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1년]예고는 끝났다...전셋값 '2배의 공포', 내년부턴 전국서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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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1-07-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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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섞여 있는 송파구 주택가 모습.[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 76㎡)에 전세를 살던 A씨는 지난 4월 전세계약 갱신 청구권을 사용하지 못하고 살던 집에서 쫓겨났다. 미국에 살던 집주인 자녀가 코로나19로 귀국하면서 청구권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장 때문에 같은 단지 전세를 알아봤지만 이미 전세금이 4억원이나 올라있었다. 결국 A씨는 대학생 자녀를 분가시키고 인근 오피스텔 월세로 이사했다.

#.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에서는 전세 이중가격 현상이 고착화되면서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다. 전용 84㎡형 전세를 살던 B씨는 지난 1월 5%를 증액한 5억6700만원에 재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아파트 최근 전세 시세가 11억~13억원대로 손바뀜되면서 신규 임차인과 기존 임차인의 편가르기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B씨는 "몇개월 뒤 이사갈 집이라고 소문이 나면서 자녀 가정 돌봄 그룹에서 배제된 걸 알을 때 기분이 묘했다"면서 "정부의 실책으로 집값이 폭등한 것도 모자라 국민들을 편가르기 하는 대책만 내놓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지난해 7월 말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된 후 1년이 지났지만 부작용은 여전히 확대 진행중이다. 새 임대차법 시행 후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1년 만에 21.17% 올랐고, 강남·송파·강동 등 주요 지역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는 신규 세입자와 기존 세입자 사이에 가격차이가 2배 이상 벌어지는 '가격 이중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현상이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가을 이사 수요가 시작되는 추석 이후를 기점으로 서울과 수도권 전역에서 전세가격이 지금의 2배가 되는 가격 상향 평준화 현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전셋집의 전세 계약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는 세입자들이 늘면서 올해는 이중가격 현상이 일상화됐지만 재계약이 만료되는 2023년부터는 2배 이상 오른 전세 가격이 평균이 되기 때문이다.

이미 이런 현상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중이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전용 84㎡)의 경우 지난 3월 한 단지에서 거래된 전셋값의 격차는 5억4500만원에 달했다. 이 매물 최소 전셋값은 11억5500만원, 최대는 17억원이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전용 59㎡)의 경우 이달 거래된 최소 전셋값은 6억7200만원, 최대 전셋값은 9억3000만원으로 가격차는 2억5800만원이다. 최근 나오는 시세가 1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차는 2배 가까이 벌어진다. 강동구 고덕그라시움(전용 84㎡)의 경우 기존 전셋값은 4억원선이지만 신규 매물가는 8억~9억원대에 형성됐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기존 세입자들은 2년 뒤 보증금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시한부처럼 살고 있는 것"이라며 "전셋값이 한꺼번에 오르다보니 집주인과 세입자간 마찰도 늘었고, 이동하기도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또 "서울에서는 새 아파트 공급이 줄고 있기 때문에 전세 물량자체가 귀한 환경"이라며 "강남, 송파 등은 가격상승이 지금 잠시 멈췄지만 하반기부터는 더 오를거라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새 임대차법은 전반적인 주택가격도 끌어올렸다. 전셋값이 빠르게 오르면서 매매가격 인상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임대차법 시행 전인 지난해 7월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5억2740만원에서 올 7월 6억3283만원으로 19.99% 상승했다. 서울은 10억8216만원에서 12억4607만원으로 15.15% 올랐고, 수도권은 6억7028억원에서 8억369만원으로 19.9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역시 3억707만원에서 3억7377만원으로 21.72%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5억3204만원에서 6억4466만원으로 21.17%, 수도권은 3억7442만원에서 4억6228만원으로 23.47% 증가했다.

새 임대차법은 거래량도 절벽으로 만들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법 시행 1년전(2019년 8월~2020년 7월) 19만4686건이었지만 시행 후 1년(2020년 8월~2021년 7월) 16만 8750건으로 13.3% 줄었다. 서울 전세 매물 역시 임대차 시행 전인 지난해 7월 3만8427건에서 올해 2만323건으로 1년만에 47.11% 감소했다.

주거 사다리가 무너지고, 국민들의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면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당장 수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장은 폐지를 주장하는데 정부는 제도 공고화를 위해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시장의 혼란은 당분간 가중될 전망이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임대차3법 개정 가능성에 관해 "어렵게 제도화된 내용에 대해서는 당분간 제도 안착을 위해 주력하는 것이 맞다"며 수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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