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를 찾아서] ‘은빛 장발’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 LED 빛으로 더 나은 세상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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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1-08-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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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업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차이는 그 기업에 소속돼 있는 사람들의 재능과 열정을 얼마나 잘 끌어내느냐 하는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토마스 제이 왓슨 전 IBM 회장이 남긴 말이다. 기업 구성원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은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의 역할이다. 이는 곧, 기업(Company)은 리더(Chief)의 역량에 따라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기업에서 리더의 역할은 중요하다. 아주경제는 기업(Company)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다양한 C(Chief : CEO or CFO or CTO)에 대해 조명해보려 한다. <편집자 주>


“20년 동안 연구·개발한 바이오레즈(Violeds) 솔루션이 국민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이 (코로나19 극복을 통해) 깨끗한 공기를 마실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는 지난 5일 개최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바이오레즈 공기살균 솔루션’을 소개하면서 이처럼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돈을 버는 비즈니스가 아닌 ‘세상에 도움이 되도록 성장하는 기업’을 만들고자 하는 이 대표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반도체 창업자이자 대표이사인 그의 일화, 발언 등을 몇 가지 살펴보면 ‘세상에 도움을 주겠다’는 그의 경영 이념은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 [사진=서울반도체 제공]

‘장발의 대표이사’, 그가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았던 이유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06년 세계 1위 발광다이오드(LED) 제조기업 니치아화학공업과의 소송에 휘말린 뒤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으며 ‘결사항전’ 의지를 다졌던 일이다.

당시 서울반도체는 50여명의 변호사와 자문단을 구성해 사활을 걸고 니치아의 소송을 진행했다. 당시 5개국에서 30건이 넘는 소송을 진행한 탓에 소송비용만 600억원이 넘게 투입되는 등 손해가 컸지만 이 대표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TV 디스플레이에 LED가 적용되면서 서울반도체 매출이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호황을 누리던 시기였다”며 “글로벌 선두기업이 소송을 이용해 자사를 견제한다고 판단한 이 대표가 정면돌파라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2009년 2월 서울반도체는 니치아와 서로 특허를 인정하는 내용의 ‘상호 특허 공유’ 계약을 체결하며 ‘니치아전(戰)’은 일단락됐다.

업계에서는 정도를 넘어서거나 철학과 맞지 않는 불의에 대해서는 그 어떤 희생도 감수하는 그의 신념이 이와 같은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불합리한 견제가 반복되면 산업 생태계가 유지될 수 없으므로, 이 대표가 이를 ‘불의’라고 판단한 게 니치아와의 정면 승부로 이어지게 된 원동력이라는 분석이다.

그랬던 그가 최근 다시금 머리카락을 기르고 있다. 업계는 이 대표가 ‘장발의 대표이사’로 회귀한 이유를 두고 ‘기술에 대한 지식재산권이 존중돼야 제조기업이 살고, 국내 경제에 도움이 되고, 연구자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그의 신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ED 업계는 대기업들이 특허를 존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지식재산권 존중 문화 정착에 앞장서는 동시에 다른 중소·중견기업이 서울반도체의 성공스토리를 따라올 수 있는 좋은 선례를 남기고자 다시금 결의를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뉴저지지방법원이 13개 자동차 조명 브랜드 LED 제품에 대해 영구적 판매금지 판결을 내리는 등 그의 결의는 조금씩 빛을 보는 모양새다.

서울반도체는 뉴저지지방법원이 해당 LED 제품이 서울반도체의 특허 12건을 침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이와 같은 판결을 내렸다고 지난달 1일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대표는 “지식재산은 어려운 중소기업, 젊은 창업자들이 생존하고 계층 간 이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사다리”라며 “지식재산권이 존중될 때 대학에는 재정적 도움이, 연구하는 학생들에게는 장학금 지원이 가능하게 돼 대학과 학생들의 연구개발 활동이 더 활성화되는 선순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반도체 자회사 서울바이오시스의 응용실험 연구실. [사진=서울반도체 제공]

“빛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첨단기술 개발 매진
서울반도체가 LED 산업 발전을 위해 관련 기술 연구·개발에 정진하고 있는 것도 이 대표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 연매출 약 1조1000억원을 거둔 서울반도체는 보유한 특허만 1만2000개에 달한다.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 급변하는 LED 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안전한 빛, 세상을 깨끗하게 하는 빛을 제공하겠다는 이 대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울반도체는 △안심 청정 살균기술 ‘바이오레즈’ △태양광 스펙트럼을 재현한 ‘썬라이크’ △패키지 없는 LED 기술 ‘와이캅’ 등 다수의 2세대 LED 기술을 개발했다.

바이오레즈는 살균·탈취 기능을 가진 자외선(UV) LED를 응용해 인체에 유해한 성분 없이 ‘빛’으로만 세균 발생과 증식을 방지하는 기술이다.

서울반도체에 따르면 이 기술은 뛰어난 살균력과 안정성을 인정받아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도 도입됐으며, 코로나19 이후에는 에스컬레이터 핸드레일 소독에도 바이오레즈 기술이 일부 활용된다.

지난 4일 서울반도체의 자회사 서울바이오시스가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소개한 솔루션도 코로나19와 델타 변이 바이러스 멸균에 바이오레즈 기술을 활용한다.

이 솔루션은 7분에 90%, 30분에 99.9%의 바이러스를 저감하는 실험 결과를 얻어내 실제 살균력을 입증했다.

이 대표는 간담회에서 “솔루션을 적용한 제품을 300개 정도 우선 제작해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에게 시범적으로 적용하고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구입하는 경우 파격적인 가격으로 공급하겠다”며 “이익을 내기보다는 20년 동안 연구·개발한 바이오레즈 기술이 국민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썬라이크는 파장별 빛의 세기를 뜻하는 ‘빛 스펙트럼’을 태양광과 똑같이 재현한 기술이다.

빛의 스펙트럼은 사람이 눈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이 대표는 인류가 태양광 스펙트럼에 맞춰 진화해 왔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그는 인류가 자연의 빛 속에서 생활해야 깨끗하고, 건강하고, 평화로운 환경을 만들고 유지해 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반도체에 따르면 썬라이크가 적용된 조명을 사용하면 신체의 각성과 이완을 제어하는 생체리듬에 이로운 영향을 줘 편안한 숙면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잠에서 깬 뒤 일상으로 이어지는 각성 시간을 단축해 의욕과 집중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서울반도체가 2012년 세계 최초로 개발·양산에 성공한 와이캅 기술은 기존의 ‘칩스케일 패키지(CSP)’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개념의 LED 제품이다.

CSP는 칩을 직접회로기판(PCB)에 부착하기 위해 중간 기판이 필요했지만 와이캅은 중간 기판 없이 칩과 PCB를 직접 연결하므로 초소형·고효율의 특성을 지닌다. 높은 광밀도와 열전도율도 장점으로 꼽힌다.

패키징 공정을 거친 LED는 칩보다 패키지 크기가 커서 제품 소형화에 한계가 있었다. 서울반도체에 따르면 와이캅 기술은 칩과 패키지의 크기가 같아 고화질·슬림화 제품을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이처럼 소형화 측면에서 기존 LED의 벽을 뛰어넘은 와이캅 기술은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장에 선보인 미니LED TV의 원천기술로 꼽힌다. 지난해 전 세계 TV 생산량(약 2억대) 중 약 20%에 와이캅이 채택됐을 정도로 활용도가 높은 기술이다.

또 세계 자동차 시장의 약 10%에 해당하는 102개 모델에 헤드램프, 주간 주행등, 방향 지시등 등 다양한 형태로 탑재됐다.
 

헤드램프에 서울반도체의 와이캅 바이컬러 LED가 적용된 ‘2020 아우디 A4’. [사진=서울반도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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