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코로나 방역·남북 관계 ‘희망고문’이 ‘부메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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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1-08-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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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운영 동력 약화 원인…성급한 낙관론 등 메시지 관리 실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K-글로벌 백신 허브화 비전 및 전략 보고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해 여름휴가까지 사실상 반납하며 국정운영의 고삐를 죄고 있다.

매년 문 대통령은 이달 초 여름휴가를 계획해왔지만, 지난달 22일 휴가 계획을 전격 보류했다. 벌써 3년째 여름휴가 연기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인해 고강도 거리두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휴가를 갈 순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9일 청와대에 따르면, 참모들도 휴가계획을 연기하거나 줄이고 현안에 대한 대책 마련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여름휴가까지 미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가장 큰 현안인 코로나19 대확산은 쉽사리 잡힐 기미가 안 보인다.

남북 연락통신선 재개로 마지막 희망의 불씨를 살리고 있는 남북 관계 문제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이라는 ‘예정된 암초’를 만나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두 가지 현안 모두 중대 고비 때마다 메시지 관리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나친 긍정적인 전망으로 사태의 객관적인 상황을 놓쳤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와 관련한 ‘짧고 굵게’라는 발언은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계속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해 북한에 너무 끌려다닌다는 비판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코로나19 사태와 남북 관계 문제는 각각 일종의 자연적 재해와 외교적 사안 등 성격은 전혀 다르지만 장기적인 현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이런 문제에 섣부른 메시지는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 여권 관계자는 “어떻게 대통령이 매번 사과만 할 수 있겠느냐”면서 “어렵다고 얘기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니 대체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는 것”이라고 했다.

◆文, 현장 일정·각종 지시에도…코로나19 재확산 장기화

문 대통령은 지난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두 개의 현장 일정을 소화했다. 방역과 백신 예약 관련 지시는 수차례나 할 정도로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먼저 지난 5일 청와대에서 ‘K-글로벌 백신 허브화 비전 및 전략 보고대회’를 직접 주재하며 코로나19 백신에 향후 5년간 2조2000억원을 투입, 백신을 반도체·배터리와 함께 ‘3대 국가전략기술’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위원회’ 1차 회의를 겸해 열린 보고대회를 위원장인 김부겸 국무총리 대신 직접 주재하며 국내 백신 개발에 강한 의지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적인 백신 부족 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특히 백신 보급의 국가별 격차가 심각해 다수의 저소득 국가는 내년까지도 접종 완료가 어려운 백신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결국 문제 해결의 근본 해법은 백신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일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최근 반복되고 있는 해외 백신 도입 지연 사태를 의식한 듯 ‘백신자주권’ 확보를 강조했다.

다음날인 6일에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소방서를 방문해 “역대급 폭염이 연일 계속되고 있어서 정말 고생이 많다”면서 “폭염 피해로부터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격려했다.

용인소방서는 수도권 소방서 중 지난 5월 20일~7월 24일 기준 온열질환자 구급활동이 가장 많았던 소방서다.

문 대통령은 “여러분들 고생 덕분에 많은 온열질환자들이 아주 신속하게 이송이 돼서 필요한 처치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면서 “또 폭염에 취약한 쪽방촌이나 고지대, 또는 축산농가에도 출동해서 살수를 해준다든지 생활용수를 공급해준다든지 (역할을 했다)”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9일부터 시작되는 20~40대 백신 접종 사전예약이 다시 한번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앞서 50대 백신 접종 사전예약에서 잦은 시스템 오류가 반복돼 접종 대상자들의 불만이 폭주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40대 사전예약 방식을 변경, 20~40대 사전예약은 ‘10부제 예약’으로 진행된다. 9~18일에는 주민등록번호의 생일 날짜 끝자리에 맞춰서, 19일은 예약하지 못한 36∼49세, 20일은 18~35세 대상으로 진행된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 아홉 번째를 통해 문 대통령과 참모진의 비공개 티타임에서 나온 회의 내용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티타임에서 “백신 접종 예약 시스템이 열리자마자 접속이 폭주하는 것은 하루라도 빨리 백신을 맞고자 하는 국민의 목마름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라며 “백신 물량이 충분하니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1일에는 “백신 예약과 관련해 ‘뒷문 예약’, ‘시스템 먹통’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한두 번은 있을 수 있으나 여러 차례 되풀이되면 비판을 면할 수가 없다”면서 “세계 최고의 IT 강국인 우리나라가 이 정도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안 계실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에도 “8월 9일부터 시작되는 40대 이하 백신 접종 예약에는 시스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다시 한번 잘 살펴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6월 22일 미국 백악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 전원회의에서 밝힌 대미메시지에 대해 "흥미로운 신호"라고 한 것과 관련, "잘못된 기대"라고 일축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오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우리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이번에 천명한 대미입장을 '흥미있는 신호'로 간주하고 있다고 발언하였다는 보도를 들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북한 사이…한·미 연합훈련 진행 놓고 ‘김여정 하명’ 논란

오는 16~26일 진행될 예정인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연기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

매년 정례적인 훈련을 취소하진 않고 우리 군 규모를 축소해 북한에 대화의 명분을 주겠다는 것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일 담화에서 남북 통신선 복원을 언급하면서 훈련 취소를 요구했다. 김 부부장은 “통신연락선들의 복원에 대해 단절됐던 것을 물리적으로 다시 연결시켜 놓은 것뿐이라는 그 이상의 의미를 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라며 “지금과 같은 중요한 반전의 시기에 진행되는 군사연습은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관련해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여러 가지를 고려해 미국과 신중하게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군 주요지휘관의 국방 현안 보고 뒤 출입기자들과의 서면 질의응답에서 ‘군 주요지휘관 보고 때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 문 대통령의 당부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연합훈련 진행 여부가) 주제는 아니었으나 서 장관이 ‘현재 코로나19 상황 등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 방역당국, 미국 측과 협의 중’이라고 보고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회의에서는 지난달 27일 남북 통신선 복원 이후 남북 관계와 관련해 특별한 언급이 나오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일정 자체가 미묘한 시기에 열려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회의에 서 장관을 비롯해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부석종 해군참모총장, 박인호 공군참모총장, 김태성 해병대사령관 등 군 주요 지휘관들이 총출동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국방 현안을 보고받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공군 성폭력 피해자 사망 사건, 청해부대 34진의 코로나19 감염 등이 발생했고 코로나19와 폭염 상황에서 군 장병의 안전이 각별히 요구되는 상황인 만큼 관련한 국방 현안을 점검하고 당부하기 위해 마련한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72명이 연합훈련 연기론을 주장하며 이른바 ‘김여정 하명’ 논란이 불거졌다.

민주당 지도부가 연기론과 명확하게 선을 그으며 논란이 일단락됐지만, 야권의 공세는 계속됐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한·미 합동훈련은 대규모 야외 기동병력이 동원되지 않는 연합지휘소 훈련이자 전시작전권 회수를 위해 불가피한 절차”라고 말했다.

명분상으로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북한의 요구에 따라 대북전단 금지법을 제정했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 어떠한 평가도 없는 가운데 우리만 북한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느냐에 대한 문제다.

더구나 북한은 지난해 6월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남북 통신선을 끊고 개성공단에 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대북전단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을 인신공격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번 연락선 재개 국면에서 북한은 당시 상황에 대한 유감 표명이나 연락사무소 재건설에 대한 입장도 없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남북 통신선 복원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반대로 미국과의 약속을 깰 순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당 회의에서 “김여정의 명령 한마디가 떨어지자마자 반인권법인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어서 일명 ‘김여정 하명법’을 북한에게 상납했던 문재인 정권이 이번에도 김여정의 하명에 따라 한·미 연합훈련을 취소 또는 연기하거나 위축시킨다면 문재인 정권은 자신들의 권력유지를 위해서 국익을 팔아먹었다는 비난을 면하지 못할 것임을 엄중하게 경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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