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국립대학 병원장 인사, 대학에 맡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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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객원 논설위원
입력 2021-07-2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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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위원]


‘전북대병원장 공석 사태, 병원 내 우려 목소리.’ 대학병원장 임용 지연을 우려하는 20일자 언론보도다. 전북대학병원 이사회가 병원장 후보 2명을 추천한 건 5월 17일. 대학 측은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추천 의견서’까지 보낸 상태지만 두 달 넘도록 무소식이다. 교육부 장관은 추천 인사에 대해 청와대 인사검증을 거쳐 임용하지만 그 속은 아무도 모른다. 지연되는 배경으로 청와대 개입설까지 회자되는 상황이다.

국립대학 총장과 병원장 통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넉 달 동안 검토하다 부적격 통보(2015년 12월 경상대).’ ‘충남대 병원장 임명 지연, 현안 사업 공백 우려(2016년 11월).’ ‘교육부 임용 기다리다 국립대병원장 장기 공석(2019년 9월 경북대).’ 당시 지방언론 보도다. 2015년에는 강원대, 경북대, 경상대, 부산대, 공주대, 전주교대 총장 임용이 1년 넘도록 무더기 지연됐다. 총장 선출 방식을 둘러싼 교육부와 힘겨루기, 인사검증 지연이 원인이었다.

반복되는 국립대학 총장과 병원장 임용 갈등은 정부가 인사권을 틀어 쥔 현실을 반영한다. 우리 대학은 정부 수립 100년을 넘겼지만 여전히 통제와 감시 아래 있다. 지성인을 자처하는 교수집단이 총장, 병원장조차 자율적으로 선출하지 못하는 것이다. 직선제 선출, 이사회 투표라는 형식은 갖췄지만 현실은 인사검증을 무기로 정부가 통제하는 방식이다. 이뿐 아니다. 학생 정원, 학과 신설, 등록금 인상까지 모든 대학 행정을 통제하고 있다.

정부는 대학 행정에 간섭하고 실질적인 인사권을 행사하는 오랜 유혹에 익숙하다. 재정 지원을 빌미로 국립, 사립할 것 없이 통제한다. 국립대학은 한층 심하다. 지원과 통제를 선호하는 중앙집권적 관료주의는 대학 경쟁력 약화를 초래했다. 대학은 예산 확보에 목을 매고 정부 의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발달해 왔다. 구조조정 채찍을 들어도 대학들이 선뜻 응하지 못하는 한계는 여기에 있다. 자율에 맡겼더라면 자연스럽게 정리됐을 일이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 닫는다”는 ‘벚꽃엔딩’은 지방대학이 처한 현실이다. 안타깝지만 현실은 노랫말처럼 감미롭지 않다. 폐교된 대학 주변 지역경제에서 확인됐듯 여기에 기대어 삶을 꾸려온 이들에겐 재앙이다. 삶터를 잃어버린다는 건 실존적 위기다. 무엇보다 거점 국립지방대학 위기는 지방 공동화와 직결된다. 부실 책임은 대학에 있지만 정부도 자유롭지 못하다. 총장과 병원장 인사에서 보듯 통제와 지시로 인한 부작용은 심각하다.

정원, 학과 조정, 등록금 인상 재량권을 과감하게 이양하고 스스로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언제까지 정부가 대학 행정과 인사권에 개입할 것인가. 권한과 책임을 부여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고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학병원장 인사도 이사장인 총장에게 넘겨야 한다. 총장과 병원장이 갈등하고 반목한다면 병원 운영은 바닥을 칠 수밖에 없고, 피해는 고스란히 대학 구성원과 지역사회에 전가된다.

다시 전북대학병원으로 돌아가 보자. 전북대학병원은 2016년 이후 5년 연속 적자다. 2020년 결산 결과, 누적 적자만 496억 원을 기록했다. 매년 100억 원 가까운 적자폭이다. 2020년 말 현재 차입 규모도 888억 원에 달한다. 올해부터 매년 90억 원씩 갚아야 한다. 이대로라면 향후 10년 이내 100% 자본잠식마저 우려된다. 민간 병원이라면 벌써 문 닫았어야 한다. 병원장과 진료처장 등 현 운영진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전북대학병원은 2016년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취소되면서 어려움이 가중됐다. 당시 중증 외상 소아 환자 진료를 거부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2년 동안 정부 보조금이 끊겼다. 이듬해 2017년 7월에는 정형외과 전공의 폭행사건이 터졌다. 이 때문에 2년 동안 정형외과 전공의 모집 중단 중징계를 받았다. 두 사건으로 신뢰는 실추됐고, 병원 경영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2022년부터 군산전북대병원 건립을 앞두고 추가 차입 규모만 3,000억 원에 이른다. 정부 출연금 556억 원, 군산시 출연금 204억 원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출연금 비율을 높이고 조기에 출연금을 받아야 한다.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느 때보다 리더십을 갖춘 유능한 병원장이 필요하다. 여기에 적합한 인물은 누가 더 잘 알지는 불문가지다. 대학병원 이사회지 정부가 아니다. 대학과 대학병원에 권한을 주고 책임을 묻는 게 순리다.

대학병원장 자리는 연고로 밀어주거나 공신들에게 나눠주는 자리가 아니다.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갖춘 인물이 맡아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임용 기준은 실추된 병원 위상을 회복하고, 신규 사업을 마무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인사 실패로 인해 추후 발생되는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도 권한과 책임은 함께 가야 한다. 더불어 이번 기회에 국립대학병원 설치법을 현실에 맞춰 개정해야 한다.
 
임병식 필자 주요 이력

▷국회의장실 부대변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한양대학교 갈등연구소 전문위원 ▷서울시립대학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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