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에 웃고 우는 산업계…업종별 희비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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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조재형·장은영·신보훈 기자
입력 2021-07-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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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택 확산·외출 자제 수혜 업종은 이커머스·가전 업계

  • 특수 누리던 쇼핑몰 되레 '울상'…명품도 매출 하락

  • 자영업자들 원재료값·인건비 올라 엎친 데 덮친 격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는 가운데 2018년의 역대급 폭염이 올해 재현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산업계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재택근무 확산·외출 자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업계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됐다. 반면, 비대면 소비는 크게 늘어나면서 이커머스·배달앱들은 대표 수혜업종으로 자리매김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소비 심리가 급랭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에어컨 등 냉방 가전만큼은 여름철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폭염이 오면 '몰캉스(쇼핑몰과 바캉스를 합친 말)'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무더위 특수를 톡톡히 누렸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폭염에도 오히려 매출이 급감하는 추세다. 

대표 타격 업종은 백화점이다. 백화점업계는 폭염 재난 위기경보가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 조정된 지난 12일 매출이 오히려 떨어졌다. 롯데백화점이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전체 매출을 집계해본 결과 전주(6일부터 11일까지) 대비 14%가량 떨어졌다. 보복소비 영향으로 치솟던 해외명품 역시 같은 기간 18.9%까지 하락했다. 신세계백화점도 같은 기간 전체 매출이 13.7%, 해외명품은 10.4% 급락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폭염 때마다 '몰캉스' 마케팅에 열을 올렸지만 올해는 누구도 입에 올리지 않고 있다"면서 "안전한 쇼핑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고 수준의 방역 체계를 갖추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본관에 10층 휴점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재료값·인건비 인상에 폭염까지...자영업자 "울화통 터진다"
자영업자들에게 7월의 폭염은 특히 가혹하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저녁 장사가 어려워진 가운데 쌀·밀가루·김치 등 원재료값이 급등하고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저임금 상승까지 예고돼 있어 요식업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7~8월 휴가철은 전통적인 비수기지만, 예년과 다르게 휴업 대신 폐업을 고려하는 자영업자도 크게 늘었다.

서울 성북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30대 A씨는 "여름에는 날씨가 더워 고기를 구워 먹는 손님이 줄어든다. 점심식사나 냉면을 찾는 손님들은 그나마 유지되는 편인데, 올해처럼 낮에 움직이기 힘든 상황에서는 배달시켜 먹는 고객들이 많다"며 "이제 곧 여름 휴가철이기 때문에 예약 건수도 줄고 있어서 직원도 1~2명 정도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폭염에 따른 물가 상승은 매년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올해처럼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하는 경우에는 원자재 상승에 따른 자영업자의 고통이 더 커진다. 미국에서 이상 고온 현상으로 밀 현물가격이 지난해 대비 30% 이상 급등하면서 동네 빵집도 가격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원구에서 5년째 빵집을 운영하는 40대 B씨는 "빵집은 그나마 코로나19 영향을 덜 받았는데, 최근 들어 밀값이 너무 올라가고 있어서 가격 인상을 고려 중이다"며 "가격 인상에 민감한 동네 상권 특성이 있어 우려가 되지만, 현재 가격으로는 원재료와 인건비 상승을 견딜 수 없다. 살기 위한 선택"이라고 전했다.
'집밥·냉방 가전' 올여름 먹여 살리네

[사진=전자랜드 제공]
 

반면, 에어컨·선풍기 등 냉방 기기를 판매하는 가전양판점과 온라인 장보기 수혜를 입은 이커머스, 빙과업계는 미소를 짓고 있다. 

주요 대형 가전 유통매장에는 에어컨을 찾는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에어컨 설치까지 최장 3주 가까이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정도다. 전자랜드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에어컨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188% 증가했다. 습한 날씨가 이어지던 7월 초와 비교해도 44% 늘어난 규모다. 

폭발적인 에어컨 수요에 대비해 제조업체들은 생산시설 풀가동 체제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에어컨은 이달 기준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0% 늘었다. 설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자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창문형 에어컨 수요도 늘었다. 쿠쿠는 이달 1일부터 14일까지 창문형 에어컨 판매량이 전월에 비해 193% 증가했다고 말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열돔(heat dome)현상'까지 예보되면서 역대급 에어컨 특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폭염에 외출을 꺼리는 소비자들은 온라인으로 몰리고 있다.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 업체인 신세계그룹 SSG닷컴과 롯데온 내 롯데마트몰의 매출 신장률은 급상승 중이다. 롯데온 내 롯데마트몰의 주문 및 배송 건수는 전주 대비 10% 이상 신장했다. 전년 대비 온라인 매출은 49.2%나 늘었다. 롯데마트는 점포에서 배송하는 근거리 배송 가동률이 100%에 육박하자 배송 차량 증차를 계획하고 있다. 

이마트도 집밥 먹거리 위주로 3~5%가량 매출이 증가했다. SSG닷컴은 몰리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이마트 성수점 PP(Picking & Packing)센터 배송권역의 당일 쓱배송 주문 마감시간을 기존 오후 1시에서 오후 7시까지로 6시간 더 늘렸다.

찜통더위가 계속되면서 빙과업계도 매출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6월부터 8월까지는 빙과업계의 성수기로 분류된다. 빙그레의 경우 성수기인 6~8월 빙과류 매출 비중은 전체의 48%에 달한다. 빙과업계 관계자는 "7월 1일부터 18일까지 매출이 전년 대비 20%가량 상승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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