행하는데, 충전금 이상의 포인트를 제공하는 게 보통이다. 머지플러스도 20% 무제한 할인 혜택을 앞세워 고객을 끌어모았다.

머지포인트 사태가 확산하자 전금법 개정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의된 개정안에는 전금업자가 고객의 선불충전금을 은행 등 외부기관에 별도 보관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등 소비자보호 조치가 담겼다. 현재 선불업을 영위 중인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등은 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라 소비자보호 대책을 내놓은 상태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언제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금법 개정이 해답이 될 수는 없다는 게 당국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머지 사태 발생의 근본 원인이 '미등록 업자'에 있기 때문이다. 전금법은 전금업자로 등록한 업체를 규율한 법이어서 미등록업자에 대해선 별도의 감독이 어렵다. 현행 전금법(제49조 5항)에서도 미등록으로 영업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릴 수 있으나, 이는 수사당국의 권한일 뿐 금융당국이 내릴 수 있는 행정제재는 없다. 문제는 유통 및 지급결제 시장의 디지털화가 빨라지면서 머지플러스와 같이 등록하지 않은 업체 역시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플랫폼 경제가 활성화될수록 선불업 등 전금업자는 많아질 텐데, 당국이 미등록업체까지 감독할 권한은 법으로 명시할 수 없을뿐더러 감독 인력도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당국 내에서는 이번 머지 사태를 계기로 미등록 전금업자에 대해서도 범부처 차원에서 대응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불법 사금융, 보이스피싱, 주식 리딩방과 같이 감독당국이 권한을 행사하기 어려운 부문에는 수사당국 협조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불법금융대응단이 대표적이다. 불법금융대응단은 각종 제보를 받아 불법이 의심되면 수사의뢰를 한다. 하지만 불법금융대응단은 불법 사금융과 유사수신, 무인가 금융투자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미등록 전금업자 영업에 대해서는 별도로 관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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