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기후변화 속 다시 조명받는 수박(Sub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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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1-08-0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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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의 문화유산 '수박(Subak)'은 1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논에 물을 대는 관개 시스템인 수박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UNESCO World Heritage)에도 등재됐다. 

'수박(Subak)'은 관광지로도 유명한 발리의 계단식 논을 유지하는 전통적 제도이다. 동시에 신, 인간, 자연이 조화로움 속에 유지돼야 한다는 힌두 철학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지역의 약 1200 곳의 수원은 논의 중심에 위치한 사원으로 연결된 수로를 가지고 있다. 한 곳에 모인 물은 필요에 따라 효율적으로 다시 공동체 내 농부들이 운영하는 논으로 나위어 흘러간다. 자연과의 조화는 물론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바탕이 되었기에 '수박'은 세대에 세대를 거듭하면서도 생명력을 유지했다.

2021년 이제 수박의 정신은 이제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물을 대고 있다. 영국 기후변화법(Climate Change Act, 2008)의 설계자인 브리오니아 워딩턴(Bryony Worthington)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새로운 전략으로 '수박'을 택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수박은 농부들이 공동으로 물을 신중히 운영하면서 쌀의 생산량을 극대화한다"면서 "바로 이것이 우리가 데이터를 통해 하고자하는 일이다. 데이터를 공급하고 나누면서 우리는 탄소배출, 기후온난화에 맞서 효율을 극대화하여 싸울 수 있다. 이 상황에서 데이터는 물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수박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 단체들을 선정하고 이들에게 자금을 댄다. 이미 수박의 투자를 받은 기업들 중에는 지방정부의 전기차 사용확대를 돕는 기관, 정확한 일기예보를 통해 태양광 생산효율을 최대화하는 곳들이 포함됐다. 이후 이들 기업은 확고히 자리를 잡으며 데이터라는 물을 대면서, 기후변화에 필요한 자원들을 넓혀가면서 상호협력하게 된다. 기후변화라는 눈앞의 위험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결국 서로의 선의를 믿고 돕는 것이 모두를 위한 길이라는 오래된 지혜를 기반으로 삼은 것이다. 

데이터가 곧 돈이 되는 세상에서, 이를 이용해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수박의 출현은 우리 앞에 놓인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반증하기도 한다.

기후변화의 위협은 시시각가 우리를 옭죄고 있다. 최근 서유럽에서 발생한 홍수로 인해 사망자가 183명으로 늘어났다. 

그동안 지구 산소의 20%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지구의 허파’라고 불려온 아마존 열대우림이 이제 더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최근 나왔다. 아마존에서 뿜어내는 이산화탄소가 빨아들이는 이산화탄소보다 많아졌다는 것이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 루치아나 가티 박사 연구팀은 최근 과학전문지 ‘네이처’를 통해 2010∼2018년 브라질 아마존 산림인 ‘아마조니아 레가우’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흡수량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해당 기간 동안 시료를 분석해 얻은 결과에 따르면 아마존에서 매년 15억t씩 이산화탄소가 발생했다. 반면 열대우림에 흡수된 이산화탄소는 5억 톤에 그쳤다. 

농민들이 농사지을 땅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이 열대우림 나무를 베고 불을 지르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는 다량으로 발생했다. 또 나무가 줄면서 흡수하는 양도 크게 줄어들었다. 브라질뿐만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와 호주 등에서 발생하는 거대 화재 등도 산림의 수를 크게 줄이면서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주었다. 이렇게 변한 기후는 다시 잦은 산불을 일으키면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인류는 언제나 그렇듯 해답을 찾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결국 이렇게 선두에 서는 이들이 다음 세대 인류를 이끌고, 시대의 담론을 만드는 그룹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기후변화를 둘러싼 적극적인 정치권 내 발언이나, 대응 공약 등을 찾아보기 힘들다. 기후변화 대응이 시급한 시기 속에서 대선이 다가오고 있지만, 오고가는 논쟁의 대부분은 여전히 상대의 흠결에 대한 악의적인 공격이다. 

기후변화 대응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수박의 출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지구 위 생존의 터를 지키기 위해서는 열과 경쟁이 아닌 신뢰와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부디 우리의 정치도 눈앞의 정쟁이 아닌 미래의 공생에 더욱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남는 것은 공멸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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