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바이든처럼 포용과 실용의 정치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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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객원논설위원· 서울시립대학 초빙교수
입력 2021-07-1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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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주경제 대선 자문단 빅시리즈] 대한민국을 '하나'로 '미래'로 이끌 대선주자를 찾아라

[임병식 위원]

본선에 진출할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6명이 가려졌다. 추미애·이재명·정세균·이낙연·박용진·김두관이 1차 관문을 넘었다. 야권 주자들도 움직임이 빨라졌다. 국민의힘 안에서는 홍준표·유승민·원희룡·하태경·윤희숙·황교안, 당 밖에서는 안철수와 윤석열·최재형·김동연이 중량감을 키우고 있다. 여야 경선 과정에서 16명 정도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한국의 바이든’을 찾아라. 굳이 바이든일 필요는 없지만 바이든 리더십이 우리 정치에 던지는 메시지를 살펴보는 건 여러모로 유의미하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이끌어가는 바이든 리더십은 무엇일까. 우선 두 가지 사례를 통해 바이든 앞에 놓인 과제와 리더십을 가늠해 보자.

올해 1월, 워싱턴에서 열린 제46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장 풍경이다. 한마디로 썰렁했다. 대통령 취임식은 미국 최대 축제다. 역대 취임식에는 초청 인사 20만명, 그리고 전국에서 수백 만명이 찾았다. 그런데 이날 초청 하객은 1000명에 그쳤고, 취임식장은 성조기 19만개로 채워졌다. 또 취임식장으로 향하는 도로는 통행 금지됐다. 텅 빈 도로는 중무장한 주 방위군과 철책, 바리케이드, 검문소가 늘어섰다. 코로나19로 행사 규모를 축소하기도 했지만 실상은 트럼프 지지자들로 인한 극우테러를 우려한 조치였다.

다음은 얼마 전, 여야를 초월해 이뤄낸 합의과정이다. 지난 6월 24일 바이든은 민주·공화 초당파 상원의원들과 1조 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합의했다. 합의를 이끌어내기까지 바이든은 반대하는 양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끈질기게 대화했다. 미국 언론은 ‘토론과 타협의 리더십’으로 평가했다. 1조 달러는 원안에는 훨씬 못 미친다. 바이든은 애초 2조3000억 달러를 요구했다. 또 재원 마련을 위해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인상할 계획이었다.

취임식장이 썰렁했다는 건 갈등과 분열이 간단치 않음을 보여준다. 공화당 유권자 70%는 ‘선거를 도둑맞았다’는 트럼프의 억지를 믿을 정도로 불신이 깊다. 퀴니피악 대학 조사에서 유권자 56%는 통합에 대해 회의적으로 답했다. 또 퓨리서치가 17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인 88%는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분열됐다’고 응답했다.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높다. 바이든은 취임식 연설에서 ‘단합’을 강조했다. 대선 캠페인도 ‘하나 된 미국’을 내걸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은 역설적으로 바이든 리더십을 주목한다. 통합과 포용, 실용의 리더십이다. 정세균은 총리 재임 당시 “미국 국민이 치유와 통합, 실용과 포용을 제시한 바이든을 선택한 건 시대정신”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두 번째 사례에서 확인됐듯, 바이든은 반대론자들과 당을 초월해 대화했다. 투자 규모를 대폭 줄이고 법인세 인상도 보류함으로써 협치를 이끌어냈다. 합의 직후 바이든은 “우리 누구도 원하는 모든 것을 얻지는 못한다는 데 동의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타협과 통합을 강조했다.

바이든은 상원의원 36년, 오바마 행정부에서 8년간 부통령을 지냈다. 오랜 정치적 경륜과 의회주의자로서의 삶은 바이든에게 토론과 합의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바이든의 유연한 리더십은 여기에서 비롯됐다. 스티븐 리빙스턴은 <바이든과 오바마>에서 바이든은 외교와 입법 분야에서 전문성을 살려 경제위기를 이겨내고, 보건 개혁의 길을 열고, 인종갈등 문제를 국민과 함께 고민하고, 이라크 정책과 아프간 정책을 수정했다며 부통령 시절의 바이든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책에는 이라크 전략 수정 과정에서 오바마가 바이든을 평가한 대목이 나온다. 바이든은 진퇴양난에 처한 이라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토론장을 압도했다. 오바마는 바이든의 토론 능력을 의심했는데, 의외로 잘 훈련된 모습에서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백악관 전 상임고문 액셀로드는 “토론회에서 바이든이 절제하는 모습을 보고 오바마도 감명 받았다. 바이든은 토론 내내 상급 토론자 중 하나였다”며 품위 있는 토론에 대한 인상 평을 남겼다.

결국 바이든 리더십은 경청과 소통, 통합과 포용, 그리고 실용으로 정리할 수 있다. 진영논리에 포획돼 분열과 갈등을 반복하는 우리 정치 현실을 감안할 때, 이 같은 덕목은 절실하다. 한국 민주주의는 겉으로 보기엔 정상적인 정권교체를 통해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편가르기와 ‘내로남불’로 인한 갈등으로 상처투성이다. 다음 대통령은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통합 리더십을 갖추어야 한다.

통합은 인내와 포용을 통해 달성된다. 50년간 인종분리 정책으로 갈등의 골이 깊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례는 포용과 통합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만델라 출소 이후 남아공은 분열 위기에 직면했다. 만델라는 정치적 보복 대신 포용과 인내를 통해 하나 된 남아공을 견인했다. 그 결과 정치적 안정을 토대로 남아공은 2010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또 지난 5월 영국 G7 정상회의에 한국과 함께 초청국으로 참석할 정도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한 것도 통합이 뒷받침됐다. 스페인은 세계 어느 팀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 강팀이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로 갈라져 전력을 최대로 끌어올리지 못한 채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은 달랐다. 비센테 감독은 균형 있는 팀 구성과 선발을 통해 전력을 최고로 끌어올렸다. 두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우리사회가 도약하려면 포용과 통합은 절실한 리더십이다.

2020년 한국은 국내총생산 세계 9위다. 또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 나라만 가입하는 ‘3050클럽’에도 세계 7번째로 가입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는 한국을 선진국으로 올렸다. 57년 역사에서 유일하다. 경제성장에 비해 정치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정치는 국민을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누었다. 조국 사태는 분열을 가속화시킨 불씨다. 지난 4년 동안 우리사회 갈등은 치유하기 어려울 정도다. 다음 대통령에게 주어진 과제는 두말 할 것 없는 국민통합이다.

애민과 품격 있는 리더십도 중요한 덕목이다. 국민을 사랑하지 않는 지도자는 자격이 없다. 입으로만 국민을 위하는 가짜 약장수에게 국가를 맡길 수 없다. 뼛속까지 애민을 체화한 지도자라야 한다. 세종대왕이 문자를 만들고, 영의정 김육이 대동법 시행에 전 생애를 건 이유는 애민 때문이다. 그들은 백성에 대한 연민을 바탕으로 왕으로서, 관리로서 품위를 지녔다. 때로는 자신을 찍지 않은 반대편까지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덧붙여 유능해야 한다. 맹자는 “먹고사는 데 불편함이 없어야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다(恒産恒心)”고 했다. 계층 간 소득격차를 완화하고 국민들이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는 실용적인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있는 리더는 당연하다. 국민의 삶을 실험하는 아마추어 지도자는 경계해야 한다. 정제된 정책을 토대로 정책성과를 내야 한다. 시민운동하듯 실험하는 정치는 위험하다. 지난 4년은 국민의 삶을 실험하는 정치였다 해도 과언 아니다.

정치적 욕심을 내려놓는 분권형 대통령제와 개헌도 시대적 과제다.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된 현 정치제도는 증오와 보복이라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분권형 대통령제와 개헌은 시대정신이다. 분권형 대통령제, 선거제도 정비를 통한 선순환 구조로 전환시킬 리더십을 기대한다. 집권 1년 이내에 개헌하겠다는 공약을 내건다면 신뢰할 만하다.

환경과 생태에 관심을 갖는 리더십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면 지구는 2050년 이후 존재할 수 없다며 종말을 예견하고 있다. 지구촌 곳곳은 기후변화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금과 같은 과잉생산, 과잉소비 시스템은 파멸로 가는 길이다. 환경과 생태는 생존과 직결되기에 미래세대를 생각하는 리더십은 바람직하다. 애민과 품격, 유능, 분권형 정치제도, 환경과 생태를 생각하는 리더십을 바이든 리더십에 추가한다.

끝으로 탈권위주의 리더십이다. ‘무티(엄마)’와 ‘페페(아빠)’로 불리는 독일 메르켈 총리와 우루과이 무히카 전 대통령. 두 지도자는 검소하며 탈권위적인 리더십으로 신뢰와 존경을 받는다. 메르켈은 EU 최강 독일 총리지만 혼자 카트를 끌며 장을 본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린 무히카는 재임 당시 월급 90%를 기부하고, 농가에서 대통령 관저까지 낡은 차를 몰고 출퇴근했다. 대통령 관저는 노숙자에게, 별장은 시리아 난민에게 내주었다. 우리 국민들은 소탈하며 따뜻한 리더십에 목말라 있다.

취임 전에는 광화문 시대를 말하고 취임 후에는 나몰라라하는 위선은 끝내야 한다. 20대 대통령은 시민과 소통하는 탈권위적인 지도자이길 기대한다. 세계 경제규모 9위, 우리도 이제 품위 있고 유능하며 통합과 애민을 생각하는 지도자를 가질 때가 됐다.

 
임병식 필자 주요 이력

▷국회의장실 부대변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한양대학교 갈등연구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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